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분양 적고 분양 미뤄진 서울, '분양 가뭄'에 단비는 언제
2021-09-03 07:00
남은 4개월간 분양 예정물량은 3만6148가구…분양 가능할지는 미지수
4년간 급상승한 청약 경쟁률…앞으로도 더 오르거나 유지될 전망
4년간 급상승한 청약 경쟁률…앞으로도 더 오르거나 유지될 전망
서울 주택시장은 지난달까지 극심한 '분양가뭄'을 겪었다. 연초에 예상됐던 분양이 뒤로 미뤄졌으며, 실제로 입주가능한 일반물량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3일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8개월간 서울시에 분양된 아파트는 11곳 4777가구였다. 이 가운데 실제로 수요자들이 청약 가능한 일반분양 물량은 1809가구에 그쳤다.
작년 같은 기간 2만8131가구(일반분양 9512가구), 2019년 1만5365가구(일반분양 7836가구) 등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다. 2021년을 제외한 최근 4년 간 연간 평균은 2만332가구(일반분양 9161가구)였다.
이런 현상은 올해 분양 예정됐던 물량이 뒤로 밀려나며 발생했다. 연초 부동산 정보업체에선 올해 1~8월 서울에서 16곳, 2만6083가구의 분양이 이뤄질 전망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1만2032가구의 대단지인 강동구 둔촌주공이 연기된 것을 필두로 이문동 이문1구역래미안(2904가구), 성북구 장위10구역(2004가구), 중랑구 중화1주택재개발정비사업(1055가구) 등도 미뤄지며 상반기 분양 가뭄을 불러왔다. 또한 대단지인 래미안원베일리(2990가구)가 분양했지만 일반분양은 224가구에 그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최근 서울 부동산 시장은 뜨거운 상태라 건설사들이 서울에는 분양을 나중에 해도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서울 지역 아파트 분양을 굳이 서두르지 않고 부동산 열기가 식기 전에 지방이나 수도권 외곽 등 아파트 분양에 먼저 힘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만약 분위기가 반전되면 지방 등 비교적 인기가 덜한 분양부터 타격을 받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렇듯 지난달까지 분양이 여러 곳 밀리며 남은 기간 분양 예정물량은 크게 늘었다. 문제는 이 예정물량 또한 정상적으로 분양될지 모른다는 점이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오는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분양 예정물량은 3만6148가구에 달한다.
앞서 미뤄진 단지들도 포함됐다. 둔촌주공 12월 분양 예정물량으로 잡혀 있고 중화1주택재개발정비사업은 분양하는 달이 미정으로 바뀐 상태다.
부동산114가 지난해 6월 내놓은 하반기 분양 예정 자료를 보면 둔촌주공은 지난해 7월 분양 예정물량으로 잡혀있었다. 최근 분양된 래미안원베일리도 지난해 11월에 분양 예정이었지만 올해 들어 분양됐다.
또한 올해 안에 분양될 것으로 예정됐던 장위10구역은 아예 분양 예정 자료에서 빠졌다. 사랑제일교회 철거에 대한 반발로 소송 등이 진행되며 재개발 추진에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현재 장위10구역의 90% 이상이 철거를 완료한 상황이지만 분양은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아직 분양예정 달조차 정해지지 않은 곳도 15곳 8630가구에 달한다.
윤지해 연구원은 "예정물량은 건설사 등의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기 때문에 남은 기간 분양물량도 예정대로 분양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특히 둔촌주공 분양은 다시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달엔 △e편한세상강일어반브릿지(전체·일반 593가구) △강서금호어울림퍼스티어(신혼희망타운)(전체·일반 348가구) △우장산한울에이치밸리움(전체·일반 67가구) △센트레빌파크프레스티지(전체 752가구, 일반 454가구) △이문1구역래미안(전체 2904가구, 일반 803가구) 등 전체 4664가구 일반 2265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점점 열기 더해가는 청약…2017년 경쟁률의 9배
이런 상황에 청약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이 처음으로 세 자릿수를 나타냈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111.4대1을 기록했는데, 이는 부동산114가 청약 경쟁률을 집계한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2017년엔 12.59대1(1~8월, 13.9대1)이었다. 지금의 9분의1 수준이다. 이후 매년 경쟁률은 올랐고 2018년엔 30.6대1(1~8월, 27.36대1), 2019년에는 31.67대1(1~8월, 19.93대1)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88.26대1(1~8월, 64.58대1)까지 급상승했다. 서울의 공급 물량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경쟁률이 오르며 당첨 가점도 함께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당첨 청약 가점은 지난 2017년 44점에서 올해 59점으로 뛰었다. 최저 가점 평균도 같은 기간 31점에서 57점이 됐다. 57점은 39세 가구주, 4인 가족이 받을 수 있는 최고점이다.
이런 상황에 분양이 미뤄지는 아파트 인기는 더 상승할 전망이다. 청약 열기는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대기수요가 점점 쌓이며 당첨 가점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 주변과 가격이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누구나 로또라고 생각하며 청약을 한다"며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청약은 비교적 저렴하게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라 청약 수요는 계속 쌓일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 팀장도 "당분간 서울 집값은 떨어질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며 "대기수요가 넘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나오는 물량 모두 인기리에 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권 팀장은 "결국 가점을 높여야 청약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세대원 수를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거나, 비교적 인기가 덜한 구조의 아파트에 청약하면 조금이라도 당첨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