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文, 임기 말 대면 정상외교 본격화…포스트 코로나 새 모델 구축

2021-08-30 08:00
코로나 사태 속 카자흐 이어 콜롬비아 정상 방한 성사
미·중·일·러 ‘4강국 방한’ 숙제로…임기 내 성사 불투명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벤처붐 성과보고회 'K+벤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대면 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 카자흐스탄에 이어 25일 콜롬비아가 국빈 방한을 했다. 일주일 새 중앙아시아와 중남미의 대표적인 국가들과 국내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외교가에서는 국내·외적인 불확실성에서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 외교정책에 첫발을 디뎠다고 평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카자흐스탄과 콜롬비아와의 정상회담은 중앙아시아와 중남미 지역으로 외교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이른바 ‘4강국’과의 정상회담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6개월가량 남은 임기 안에 성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중남미 유일한 한국전 참전국…콜롬비아와 경제회복 ‘한뜻’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이반 두케 마르케스 콜롬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포스트 코로나 경제회복을 위해 뜻을 모았다.

특히 디지털전환, 친환경 성장 정책을 함께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콜롬비아는 중남미 유일의 한국전 참전국이자 우리와 민주주의, 평화의 가치를 공유하는 전통적인 우방국이다. 2016년 한-콜롬비아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래 우리와 교역,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온 중남미 3대 신흥경제국이기도 하다.

특히 콜롬비아는 중남미 국내총생산(GDP)의 34%를 차지하는 태평양 동맹(Pacific Alliance·PA)의 올해 의장국이다. 중남미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정부의 외교 다변화 노력 일환으로 마련된 이번 정상회담은 중남미 진출 교두보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클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양 정상은 올해 양국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수립 10주년, 콜롬비아의 한국전 참전 70주년을 맞아 그간의 양국 협력 성과를 평가하고 내년 수교 60주년을 맞아 포괄적·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콜롬비아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친환경 인프라 프로젝트 사업에 경험과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 기업들의 참여를 위한 두케 대통령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두케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국의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발전상에 큰 관심을 갖고 항상 동경해왔다면서 한국 기업들의 참여를 환영한다고 화답했다.

두케 대통령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 정부의 방역 협력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콜롬비아 참전용사 및 가족에 대한 보훈 협력 확대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추진 노력에 대해 설명했고, 두케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변함없는 지지를 확인하고 지원 의사를 전했다.

두케 대통령은 방한 기간 중 총 27번의 트위터 메시지를 게재하는 등 활발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활동을 벌이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콜롬비아와의 관계에 대해 “한국과 콜롬비아는 내년에 수교 60주년을 맞는다”면서 “2011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가 돼 미래지향적이고 포괄적인 협력의 모범을 만들어 왔고, 양국의 상호 보완적인 경제협력을 통해 공동번영의 길을 열어왔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후 새로운 양국 관계 발전 비전을 담은 공동선언문도 채택했다.
 

김정숙 여사가 지난 26일 오후 국빈 방한 중인 콜롬비아 대통령의 부인 마리아 훌리아나 루이스 여사와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해 전시된 유물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소프트 외교 돋보인 김정숙 여사…교육·환경 이슈 주도

한국과 콜롬비아 양국 영부인들의 소프트 외교도 돋보였다. 김정숙 여사는 방한 기간 동안 환담에 이어 외부 행사까지 함께하며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특히 김 여사는 25일 진행된 환담에서 한국문화와 케이팝(K-pop)에 관심이 많은 콜롬비아 대통령의 부인 마리아 훌리아나 루이스 여사와 관련 대화를 나누는 등 줄곧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먼저 김 여사는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과 함께 한국을 단독으로 방문해 주셔서 매우 큰 영광”이라며 “한국과 콜롬비아 간 협력에 기여할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김 여사와 루이스 여사는 코로나로 인한 교육 격차 해소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김 여사는 지난 5월 서울에서 개최된 ‘P4G 서울 정상회의’를 상기하며 기후환경 위기를 극복하고 함께 살아갈 지구를 미래세대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이스 여사는 이에 “보존하면서 생산하고, 생산하며 보존해야 한다”는 두케 대통령의 말을 소개하며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이어 같은 날 김 여사는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과 루이스 여사와 함께 서울에 있는 국제백신연구소(IVI)를 방문했다. IVI는 우리나라에 본부를 둔 세계 유일의 백신 국제기구로 김 여사는 후원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여사는 축사에서 “국제백신연구소(IVI)를 포함한 글로벌 백신연구소 및 기업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고, 콜롬비아와 같이 든든한 파트너들과 함께 ‘국경 없는 백신 연대’로 인류의 건강한 내일의 실현을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26일에는 루이스 여사와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한-콜롬비아 친교 행사’를 진행했다.

◆4강 외교, 답보 상태…오는 9월 UN총회 ‘희망의 불씨’

각국 정상의 방한이 잇따르면서 4강들의 방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이 어려운 상황에서 오는 9월 유엔(UN)총회 대면 참석 가능성이 남아 있다. 실제 이달 초에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뉴욕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고조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이 코로나19 상황과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인한 안전 문제로 비대면 회의에 무게를 두면서 대면 회의는 불투명한 상태다.

문 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하게 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과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의 논의를 한 단계 더 구체화시킬 수 있다.

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UN총회에서 대북문제와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사다. 올해가 남북한 UN 동시가입 30주년이 되는 해라는 의미도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도 소식이 없다. 당초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대한 답방으로 한국을 찾을 예정이었으나,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일본과는 지난 6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지난달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추진됐던 한·일 정상회담이 모두 무산됐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실무적인 노력을 지속하라고 지시했지만, 자민당 총재, 중의원 선출 등 잇따른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본 국내 사정이 녹록지 않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한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고 푸틴 대통령도 방한 의사를 밝혔지만,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미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