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백신 맞으니 블루투스 켜진다?…그들이 과학을 믿지 않는 이유는

2021-10-05 16:43
백신 미접종자 500만명 달하는데…'백신 접종자 블루투스설' 떠돌며 불안감↑
"백신 접종자 옆에 가면 두통·가려움증"…백신 쉐딩도 백신 불안감 유발 한몫
전문가 "모두 근거 없는 내용들…'확증 편향'이 황당한 주장 부채질"

백신 접종 이상반응 모니터링 [사진=연합뉴스]

 
끝내 백신 접종을 하지 않기로 한 이들이 약 5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백신 접종자에게 미확인 블루투스가 감지된다는 내용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백신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블루투스를 켜면 백신 접종자 인원만큼 정체불명의 기기가 나타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다시 말해 백신이 사람들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얘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5일 백신 부작용을 겪은 이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백신과 블루투스의 연관성을 주장하는 글이 한 달 동안 60여건 올라왔다.

한 회원은 "최근 방문한 공연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블루투스를 켜니 관람객 수만큼 블루투스 장비가 감지됐다. 특히 집에 혼자 있을 때는 단 한 개의 블루투스도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남편이 있을 때는 영문과 숫자로 조합된 블루투스 코드가 나타난다. 참고로 남편은 백신 1차 접종자다. 앞으로 몇 달 이내에 많은 일이 벌어질 것 같다"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모든 백신 접종자에게 블루투스가 활성화돼 있으며, 연결된 블루투스 장치명은 12자리 숫자와 영문자의 조합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변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 많은 블루투스가 감지되고, 미접종자와 함께 있을 때는 블루투스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특히 사람이 없는 숲이나 공원에서 블루투스를 실행하면 이런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다시 말해 백신 접종자는 하나의 사물 인터넷처럼 모든 곳에서 연결될 수 있다는 뜻이다. 사물 인터넷은 사물에 센서를 달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기술을 말한다.

한 회원은 "백신에 나노 칩이 첨가돼 블루투스에 각기 다른 숫자들이 잡히는 것으로 보인다. 음모론이 실제라니 무섭다. 절대로 백신 맞지 않겠다"고 했다.
 

[사진=백신 부작용을 겪은 이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백신 쉐딩(Shedding)도 백신 접종을 꺼리는 요소 중 하나다. 백신 쉐딩은 백신 접종자들이 바이러스 입자를 방출해 주변 사람에게 두통과 가려움증 등을 유발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백신 접종자와 가까이 지내는 미접종자는 생리 주기 변화를 비롯해 심하면 유산까지 겪을 수 있다는 내용도 공유되고 있다.

백신 미접종자인 A씨는 "화이자 백신 접종자와 함께 일한 뒤로 가려움증을 겪고 있다. 두통은 덤이다. 집에 있을 때는 이런 증상이 없다가도 화이자 백신 접종자에게 가면 극도로 가렵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백신 접종자 블루투스 감지설과 쉐딩 현상은 사실일까?

영국의 팩트체크 기관인 풀 팩트(Full Fact)는 백신과 블루투스 사이에 연관성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풀 팩트는 "숫자와 영문자가 조합된 블루투스 장치명은 MAC(Media Access Control) 주소로, 블루투스로 연결할 수 있는 하드웨어 식별 코드"라고 설명했다.

풀 팩트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컴퓨터와 게임기 등도 이런 식별 코드를 가지고 있으며, 영문자 'EC'는 무선 장치를 만드는 로지텍 제품이다. 쉽게 말해 이들이 주장하는 블루투스 장치명은 비디오 플레이어, 컴퓨터, 프린터 등을 만든 제조업체 번호로 보인다"고 전했다.
 

접종 위해 준비된 모더나 백신 [사진=연합뉴스]


백신 쉐딩 현상도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젠 군터 박사는 AP통신에 "백신이 타인의 생리 주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은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백신은 그런 바이러스를 발산하지 않는다"고 했다. 호주 과학 아카데미도 홈페이지를 통해 "백신 접종자가 주위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단지 백신은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백신을 둘러싼 황당한 주장이 끊임없이 생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확증 편향'이 백신 신뢰를 떨어트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확증 편향은 자기 생각과 부합하는 정보만 주목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독일 에르푸르트 대학교의 코넬리아 베치 교수는 BBC를 통해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들은 본인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 백신의 위험성과 관련된 정보만 찾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선 정확한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런던대학교 세인트조지스 인구보건연구소의 모하마드 라자이는 "백신 부작용과 코로나19 감염 등을 그래픽으로 비교해 어느 쪽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지 그래픽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백신이 충분한 실험을 거치지 않았다는 주장은 백신 개발 역사에 대한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
 

'위드코로나' 위한 백신 미접종 580만명 접종 유도 고심 [사진=연합뉴스]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인간 행동 연구소의 제시카 살레스카 연구원도 "사실과 통계를 제공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백신 미접종자들의 우려를 충분히 존중하는 것이다. 그들의 두려움을 인정하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아주경제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