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탈환 나선 대학병원···‘접근성 향상vs생태계 붕괴’ 시끌

2021-08-05 06:00
“특정 지역 병상 수 증가, 주변 중소병원 인력난 야기”
대학병원 분원 설립에 인천 지역 의료계 판도 바뀔지 관심

서울아산병원 컨소시엄의 청라의료복합타운 조감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제공]
 

주요 대학병원들이 수도권 지역 분원 설립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해당 지역에서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향상과 경제 활성화를 들어 반기는 분위기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특정 지역의 무분별한 병상 수 증가가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연세대의료원, 서울아산병원, 경희대의료원 등 주요 종합병원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원 설립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 시흥시와 서울대병원이 함께 추진하는 배곧서울대병원은 총 800병상 규모로, 오는 2026년 완공해 그해 말 또는 이듬해 상반기 개원한다는 계획이다. 

연세대의료원도 인천 송도에 있는 연세대 국제캠퍼스 부지에 800병상 규모의 송도세브란스병원을 건립한다. 올해 2월 공사에 착수했으며 2026년 12월 개원할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달 청라의료복합타운 사업자 공모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진출한다. 병원은 약 800병상 규모다.

경희대의료원은 하남시 H2 프로젝트에 참여해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500병상 대형병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한양대병원은 경기도 안산에, 중앙대병원은 경기도 광명에 분원 설립을 각각 추진 중이다.

대학병원 관계자는 “수도권 지역에 대학병원이 들어서면 환자들이 서울로 몰려가는 것을 분산할 수 있고, 지역 주민들에게도 의료의 질 향상 등 혜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 분원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의료인력 이동으로 대혼란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의료진의 이탈은 일선의 큰 혼란을 발생시킬 수 있으며, 이는 주변 중소병원의 인력난을 야기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또 의원 및 중소병원들의 도산으로 의료생태계 파괴가 예상되며, 이로 인해 불법의료인력 채용 급증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도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1차, 2차, 3차 의료기관의 의료전달체계 붕괴가 있을 수 있다. 수도권이 아닌 지방 의료기관들의 빨대 효과로 인한 줄폐업 역시 예상돼 무분별한 분원 설립 추진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빅5’ 3개 병원의 분원 설립으로 인천 의료계 판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그동안 인하대병원, 가천대길병원, 가톨릭대인천성모병원이 인천과 근접 지역 수도권 환자를 수용해왔으나 주요 대학병원의 진출로 환자 유치에 있어 예전만큼의 호황을 기대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