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중서도 ‘준법경영’ 강조했던 이재용…사회공헌 보폭 넓힌다
2021-08-11 00:11
운신의 폭 좁아…현장 경영 보다 CSR에 역점
가석방 다음날 청소년 자립지원 센터 즉각 개소
가석방 다음날 청소년 자립지원 센터 즉각 개소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계속 지원하겠다. 위원장과 위원들은 앞으로도 계속 본연의 역할을 다해주시길 바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직후 처음 내놓은 옥중 메시지는 ‘준법 경영’이었다. 지난해 5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위) 권고에 따라 대국민 사과까지 했던 이 부회장은 이번 가석방 이후 한층 더 준법 경영에 역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사면이 아닌 가석방을 받은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좁지만, 그만큼 자중하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삼성그룹 전반의 준법 의식을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 최후진술에서도 “준법 문화라는 토양 위에서 체크 또 체크하고, 법률적 검토를 거듭해 의사결정을 해야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고 궁극적으로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삼성을 준법을 넘어 최고 수준의 투명성을 갖춘 회사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준법위도 이런 이 부회장의 기대에 부응하듯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 왔다. 준법위는 삼성 계열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권고와 의견 제시, 시정 요구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다. 지난해 2월 출범한 이후 1년 6개월이 넘은 기간 동안 준법위의 감시와 통제는 삼성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상당히 미치고 있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삼성 임직원들 또한 준법위의 권고에 따라 그동안 관례로 여겼던 삼성만의 제도와 문화를 바꿔가는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고 본다. 최근 삼성전자 노사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오는 12일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이후 그간 삼성전자가 다방면에서 전개해온 사회공헌 활동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당분간 해외 출장 등에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현장 경영보다는 사회공헌 사업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의 가석방을 두고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이 "재벌 특혜"라며 반대하는 여론을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삼성 사회공헌의 규모와 횟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가석방이 결정된 다음날인 10일 보호종료 청소년들을 위한 자립 지원 플랫폼인 '삼성 희망디딤돌' 전북센터를 개소했다. 삼성 희망디딤돌은 아동양육시설 등에서 지내다 만 18세가 돼 새로운 거처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자립을 위한 독립적인 주거공간과 교육 지원을 하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프로그램이다. 2013년 '삼성 신경영' 선언 20주년을 맞아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기부한 금액으로 시작돼 의미가 크다.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청년 지원 사업에 특히 관심이 많은데,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는 ‘동행(同行)’ 비전을 가장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부터 2년 연속으로 교육 여건이 어려운 중학생에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삼성 드림클래스' 방학캠프 현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 2019년 8월에는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 광주캠퍼스를 방문해 교육생들을 격려했다. 삼성 관계자는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서도 그룹은 동행 비전에 따라 사회적 취약계층, 협력사와의 상생추구 등에 CSR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왔다"며 "이 부회장은 복귀 이후 사회공헌 사업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