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제 어디까지 왔나?…제약업계 '잰걸음'

2021-10-03 11:5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제약업계에서 치매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발족한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이 치료제 개발 지원을 위한 본격적인 시스템 구축에 들어갔다.

지난달 2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KDRC)이 '2021 치매치료제 연구개발 동향 및 지원방안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오는 2028년까지 총 1987억원을 지원한다.

이날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은 세미나에 앞서 양 기관 간의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장인 묵인회 서울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은 지난해 7월 출범한 이래로 총 48개의 과제를 선정한 바 있다. 그간 중앙치매센터, 한국뇌연구원, 서울대학교병원 인체자원은행 등 국내 여러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오늘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도 MOU를 맺게 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은 미국의 치매환자단체 '상염색체 우성 알츠하이머 네트워크(DIAN)', 영국 의학연구위원회(MRC)가 지원하는 민간협력기구 '치매연구정보통합시스템(DPUK)'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묵 교수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운영하는 치매뇌은행, 한국화학연구원,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 등과 업무협약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은 저비용·저침습·고정밀 치매 조기진단법 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묵 교수는 "치매의 원인 규명 및 발병 기전 규명 연구는 기초 연구인 것 같지만 진단 바이오마커와 치료 타깃을 발굴하는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발굴한 타깃을 예측 및 진단기술 개발 혹은 예방 및 치료기술 개발로 연계시켜서 정확하고 접근 용이한 저비용·저침습·고정밀 치매 조기 진단법을 개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예방 및 치료기술 개발에서는 타깃 약물 치료법의 다변화를 통해서 치매 원인 치료제를 개발하고 한국형 예방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 2030년까지 적어도 5개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실용화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은 '기초·임상연구 레지스트리(TRR)'와 ‘치매연구정보통합연계시스템(DPK)' 구축을 추진 중이다. 흩어져 있는 임상 데이터 등을 통합 관리·활용해서 연구자 간 그리고 산학 네트워크를 활성화시키고, 연구 성과 창출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은 치매치료제를 개발 중인 21개 제약사를 지원하고 있다. 현재 △바이오제네시스 △비비비 △캔티스 △퓨처캠 △뉴로핏 △아이메디신 △와이브레인 △동국제약 △넥스모스 △에이비켐바이오 등이 사업단의 예측 및 진단기술 개발 과제에 선정, 지원을 받고 있다.

묵 교수는 "예측 및 진단기술 개발은 5년간 진행되는 과제로, 5년이 끝날 때는 정말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신의료기술 허가까지 다 받아서 국민들에게 진짜로 진단을 해 드릴 수 있는 그런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체적으로 21개의 회사가 참여하고 있고, 이들 회사들이 좋은 기술을 가지고 실제로 시장에서 출시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사업단의 기초 연구 성과물들을 넘겨드릴 수도 있고 향후 인허가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으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같은 곳의 도움을 받아 시장에 출시될 수 있도록 사업단이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사진=AP통신]


◆치매치료제 국내 개발 현황은?

국내에서는 젬백스앤카엘, 일동제약, 아리바이오, 메디포스트 등이 치매치료제 개발에 도전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젬백스는 치매치료제 'GV1001'의 임상 2상을 완료하고 올해 초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을 신청했지만 시험 대상자 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젬백스는 시험 대상자를 추가 모집해 임상 3상을 재신청할 계획이며 미국 임상 2상과 유럽 임상도 준비 중이다.

아리바이오는 지난 3월 미국에서 'AR1001'의 임상 2상 시험(210명 대상, 6개월 투여)을 완료했다.

저농도 투여군(10mg)과 고농도 투여군(30mg) 모두 인지기능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했으며, 올해 안에 FDA 임상 3상 계획서(IND)를 제출할 예정이다.

메디포스트의 경우 '뉴로스템'의 임상 1/2a상 결과 1차 유효성 평가 지표인 인지행동검사(ADAS-Cog)의 변화량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투약 환자의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수치가 떨어진 것을 확인, 추후 연구 설계를 보완해 치매 치료제 개발을 이어갈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2019년 'IDI201'의 국내 임상 3상을 승인받고 연구 대상자를 모집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IDI201은 멀구술나무의 열매인 천련자에서 추출한 천연물로, 치매의 주요 발병 원인을 억제하고 신경세포 보호 작용을 하는 치매 치료제 후보 물질이다.

셀트리온은 아이큐어와 공동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용 패치제 '도네리온패취'에 대한 국내 독점 판매계약을 지난 8월 체결했다.

지난 2017년 셀트리온은 아이큐어와 도네페질 패치제에 대한 국내 공동 판권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독점 판매 계약에 따라 국내에서 약 12년간 독점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양사는 올해 4월 식약처에도 도네리온패취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승인 시 도네리온패취는 세계 최초 도네페질 패치제가 된다.

현재까지 도네페질은 제형 개발의 어려움에 따라 하루 1회 복용하는 경구용으로만 상용화됐다. 도네리온패취는 주 2회 부착하는 형태로, 경구제 대비 복약 순응도를 개선하고 편의성을 높일 전망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도네페질 패치제는 복약 순응도 및 편의성 향상이라는 장점을 가진 만큼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