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도 언론중재법 비판 ‘봇물’…“언론 자유 침해하는 과도한 규제”

2021-08-21 13:36
IFJ·SFCC 등 일제히 성명 내고 철회 촉구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규탄하고 있다.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됐다. [사진=연합뉴스]


언론중재법 논란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기자연맹(IFJ) 등 국제 언론단체들이 일제히 비판에 나서고 있다. 이들 단체는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의 국회 상임위원회 강행 처리를 비판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IFJ는 21일 한국기자협회에 보낸 성명에서 “IFJ는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이 법안의 폐지를 요구하며 25일 본회의에서 부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IFJ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을 언급, “의사 결정에 관한 법률이 모호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IFJ는 “이 법안은 ‘가짜뉴스’에 대한 근본적인 오해에서 비롯됐다”면서 “또 법안 내용이 허술해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며 오보에 대해서까지 과도한 처벌 규정이 있어 한국 기자들 사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1926년 창설된 IFJ는 140개 국가, 60만명의 기자가 회원으로 가입된 국제언론기구로 한국기자협회는 1966년 정회원으로 가입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이사회도 전날 성명에서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제도가 필요하다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민주사회의 기본권을 제약할 수 있는 논란의 소지가 큰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소탐대실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면서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한국이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뤄내며 해외 언론들의 관심도 높아져 65년 전 9명으로 시작한 SFCC도 현재 외신기자 정회원 300여명 규모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최근에는 동아시아 지역 미디어 허브를 서울로 옮기는 해외 언론사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들 중 상당수는 촛불집회를 통한 평화로운 정권 교체와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한 언론 환경과 언론에 대한 인식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SFCC 이사회는 “그러나 최근의 언론중재법 개정 움직임으로 인해 그간 대한민국이 쌓아 올린 국제적 이미지와 자유로운 언론 환경이 후퇴하게 될 위험에 빠지게 됐다”면서 “권력자들이 내외신 모두의 취재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언론인협회(IPI) 역시 지난 17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성명에서 “한국은 ‘가짜뉴스’ 규제법 신설을 철회해야 한다”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은 비판적인 보도를 위협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신문협회(WAN-IFRA)도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이 개정안은 비판 언론을 침묵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며 언론중재법 철회를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