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채 이자 못갚은 헝다 '디폴트 위기'…구경만 하는 中지도부

2021-09-24 08:16
블룸버그 보도...中 당국 헝다그룹에 "디폴트 피할 것" 지시
지방정부에 헝다 파산 후속조치 지시했다는 보도도 나와
23일 달러채 이자 지급 못해…다만 한달 유예기간 남아

23일 파산 위기에 몰린 중국 대형 민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광둥선 선전 본사 앞에서 건물 내 진입을 시도하는 투자자들이 공안과 경비원들에 둘러싸여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유동성 위기 속에 파산설이 나도는 중국 부동산재벌 헝다그룹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23일 만기 도래한 달러채 이자를 갚지 못하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가 한층 더 커졌지만, 중국 당국이 헝다그룹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은 헝다그룹에 아무런 지원책 없이, 단순히 디폴트를 피하라고만 지시한 데다, 지방정부들에 헝다그룹의 파산에 대비해 후속 조치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헝다그룹에 단기적으로 달러 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당국은 건설 중인 주택을 완공하고 개인투자자들에게 자금을 상환하는 등의 지침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헝다그룹 관계자를 만나 채권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당국은 원론적인 수준의 지침을 내렸을 뿐 디폴트를 피하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이에 블룸버그는 중국 당국이 당장 헝다그룹을 지원하기보다는 헝다그룹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중국 당국은 각 지방정부에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에 대비해 후속 조치 준비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당국이 지방정부들에 헝다그룹의 잠재적인 몰락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헝다그룹을 구제하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WSJ은 해석했다.

WSJ는 지방정부와 국영 기업들은 헝다그룹이 채무 상환 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막판에 가서야 개입하도록 지시받았다고 했다.

현재 중국 정부는 헝다 사태에 대한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지난 22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경제동향을 면밀히 분석해 거시 정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경기주기 사이의 정책을 미리 세밀하게 조정하겠다"고만 할 뿐, 헝다 사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중국 관영 매체들도 별다른 논평을 내고 있지 않다. 다만 중국 정부의 비공식 '입'으로 통하는 후시진 중국 관영 환구시보 편집장은 지난 1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일단 문제가 발생한 기업은 '대마불사'의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된다"며 시장의 순리대로 자신의 역량에 기반해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국정 목표인 '공동부유(共同富裕, 다같이 잘사는 사회)' 국정 기조 아래 부동산 업계에 흘러가는 자금을 강력히 통제하면서 헝다그룹 사태가 불거진 만큼 정부가 직접 구원의 손길을 내밀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헝다그룹은 23일 만기가 도래하는 일부 채권 이자를 지급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끈 상태다. 하지만 같은 날 예정된 역외 달러채에 대한 이자 8353만 달러는 결국 지급하지 못했다. 오는 29일에도 역외 달러채에 대한 4750만 달러 이자 지급이 예정돼 있다. 해당 채권들은 지급 예정일부터 30거래일간 유예기한이 있긴 하지만, 이 기한 내에도 이자를 내지 못하면 디폴트로 처리되는 만큼 시장 불안 요소는 아직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