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한·미 훈련 시작에도 잠잠한 北..."러시아 체면 훼손 우려할 수도"

2021-08-18 00:00
통일부 "북한 반응 좀 더 지켜볼 필요 있어"

후반기 한·미 연합지휘소훈련(21-2-CCPT)이 시작된 1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훈련은 주말을 제외하고 26일까지 9일간의 일정으로 야외 실기동 훈련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실시된다. [사진=연합뉴스]
 

'엄청난 안보위기'를 예고한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이틀째인 17일에도 무력도발은커녕 비난 담화도 없이 잠잠한 모습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10일부터 사실상 시작된 한·미 훈련에 반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명의의 비난 담화를 내고 무력시위 감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부장은 김 부부장 담화를 거론, "남조선 당국에 분명한 선택의 기회를 주었던 것"이라며 "북남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 손으로 날려 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해 똑바로 알게 해줘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저강도 무력도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가 오는 21~24일 방한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이 한·미 훈련 시작에도 잠잠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대표와 함께 러시아에서 북핵협상을 담당하고 있는 이고르 마르굴로프 아시아태평양 차관도 한국 방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북한이 도발에 부담을 느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한·미 훈련 기간 동안 도발 없이 내달 대화의 장으로 나올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러시아 차관이 한국에 와서 회의하는데 북한이 도발에 나서면 북·러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 센터장은 "러시아 차관이 한국에 오면 북한으로서는 도발에 대한 부담이 생기는 것"이라며 "북한이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와도 관계를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5일 광복절을 기념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축전을 교환하고 양국 친선 관계를 부각한 바 있다.

신 센터장은 또 내주 중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미·러 3국 북핵수석대표 협의와 관련해서도 "북한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미·러가 외교적 노력을 보여준다는 의미를 가진다"면서 "그런 차원에서 볼 때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러시아의 체면을 손상시키게 돼 도발 시기를 고민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어 "그러다가 한·미 훈련기간이 지나가 버리면 옛날 얘기가 되는 것"이라며 "(북한이) 고강도 도발만 하지 않으면 얼마든 (대화가) 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 동향과 관련해 "어제 연합훈련이 시작됐기 때문에 북한의 추가적 반응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한·미 연합훈련 중 북한의 태도와 반응 등을 보다 면밀히 주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전에도 연합훈련 기간에 북한이 반응을 보여오는 시기가 특정돼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면서 "향후 북한의 태도를 주시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한·미·러 3국 수석대표 협의가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이번 주 중 미국 정부의 대북 메시지 발신이 선행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원하는 것은 (미국) 지도자의 답"이라며 "지도자 간 아무런 메시지 교환이 없는 상태에서 수석대표가 움직이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