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기업 먹튀 - ②] 배당·로열티로 매년 수백억 본국 송금…국내 기부는 '찔끔'
2021-08-18 06:01
오비맥주ㆍ디아지오코리아ㆍ한국로렉스 등 본사 송금액 수 백억원대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기업의 ‘먹튀’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가 외국계 주요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발생된 순이익의 대부분을 배당이나 로열티 명목으로 본국에 지급하는 외국계 기업들이 다수 발견됐다. 그럼에도 기부금은 없거나 미미한 수준에 불과해 사회 환원에는 지나치게 인색했다. 한국 시장에서 많게는 매년 조 단위 매출을 올리지만 정작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상당수 외국계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100%가 넘었다. 심지어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배당이 이뤄지는 사례도 다수 있었다.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의 비율로, 외국 본사가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배당성향이 100%라면 그해 벌어들인 순이익 전액을 본국에 지급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인수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배당금 지급은 2015년(3700억원), 2018년(3450억원), 2019년(4390억원), 2020년(4000억원) 등 네 차례로 총 금액은 1조5540억원에 달한다. OB맥주 인수금액 58억 달러(당시 기준 약 6조1700억원) 중 약 4분의1을 7년여 만에 회수한 것이다.
다른 외국계 주류회사인 디아지오코리아도 2020회계연도(2019년 7월~2020년 6월) 당기순이익이 95억원에 불과했지만 본사에 지급된 배당금은 순이익의 2배가 훌쩍 넘는 220억원으로 나타났다.
명품 업체인 한국로렉스, 불가리코리아는 각각 250억원, 450억원을 본사에 배당해 배당성향 100%를 초과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와 한국코카콜라는 지난해 당기순이익과 거의 같은 금액인 각각 228억원, 670억원을 본사에 배당으로 지급했다.
당해 적자를 냈는데도 배당금을 본사에 보낸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페르노리카코리아임페리얼은 지난해 4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이보다 많은 76억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롯데와 아사히가 각각 절반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아사히주류는 2019년 182억원의 순손실이 발생했음에도 33억원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혼다코리아는 2020회계연도(2019년 4월~2020년 3월)에서 1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이보다 3배 이상 많은 64억원을 본사에 배당했다.
외국계 기업들이 기술 도입료, 상품 사용료, 경영 자문료 등 각종 로열티 명목으로 본사에 지급하는 금액도 상당했다. 로열티와 자문료 등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어 법인세 차감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과다하거나 법에 저촉될 경우 국내 소득을 국외로 이전할 목적으로 판단, 내부 부당거래로 적발될 수 있다.
한국쓰리엠은 지난해 미국 3M 등에 보낸 기술도입료와 지급수수료가 1000억원이 넘었다. 순판매가의 7%를 기술도입료로 책정했는데, 이 금액만 지난해 445억원에 달했다. 업무지원, 내부감사, 전사적자원관리프로그램 개발·구축 등과 관련한 수수료로 626억원을 지급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독일 본사로 로열티에 해당하는 상표 사용료와 국제 마케팅비 명목으로 각각 매출의 10%, 4%를 지급하고 있다. 아디다스코리아의 재무제표가 마지막으로 확인되는 2016년 매출액이 1조원인 점을 감안할 때 로열티로만 연간 1400억원 이상 본사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도 매출의 5%가량을 로열티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 1조9284억원을 감안할 때 연간 900억원이 넘는 금액이 로열티로 지급되는 것이다. 여기에 배당액 600억원을 더하면 연간 최소 1500억원이 넘는 금액이 본사에 들어가는 것으로 파악된다.
외국계 기업들이 막대한 수익을 본국에 그대로 송금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국내 사회 환원을 위한 기부금은 없거나 미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매년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루이비통코리아, 프라다코리아, 불가리코리아 등 다수 해외 명품 업체들은 지난해 재무제표에 계상된 기부금이 없었다. 2021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동안 2431억원의 매출을 올린 버버리코리아는 1년간 기부금이 고작 13만원에 불과했다.
다른 업종도 상황은 비슷했다. 주류 업체인 하이네켄코리아는 지난해 158억원의 순이익을 내고 137억원을 본사에 배당했지만 국내 기부액은 6069만원에 그쳤다. 국내에서 메비우스 등의 담배를 판매하는 제이티인터내셔널코리아도 매출 1930억원, 순이익 130억원을 기록했지만 기부금은 3100만원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