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대선이다] 아프간 사태로 더 부각된 안보관...…與野 대선주자들 공약 좀 봅시다
2021-08-18 00:00
여야 대선주자들, 제1안보 원칙 제각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을 점령하면서 상황이 긴박하게 흘러가자 안보의식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강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소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오는 대한민국의 외교‧안보정책이 중요한 기로에 섰다. 특히,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한층 더 강화된 외교‧안보의식이 요구되면서 여야 대선주자들의 셈법도 보다 세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 대선주자들은 아직 구체적인 외교‧안보 관련 공약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자신들의 소신과 원칙을 내세우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들, 제1안보원칙 제각각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익을 중심으로 한 실리적 균형 외교‧안보'를 주장하고 있다. 대북 정책과 관련해서는 북·미가 각각 단계적 비핵화와 유엔 대북제재 해제를 하되, 북한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땐 제재를 복원하는 비핵화 방안인 ‘스냅백’을 제안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에는 육군대장 전역 후 민주당에서 국방‧외교‧안보를 담당하던 김병주 의원을 캠프에 합류시킨 뒤 ‘튼튼한 국방과 전략적 균형외교’를 강조하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는 한·미동맹 강화를 기반으로 한반도 평화를 이룩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인 ‘한·미동맹에 기초한 신외교’를 표방하고 있다.
또 지난 11일 한·중 전문가포럼에서는 “한국과 중국이 안보 분야에 전략적으로 협력해 한반도 비핵화를 비롯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넘어 한반도 번영 프로세스로 나아가기 위한 명분과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 5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강한 외교‧안보’를 원칙으로 제시하며 “‘미·중 갈등과 그에 따른 우리 국익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그것을 이분법적으로 ‘미국을 우선하냐, 중국을 우선하냐’ 해서는 안 되고 어디까지나 국익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문제의 경우 미국과 긴밀한 협의를 하면서 또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주체적인 생각을 갖고 미국과 충분히 협의해 한반도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 우선적으로는 경제적인 통일이라도 빨리 이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한·미동맹을 제1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날 대선출마를 공식화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외교‧안보 기조를 확 바꾸겠다”며 “지난 30년간 대북 강온 정책이 있었지만, 북한의 핵 위협은 오히려 절정에 와 있다. 대북 정책의 기조는 상호불간섭 주의와 체제경쟁 주의를 원칙으로 독일식 통일 정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강력한 안보로 국가 존엄과 국민 안전을 지키겠다. 주변국 그 누구도 우리를 넘보지 못하도록 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며 “한·미·일 자유주의 동맹을 강화하고 한·미 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 협정을 맺어 북한의 핵 위협에 근원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외교·안보는 공고한 한·미동맹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미 관계는 상수”라며 “그래야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우리를 존중한다. 국제적 공조와 협력의 틀 속에서 대중국 외교를 펼쳐야 수평적 대중 관계가 가능하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유승민 전 의원도 최근 인터뷰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끝났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우리가 어느 길로 갈 것인지가 정말 중요하다”며 “대통령이 되면 한·미동맹의 신뢰관계를 100%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과거와 달리 새롭고 유연한 방식으로 전술핵 재배치(비전략핵무기 전진배치)를 포함하는 한·미 핵공유를 추진하면 북핵 억제력을 충분히 강화할 수 있다”며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 비핵화에 진지하게 나서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또 대한민국이란 나라를 잘못 건드리면 자기들도 피해를 입는다는 그런 두려움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프간 사태에 야권 대선주자들 “안보 강화 필요”
아프간 사태와 관련해 여권 대선주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으나, 야권 대선주자들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능력을 지적하며 안보 강화를 외치고 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을 통해 “스스로를 지킬 결기가 없다면 어떠한 외부의 도움도 의미없다”며 “북핵은 우리 안보의 최대 위협이다. 신형 단거리 미사일을 개발한 김정은이 연초에 전술핵 개발까지 지시했으나 문재인 정권은 이를 외면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한·미 연합훈련을 남북대화의 장애물인양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이한 정세 인식과 무조건적 포용으로 평화를 지킬 수 있다는 잘못된 안보관이 크게 걱정스럽다”며 “68년간 한반도 평화를 지켜온 한·미동맹은 9·11 테러 주범 알카에다를 소탕하기 위해 급조된 미-아프가니스탄 동맹과는 비교될 수 없지만 아프가니스탄 붕괴의 참담한 모습을 지켜보며 우리는 다시 안보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유 전 의원도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아프간 사태는)미국이 '국익을 위해 미군을 철수한다'며 20년 동안 주둔했던 아프가니스탄을 떠난 지 불과 몇 달 만의 일”이라며 “스스로 지킬 능력도, 의지도 없으면 나라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보여 준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자주국방의 성과를 자랑했으나 정작 누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며 “나라를 지키려면 위협을 정확히 식별해야 하고 주적관이 뚜렷해야 한다. 국군통수권자가 북한 핵무기의 위협을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나라를 지키느냐”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