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의 귀환] 세계는 '직류' 전쟁...AI 시대 최적 솔루션 부상

2024-11-27 04:49
AI시대 속 에너지 효율 대세는 직류
HVDC 세계 상용화...MVDC 실증단계
산업부, AC·DC 하이브리드 배전망 속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1893년 미국 시카고에서는 역사에 남을 '전류 전쟁(Current War)'이 벌어졌다.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가 각각 직류(DC) 시스템의 안전성, 교류(AC) 방식의 경제성을 강조하며 송전 방식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이다. 결과는 테슬라의 승리로 돌아갔다. 에디슨의 DC 기술로는 전력을 멀리까지 전송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후 AC는 송배전 체계의 표준 기술로 군림했다. 

한 세기가 훌쩍 지나 전류 전쟁이 재점화하는 모습이다. 과거의 단점을 보완한 DC 기술이 대용량 전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앞세워 새 표준 등극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인공지능(AI) 시대가 도래하면서 DC 송배전 체계가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대세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26일 한국전력과 한전경영연구원 등에 따르면 세계 DC 시장의 경우 고전압직류(HVDC)는 상용화가 한창이고 저전압직류(LVDC)는 상용화 초기 단계, 중전압직류(MVDC)는 실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DC는 전압 등급에 따라 대규모·장거리 송전에 적합한 HVDC, 중규모·중장거리에 특화된 MVDC, 소규모 송전에 적용되는 LVDC 등으로 구분된다. 

글로벌 DC 시장을 선도하는 건 중국이다. 300㎞가 넘는 장거리 송전용 HVDC뿐 아니라 MVDC·LVDC 분야에서도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 유럽도 송전 용량을 늘리고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DC 송배전망 확충에 나서는 중이다. 

우리나라 한전 역시 배전 시스템을 AC에서 DC로 교체한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MVDC·LVDC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기존 AC 배전망에 DC 배전망을 추가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AC와 DC를 혼용할 경우 재생에너지 연계 용량 60% 증대, 전력 변환 손실 10% 저감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AC·DC 간 호환을 통해 전력망의 최적 효율성을 달성해야 한다"며 "민관이 협력해 세계적으로 초기 단계인 MVDC 배전 기술력을 조기에 갖춘다면 전력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전력 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HVDC 기술의 국산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부는 현재 진행 중인 요소기술 식별과 경쟁력 분석을 연내 완료하고 소요 예산 도출, 예비타당성 검토 등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실증 사업을 구체화한다는 계획이다.

DC 전환은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필요 조건이다. AI 산업 발전에 소요되는 대규모 전력 공급에 DC 체계가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전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DC를 활용하면 기존 대비 효율을 10%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며 "(AI용 전력 수요 충당을 위해) 발전소를 더 짓는 게 최종 해법이지만 DC 전환으로 송전 용량을 늘리는 등 일종의 보조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류와 직류의 특징 [자료=한국전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