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정확한 팩트체크] 레드벨벳에 박수쳤던 北 김정은, '오빠' 호칭 금지령...왜?

2021-07-09 03:00
"남쪽 언어 쓰는 사람은 혁명의 원수로 규정"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레드벨벳 등 남측 연예인들을 평양으로 초대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한류 등에 노출된 젊은 층의 사상 단속을 위해 남한식 언행까지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이 집권한 2012년 이후 본격화된 세대교체 흐름에 따라 전체주의 통치의 근간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노동당 세포비서 대회에서 "청년세대의 사상정신 상태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공표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중국을 통한 한국 드라마와 영화 유입 등을 막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하는 등 단속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① '오빠', '남친' 사용 금지...'사랑의 불시착' 탓?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정보위 전체회의를 마치고 기자들을 만나 "'북한 당국은 청년의 옷차림과 남한식 말투를 집중 단속하고 있다'고 국정원이 보고했다"고 전했다.

하 의원은 "남편을 '오빠'라고 부르면 안 되고 '여보'라고 불러야 한다"며 "또한 '남친'은 '남동무', '쪽팔린다'는 '창피하다', '글구'는 '그리고'로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 의원은 "남쪽 언어를 쓰는 사람은 혁명의 원수라고 규정한다고 한다"며 "또 남쪽의 옷차림, 길거리에서의 포옹 등도 단속 대상"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북한의 여성들은 데이트 중인 남성을 '동지'라고 불렀으나, tvN '사랑의 불시착' 등 북한에서 인기를 끈 한국 드라마의 영향으로 최근 '오빠'라고 부르는 사례가 늘어난 탓이다. 북한에서도 손위 남자 형제를 '오빠' 또는 '오라버니'라고 지칭하지만, 남편에게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남한식 언행이라고 보는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방역 조치의 일환으로 지역 간 이동이 통제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북한 주민들이 한국 음악이나 드라마 등을 접하는 시간도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② 레드벨벳 공연 흐뭇했던 김정은...한류 집중 단속하는 이유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한류 단속'은 최근 강화되는 추세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18년 4월 남북 정상회담에 앞서 남측 연예인들을 평양으로 초대했다. 소녀시대의 서현이 사회를 보고, 아이돌인 레드벨벳은 대표곡인 ‘빨간맛’을 공연했다. 공연을 관람한 뒤 김 위원장은 "문화예술 공연을 자주해야 한다"며 "북남이 함께하는 합동공연이 의의가 있을 수 있으나, 남측 공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다만, 2019년 '하노이 노딜'로 북·미협상이 교착된 후 북한은 집중적으로 한류 문화를 배격하기 시작했다. 평양까지 진출했던 K-POP을 사회주의를 위협하는 문화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북한은 무너진 국가 배급망 대신 장마당 등 초기 시장경제를 체험한 이른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출생한 청년층)를 '장마당 세대'라 부르며 집중 단속하고 있다. 당의 배급이 아닌 장마당을 통해 성장해 온 젊은 세대들이 체제를 뒤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어서다. 또한 북한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난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청년층들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 의원은 "비사회주의 행위 단속에 걸리는 연령대는 10대에서 30대로, 우리로 치면 MZ세대"라며 "북한판 MZ세대가 동유럽 혁명을 주도한 '배신자'로 등장할 가능성을 북한은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사형에 처하고 시청자는 최대 징역 15년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해 단속을 강화 중이다. 또한 사상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 '백절불굴의 혁명 정신은 새 승리를 향한 총진군의 위력한 무기'라는 제목의 1면 사설에서 "혁명의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새 세대들이 주력으로 등장하고 우리 당의 사상진지, 혁명진지, 계급진지를 허물어보려는 제국주의자들의 책동이 날로 더욱 우심해지고(심해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지난 5일 노동신문은 "전체 일군(일꾼)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천리마시대 세대들처럼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 구호를 높이 들고 맞다드는(맞닥뜨린) 시련을 과감히 뚫고 나가야 한다"면서 "청년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