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붕괴] ‘코로나19’ 피로감 커진 의료진…“우울위험·자살생각률↑”

2021-08-18 05:00
생활치료센터, 선별검사소 2725명 의료인력 파견
1765명 중 우울 위험군 33.4%
‘자살생각률’도 19.9%까지 치솟아

지난 17일 오전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북구청어린이집 원생들이 의료진들을 응원하기 위해 보낸 편지가 붙여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지속되는 가운데 의료진들의 피로감도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확진자 치료와 선별검사 등 수없이 이어지는 진료행위로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 상태에 놓이기 직전이다.

1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373명 발생해 누적 확진자 수는 22만6854명으로 늘었다.

사망자는 6명 발생해 누적 사망자는 2173명으로 늘었고, 위중증 환자는 전날보다 1명 증가한 354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격리 해제자는 1026명으로 총 19만7224명이 격리 해제돼, 현재 2만7457명이 격리 중이다.

정부는 선제적인 진단검사를 확대해 적극적으로 환자를 찾고, 역학조사를 통한 추적과 격리를 실시하는 등 강화된 방역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시 선별검사소에는 의료인력 646명을 추가로 배치해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생활치료센터는 총 79개소 1만8053병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가동률은 62.2%로 6829병상의 이용이 가능하다.

감염병전담병원은 총 8644병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가동률은 전국 76.1%로 2064병상의 이용이 가능하다. 수도권은 730병상의 여력이 있다.

준-중환자병상은 총 431병상을 확보하고 있고, 가동률은 전국 64.3%로 154병상의 이용이 가능하다. 수도권은 81병상이 남아 있다.

중환자병상은 총 810병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전국 272병상, 수도권 143병상이 남아 있다.

이러한 병상 확보 노력과 함께 의료기관, 생활치료센터, 임시 선별검사소, 예방접종센터 등에 의사, 간호사 등 2725명의 의료인력을 파견해 치료와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보건인력 정신건강, “우울 위험군 33.4%, 2개월 만에 15%p↑”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373명을 기록한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업무 중 냉풍기 앞에서 열기를 잠시 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와 치료율이 높아지는 만큼 의료진들의 정신건강 악화 등 피로감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최근 ‘보건소 인력 정신건강 조사 결과 및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코로나19가 1년 6개월 넘게 장기화하면서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서 방역업무를 수행해 온 보건 직원들이 업무 과중과 소진으로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들에 대한 정신건강 조사를 실시하게 된 것이다.

조사는 확진자가 많은 전국 17개 보건소를 대상으로 6월 23일부터 7월 9일까지 실시됐고, 1765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보건소 인력의 우울 위험군은 33.4%로 지난 6월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인 18.1%와 비교했을 때 매우 높게 나타났다.

이는 대응인력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존의 조사 결과보다도 높은 수치로, 코로나19가 장기화함에 따라 우울 위험군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의사 등 의료진 대응인력 우울 조사를 진행한 결과 6월 14.3%에서 8월 15.1%로 수치가 상승했었다.

‘자살생각률’은 19.9%로 지난 6월 일반국민 조사 결과(12.4%)보다 7.5%p 높게 나타났다.

불안 위험군은 27.6%로 일반국민(6월, 12.2%)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보건소 직원 중 91.1%가 삶의 질이 나빠졌고, 신체건강은 76.4%, 정신건강은 81.1%가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수면장애(134→165명), 우울증(105→118명) 등으로 인한 정신건강 의료 이용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업무에 대한 ‘유능감과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도 65.1%로, ‘그렇다(34.9%)’라고 답한 비율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원인(총 3점)은 업무량 증가‧과다(1.62점)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민원(1.57점)으로 인한 것이었으며, 현재 필요한 서비스(총 5점)는 휴가(4.03점), 인력 충원(4.02점), 수당 등 경제적 지원(3.95점) 순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 정신건강 최우선 ‘마음건강 회복지원’ 강화

지난 17일 오전 광주 북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북구청어린이집 관계자가 원생들이 의료진들을 응원하기 위해 보낸 편지, 그림, 간식 등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정신건강 조사 결과에 따라 보건소 인력에 대한 심리지원과 인력확충 등 추가 지원 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마음건강’ 회복과 재충전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불안, 우울 등을 겪는 고위험군에게 민간전문가 심층상담과 마음건강 주치의 등 지자체 정신건강복지센터 프로그램을 연계해 마음건강 회복을 지원한다.

선별진료소 방역 인력을 위해서는 휴식지원 차량을 운영하고, 숲치유(산림청), 사찰체험(문체부) 등 관계부처와 지자체 힐링 프로그램을 통해 대응인력의 재충전을 위한 지원도 더욱 강화해 나간다.

코로나 우울 예방 강화를 위해선 국가‧권역 트라우마센터의 마음 안심버스가 선별진료소를 찾아가 대응 인력에게 휴식과 심리지원을 제공한다.

이와 함께 지자체별 정신건강 복지센터에서 코로나 대응인력을 대상으로 맞춤형 심리상담 등 체감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코로나 우울 예방 캠페인 등 홍보를 통해 긍정적 극복 분위기 확산을 위해 노력한다.

범정부 협력을 통한 체계적인 심리지원도 강화한다.

관계부처와 지자체에서 대응인력 심리지원 계획을 수립하고, 코로나우울 협의체를 통해 이행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지자체와 연계‧협력을 통해 대응인력 맞춤형 심리지원을 강화한다.
 
보건 인력 확충 및 보상 강화, “감염병 대응수당 신설”
인력 확충 방안으로는 보건소의 안정적인 코로나19 대응과 업무 과중으로 인한 소진 방지 등을 위해 보건소당 평균 9명을 한시 인력으로 지원한다.

또한 보건소 조직‧인력 전수조사를 실시해 행정안전부 2022년도 기준인력 결정 시 보건소의 인력 증원이 추진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수당 추가 지원과 보건소 업무 경감을 위한 방안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올해 1월부터 감염병 대응수당을 신설하고, 7월부터는 중요직무급 대상을 기존 10%에서 15%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9월부터는 선별진료소 방역 인력에 대한 지원 경비를 추가로 지급할 예정이다. 하루 1만원 정도 인상되며, 3개월간 추가로 지원한다.

이밖에 업무량 경감을 위해 관련부처에 각종 자료 요구 및 평가를 중단하거나 연기하도록 요청해 보건소 업무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중대본 관계자는 “관계부처와 지자체에서 대응인력과 소속직원의 마음건강을 위해 심리지원 사업 추가 발굴 등 선제적 심리지원을 위해 힘쓰고 있다”며 “지자체에서는 보건소 한시인력을 신속히 채용하고, 8월 중 실시 예정인 보건소 조직‧인력 실태조사 시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