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텐센트도 손절한 디디추싱…"추가 제재 불 보듯"

2021-07-09 04:00
위챗·알리페이서 디디앱 사라져
당국 압박에 주요주주까지 외면
증감회 심사 통과 '최대 의문점'
반독점·지배구조 등 공격포인트
미등판 규제당국 줄줄이 대기중

알리페이에서 차량 호출을 검색하면 최상단에 표시되던 디디추싱 앱이 삭제된 상태다. [사진=이재호 기자 ]

중국 최대 모바일 플랫폼인 위챗과 알리페이까지 디디추싱 퇴출 대열에 합류했다.

디디추싱은 이미 생사의 기로에 섰지만 당국의 광범위하고 집요한 제재는 추가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주주 텐센트까지 등 돌려

8일 중국증권보 등에 따르면 전날부터 텐센트가 운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위챗)의 미니 프로그램에서 디디추싱이 검색되지 않고 있다.

미니 프로그램은 별도의 다운로드 없이 위챗 내에서 다양한 앱을 찾아 쓸 수 있는 기능이다. 편리함 때문에 이용도가 높다.

같은 날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플랫폼 즈푸바오(알리페이)에서도 디디추싱 앱이 삭제됐다.

이는 지난 4일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이 불법적인 개인정보 수집·사용을 이유로 모든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 앱을 내리라고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중국 내 위챗과 알리페이 사용자는 각각 12억명과 9억명에 달한다. 다른 모든 앱스토어에서 디디추싱 앱이 삭제된 것보다 위챗과 알리페이가 등을 돌린 게 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특히 위챗 운영사인 텐센트는 디디추싱 지분 6.8%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전략적 파트너의 등에 칼을 꽂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중국 당국의 압박이 거세다는 방증이다.

이 밖에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시장총국)은 전날 주요 플랫폼 기업에 대한 반독점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체 22건 중 8건이 디디추싱 관련 건이었다.

벌금 규모는 50만 위안으로 크지 않지만, 당국의 디디추싱 때리기는 이제 시작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 증시에 상장된 디디추싱 주가는 공모가(14달러)에도 못 미치는 11달러대까지 추락했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디디추싱, 中당국 심사 어떻게 통과했나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 디디추싱이 괘씸죄에 걸렸다는 판단에 이르게 된다.

CAC는 지난 5일 화물중개 플랫폼 윈만만과 훠처방, 구인구직 플랫폼 보스즈핀에 대해 국가 안보 수호, 데이터 보안 리스크 대비, 공공 이익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 보안 심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전날 디디추싱도 같은 조치를 당했다.

윈만만과 훠처방을 운영하는 만방그룹과 보스즈핀은 디디추싱과 마찬가지로 미국 증시 상장사다.

미·중 갈등 격화로 데이터 보안이 국가 안보 이슈로 격상되고, 미국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주요 정보를 미국에 넘길 수 있다는 경계심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만방그룹과 보스즈핀은 앱 전면 퇴출 등 디디추싱에 가해진 강도 높은 제재는 피할 수 있었다.

유독 디디추싱이 밉보인 건 당국의 경고를 무시하고 상장을 강행한 점, 그것도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하루 앞두고 상장돼 잔치 분위기를 망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의문이 드는 점은 디디추싱이 어떻게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의 심사를 통과해 상장에 이를 수 있었는지다.

중국 기업이 해외 상장을 하려면 증감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감회가 심사를 할 때 데이터 보안 리스크까지 점검할 수는 없다. 상장 필요성이나 경영 지표의 적격성 정도만 판단했을 수 있다"며 "오히려 디디추싱이 사전에 데이터 보안 심사를 요청하지 않았던 걸 문제 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디디추싱의 상장이 이뤄진 뒤 CAC 등 관련 당국이 사후 제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사진=바이두]


◆디디추싱 때리기 이제 시작이다

CAC와 시장총국 외에도 아직 등판하지 않은 규제 당국이 많다.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현재 중국 당국이 움직이는 속도를 보면 후속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라며 "개인정보 불법 수집·사용만 해도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보도했다.

디디추싱은 시장 지배적 지위를 활용해 운전기사 권익 침해, 가격 임의 조정, 빅데이터 오남용 등 반독점 경영 행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는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와 교통운수부, 시장총국 등이 손을 뻗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밖에 디디추싱 역시 알리바바 계열 앤트그룹과 유사한 소액 대출 수익 사업을 영위해 왔다.

인민은행과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 등 금융 당국이 규제 칼날을 들이댈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알리바바처럼 강제적인 지배구조 개편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알리바바와 디디추싱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미국 증시 상장 때마다 활용해 왔던 가변이익실체(VIE·지분 관계는 없는 실질적 지배 기업) 등의 우회 수단을 전면 금지할 수 있다는 극단적 전망도 나온다.

한 베이징 소식통은 "중국에서 돈을 번 기업이 이익 환원 없이 해외 상장에 나서는 건 불합리하다는 게 중국 고위층의 생각"이라며 "시범 케이스가 된 디디추싱의 수난 시대가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