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뉴인, 재무통 임원 앞세워 지배구조 정비 선결과제

2021-07-29 05:05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부문 중간지주회사 '현대제뉴인'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마무리를 담당하면서 그룹 지배구조의 가교 역할을 맡게 됐다. 당장 지금부터 지배구조 정비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제뉴인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만을 위해 설립된 조직이라는 관측도 나왔으나,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이 직접 대표이사직을 맡은 만큼 정식 중간지주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향후 현대중공업그룹이 한국조선해양과 현대제뉴인이라는 양대 중간지주사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주요 사업인 정유·조선·건설기계 사업 부문을 놓고 각각 지주사와 중간지주사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개편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전일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중공업그룹의 두산인프라코어 경영권 인수를 최종 승인한 결과다. 다음달 중 인수대금을 납부하면 현대건설기계와 두산인프라코어를 자회사로 두는 현대제뉴인 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뉴인은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 2월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기 위해 만든 특수목적법인이다. 당초 두산중공업 인수 이후 존속이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전일 권 회장이 직접 공동 대표이사직을 맡으면서 향후 어엿한 중간지주사로 발돋움할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중간지주사 역할을 위해 지배구조를 정비하는 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권 회장과 함께 대표이사로 선임된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사장 역시 지배구조 정비 작업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조 사장은 권 회장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198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후 현대오일뱅크 경영지원본부장, 현대중공업 재경본부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그룹의 핵심적인 재무 사항을 관리해왔다.

아울러 지난 4월 현대제뉴인 임원으로 선임된 인물도 조 사장과 유사한 재무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임원들이다. 김정혁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 재무지원 상무와 이윤종 한국조선해양 경영지원실 자금담당 상무보 등이다.

재무담당 임원들이 지배구조 정비 작업을 마무리한 이후 현대제뉴인은 자회사 관리나 연구·개발 위주의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을 진행하면서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을 신설·운영하는 것과 유사하다. 한국조선해양은 현재 자회사인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에 대한 관리와 연구·개발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과 건설기계 분야에서 인수·합병을 위해 중간지주사를 설립하고, 그 중간지주사를 컨트롤타워로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며 "조선과 건설기계 부문은 중간지주사가 관리하고 또 다른 중요 사업영역인 정유 부문은 현대중공업지주가 직접 관리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왼쪽)과 조영철 한국조선해양 사장.[사진=현대중공업그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