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와 코로나19] 자가격리 위반 벌금부터 실형까지
2021-08-29 09:22
코로나19 여파 임금체불 업주에겐 무죄 사례도
28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숫자가 1793명을 기록했다. 좀처럼 코로나19 확진세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다.
대검찰청은 최근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따른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고려해 수사와 공판·집행 단계별 벌금형 업무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하는 가운데 자가 격리 방역수칙을 위반하고 무단이탈하는 사례는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개인 용무부터 친구 집 방문, 텃밭 방문, 흡연, 음식물쓰레기 배출 등 여러 사유로 무단 이탈해 고발에까지 이르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자가격리자 관리전담반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재까지 자가격리 중 무단이탈 사례는 3387건에 3459명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역학조사 과정에서 동선을 허위로 밝히거나,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주거지를 무단이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들에 대해 법원은 어떤 판단을 했을까.
▲ 자가격리 무단이탈…벌금부터 실형까지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위험성, 그로 인해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의 정도가 매우 크다. 피고인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점 등도 감안했다.
제주지법이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무단이탈해 재판에 넘겨진 60대 남성 A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하며 한 말이다.
A씨는 자신의 가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보건소로부터 13일간 주거지에서 자가격리할 것을 통보받고도 편의점에 들러 담배와 술을 사는 등 조치를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남성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점 등도 감안해 양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미국에서 입국한 B씨는 보건소에서 2주간 자가격리하라고 통보받았지만 해제 하루 전 주거지를 무단이탈했다.
이에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박성규 판사)는 B씨에게 벌금 2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가격리 통지를 받았음에도 이를 위반해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한 것으로 자가격리 조치 위반 행위에 따른 사회적 위험성, 이와 관련한 사회적 비용 문제 등을 고려해 볼 때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시했다.
감염병예방법상 지자체의 승인 없이 무단으로 격리 장소에서 이탈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주거지를 무단이탈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다.
의정부지법 형사9단독(정은영 판사)은 지난해 5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C씨에게 징역 4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동종 범죄 전력이 없으나 죄질이 좋지 않고 범행 기간이 길다"며 "다중이 이용하는 위험시설도 방문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기와 경위 면에서도 단순히 답답하다는 이유로 무단이탈해 술을 마셨다"며 "당시 대한민국과 외국에 코로나 상황이 심각했고 의정부 부근도 마찬가지였던 만큼 엄정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코로나19 여파…임금체벌 업주에게 무죄 사례도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에 시달리던 D씨는 임금을 미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코로나19 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들의 상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수원지법 형사4단독(김두홍 판사)는 직원 9명의 임금과 해고예고수당 등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D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D씨는 뷔페를 운영하다 지난해 3월 코로나 3차 대유행의 여파로 폐업을 해야했다.
이 과정에서 예고 없이 직원 9명을 해고했고, 임근 5700여만원을 지급하지 못해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으로서는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천재 또는 부득이한 사유로 경영상 어려움에 부닥쳐 임금을 줄 수 없었던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의 점에 관한 책임조각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지난해 2월 뷔페 관련 업종 매출이 급감했고 피고인도 마찬가지로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러다가 같은 해 3월 폐업신고를 하고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 검찰, 벌금 대체 사회봉사 기준 완화…"경제적 부담 완화"
검찰은 벌금을 납부하기 어려운 미납자의 벌금을 사회봉사로 대체해주는 기준을 확대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한시적으로 시행한다.
대검찰청은 코로나19 확산 장기화에 따른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을 고려해 수사와 공판·집행 단계별 벌금형 업무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검찰은 수사단계에서 양형조사를 통해 경제사정과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경제적 어려움이 확인된 경우 구형량을 낮추거나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 구형을 활용할 방침이다.
△영업중 발생한 경미한 행정법규위반 △생계형 재산범죄 △단순과실 △코로나19 상황이 동기가 된 범죄 등 선처 필요성이 큰 범죄 등이 선정 대상이다.
2018년 1월 개정 형법 시행으로 500만원 이하 벌금형은 집행유예가 가능하다. 이에 검찰은 사안에 따라 벌금 납부를 면제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 '벌금형 집행유예를 적극 구형' 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소 후 공판단계에서도 검찰은 양형조사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고, 구형변경을 통해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적극 구형할 전망이다.
또 검찰은 그간 소득 수준이 중위소득 30% 이하인 경우에만 사회봉사 대체를 청구했지만 앞으로는 청구 기준을 중위소득 5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500만원 이하 벌금 미납자 중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은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이 허가할 경우 벌금형을 사회봉사로 대체할 수 있다.
소득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코로나19 여파로 형편이 어려워진 사정이 증명되면 법원에 사회봉사 대체를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은 또 생계 곤란 벌금 미납자가 납부 기한 내 분할납부나 납부 연기를 신청하면 미납액 일부를 납부하는 조건 없이도 이를 허가하기로 했다.
벌금 미납 지명수배자에게도 생계가 곤란하면 미납금 일부 납부 조건 없이 분할납부와 납부 연기를 허가하고 지명수배 해제와 강제집행 보류로 경제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벌금 분할납부와 납부 연기는 전화상담 후 대검찰청 및 법무부 홈페이지 내 벌금 분납·납부 연기 신청 서식을 내려받아 관할 검찰청 집행과에 팩스나 담당자 이메일로 신청하면 된다.
대검 관계자는 "벌금형 업무를 현재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경감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