[대출 풍선효과] 올해 2금융 대출액 증가율 시중은행 두 배 넘었다

2021-10-18 18:00
2금융 대출액 작년 말보다 11.5% 늘어…내년 3월 연체율 상승 등 부실화 우려

올해 2금융권의 대출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로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2금융권에 대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2금융권의 경우 시중은행보다 상대적으로 저신용자 비중이 높은 만큼, 대출 만기 연장·이자유예가 종료되는 내년 3월부터 연체율 상승 등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1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과 한국은행 경제통상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저축은행·카드·보험 등 비은행 대출잔액은 1133조133억원으로 지난해 말(1016조544억원)보다 11.5%(116조9589억원)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시중은행보다 가파른 증가세다. 이 기간 시중은행 대출 증가율은 5.2%(98조6858억원)에 그쳤다.

금융업권별로 보면 카드사의 가계대출액은 2조2080억원으로 지난 2019년 말(1조3363억원)보다 65.2%(8717억원) 급증했다. 이 기간 카드사의 가계대출은 신용대출 등 기타 가계대출이 8000억원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각각 85조2168억원에서 88조4353억원으로 3조원 이상 늘었다. 손해보험사 역시 가계대출 잔액이 2조원 이상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경우 올해에만 4조원 이상 가계대출이 늘었다.

이처럼 2금융권의 가계대출이 최근 급증하는 데에는 금융당국의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한 대출규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가계대출 급증을 막기 위해 시중은행의 주담대와 신용대출 관리 강화를 권고하면서, 은행 대출을 못 받거나 추가 대출이 필요한 고신용자들이 농·축협과 신협 등 2금융권으로 몰린 것이다.

2금융권의 가계대출 급증으로 연체율 상승 등 대출 부실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대출 만기 연장·이자유예가 종료되는 내년 3월부터 연체율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금융권의 연체액은 최근 상승하는 추세다. 저축은행 신용대출 연체금액은 작년 6월 501억원에서 올 6월 633억원으로 26.3% 증가했다.

보험사의 지난 1분기 대출채권 연체율은 전년 말보다 0.01%포인트 상승한 0.18%를 기록했다. 부실채권 비율(0.17%)도 작년 말보다 0.02%포인트 상승했다. 카드사의 6개월 이상 미상환된 카드 연체채권도 증가하고 있다. 금감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6개월 이상 연체채권 규모는 전년(1271억원) 대비 413억원 늘어난 1684억원을 기록했다. 3년 전인 지난 2017년(764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들어 발생한 2금융권의 가계대출 급증 현상은 시중은행과 2금융권의 규제 비대칭성 때문"이라며 "사실상 금융당국의 최근 가계대출 규제가 실패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 상환 부담 증가와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가 만료되면 2금융권의 대출 부실화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