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반발 속 중대재해법 시행령 국무회의 통과
2021-09-28 11:10
안전보건확보의무 등 세부 시행내용 담아
경영계 "준수사항 모호…과도한 처벌 우려"
경영계 "준수사항 모호…과도한 처벌 우려"
노사 모두의 지지를 얻지 못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이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한 뒤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은 내년 1월 27일부터 적용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위임한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직업성 질병자와 중대시민재해 공중이용시설 범위, 중대재해 발생 때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하는 기준인 안전보건확보의무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불화수소·불산 노출로 발생한 화학적 화상·폐부종, 고열이나 폭염 현장에서 작업하다 생긴 심부체온상승을 동반한 열사병 등이 여기에 속한다. 급성중독에 준하는 질병은 인과관계 명확성(급성)과 사업주 예방 가능성, 피해 심각성을 따져 정한다.
중대시민재해 적용 대상인 공중이용시설은 연면적 2000㎡ 이상 지하도상가, 연장 500m 이상 방파제, 바닥면적 1000㎡ 이상 영업장, 바닥면적 2000㎡ 이상 주유소·충전소 등으로 정해졌다.
6개월에 1번 이상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개선하고, 재해예방용 인력·시설·장비 등 예산도 편성해야 한다. 안전보건관리 책임자 등에겐 필요한 권한과 예산을 주도록 했다.
재해 발생에 대비한 지침(매뉴얼)을 만들고, 반기에 1번 이상 점검을 벌여야 한다. 제3자에게 도급이나 용역·위탁을 할 땐 종사자 안전·보건 확보를 위한 기준과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인체 유해성이 강한 원료나 제조물은 주기적으로 유해·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위험징후에 대응할 조치도 마련하도록 규정했다.
시행령은 안전보건교육 미이수 과태료도 정했다. 안전보건교육은 안전·보고에 관한 경영 방안과 중대산업재해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책을 담아야 한다. 교육은 20시간 이내에서 참여자 부담으로 이뤄진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1차에 1000만원, 2차 3000만원, 3차 땐 5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은 공개한다. 중대산업재해 범죄로 형이 확정된 사업장은 회사 이름과 재해 발생 일시·장소, 피해자 수, 재해 내용·원인, 해당 사업장 최근 5년간 재해 발생 여부 등을 공개한다. 정부는 관보나 고용노동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1년간 게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처벌이 아니라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는 최소한의 안전 틀"이라며 "앞으로 분야별 고시 제정과 지침(가이드라인) 마련, 관련 교육 등을 펼쳐 법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시행령은 지난 7월 12일부터 8월 23일까지 40일간 입법예고한 뒤 차관회의를 거쳐 이날 국회에 상정됐다.
입법예고 기간 노사가 요구해온 내용은 반영하지 않았다. 노동계는 중대산업재해에 뇌심혈관계 질환 등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빠졌다. 위험작업 2인1조 의무화 요구 등도 수용하지 않았다.
경영계도 불만을 터트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경영계 요구 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경총은 "경영책임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 내용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법률상 불명확성을 해소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무엇을 지켜야 할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매우 엄한 형벌에 처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하는 법이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겐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