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서방 '아프간 엑소더스'…자국민 대피에 전력

2021-08-16 09:39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면서,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자국민 이송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말 내내 카불에서 외교관 및 민간인 대피를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1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전했다.

미국이 외교관들을 헬리콥터로 대사관에서 공항까지 수송에 나섰다. 앤서니 블링컨 미국 외무장관은 외교관들을 공항으로 이동시켰지만, 외교적 핵심 인력은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급한 미군의 철수가 1975년 베트남전쟁과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 완전히 다른 상황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국 대사관은 15일 저녁 카불공항으로 가지 말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어 "카불공항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면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일단은 자신이 있는 곳에 머물 것을 지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함락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15일(현지시간) 철수작전에서 나선 미군의 치누크 헬기가 카불 주재 미대사관 상공을 날고 있다. 아프간 대도시를 사실상 모두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은 이날부터 카불 진입을 시작했다. [사진=AP·연합뉴스 ]


미국 국방부는 철수 지원을 위해 추가로 1000명의 병력을 파견했으며, 총 6000명의 병력이 철수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은 밝혔다. 그러나 탈레반 정부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서방 민간인과 외교 인력들의 안전한 대피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합동군사령관이었던 리처드 배런스(Richard Barrons) 장군은 각국이 자국민 대피에 나서면서 카불공항에서 비행기 이착륙에 대한 탈레반의 동의가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쟁적인 철수 과정은 서방 동맹국이 더 많은 군대를 포함하는 더 큰 군사작전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배런스는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주 영국 외교관과 현지 직원의 신속한 대피를 위해 600명의 병력을 카불에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또한 15일 민간인과 아프간 현지 직원들의 대피를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독일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우리는 이제 앞으로 며칠 동안 우리 시민들과 전 지역 직원들의 출국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마스 장관은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미국 및 기타 국제 파트너와도 긴밀하게 접촉하고 있다"면서 "향후 며칠간 대피 조치에 있어 상호 지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자국민들은 물론 통역 및 기타 역할을 도왔던 수백 명의 아프간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대사관은 대피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FT는 전했다. 러시아대사관은 "카불은 현재 다소 긴장된 상태에 놓여 있지만, 도시에 전쟁이 없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15일 카불에 있는 러시아대사관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타스통신은 15일 탈레반 관리가 "우리는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러시아 및 기타 대사관의 안전한 운영 조건을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정책"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