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자보험 확대한 보험사 불완전판매 우려 커진다

2021-08-25 18:00
생보 빅3 유병자보험 판매건수 전년 대비 20% 급증…손보사는 유병자실손보험 가입건수 3년새 39배 늘어
일반보험보다 보험료 2배 높아…무분별한 영업경쟁 시 불완전판매 우려 커져

간편심사보험(유병자보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국내 보험영업 경쟁이 과열되면서 과거보다 보험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자, 일반보험보다 심사기준을 완화해 보다 쉽게 판매고를 올릴 수 있는 유병자보험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유병자보험 판매 경쟁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보험사의 유병자보험 영업 압박에 일부 설계사가 일반보험보다 2배가량 비싼 유병자보험을 일반보험처럼 속여 판매할 경우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5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의 올해 상반기 유병자보험 계약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늘어난 30만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업계에서는 유병자 실손보험의 판매고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손보사의 유병자 실손보험 가입건수는 56만건으로 전년(44만건)보다 27% 늘었다. 지난 2017년 3만건에 불과하던 유병자 실손보험 가입건수는 3년 만에 39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유병자 보험은 사망보험금(종신보험), 입원·수술 비용(건강보험)을 지원한다. 주 가입 대상은 지병이나 수술 이력이 다른 연령대보다 많은 60세 이상이다. 유병자 보험은 간편 보험으로도 불린다. 과거와 달리 보험사가 제시한 질문 3개만 통과하면 간편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교보생명이 지난 4월 출시한 '교보간편가입 건강보험'은 △최근 3개월 내 입원·수술 등 필요 소견 △최근 2년 내 질병·사고로 인한 입원·수술 △최근 5년 내 암·간경화 등으로 인한 진단·입원·수술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경증질환, 과거 병력이 있어도 들 수 있다. 최근엔 질문을 1, 2개로 더 줄인 초간편 보험 상품까지 나왔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최근 3개월 내 입원·수술·추가검사 필요 소견 없음 등 2가지 요건만 충족하면 가입할 수 있는 '초간편든든플러스 종신보험' 상품을 내놓았다.

보험사들이 유병자보험 상품을 확대하고 있는 데는 보험영업 경쟁 심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저출산과 20~30대 젊은 층의 보험 수요가 줄면서 유병자를 새로운 보험시장으로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유병자보험 영입 경쟁이 자칫 불완전판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유병자보험의 경우 일반심사보험(일반보험)보다 가입 절차를 간소화한 대신 보험료가 최대 2배 이상 비싸 일반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소비자에게도 유병자보험 가입을 권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보험사들이 앞다퉈 유병자보험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등 유병자보험 판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며 "실적 확대를 위해 일부 설계사들이 일반인에게도 유병자보험 판매를 강행해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