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리스크’ 커진 美 상장 중국 기업 주식 살까? 팔까?

2021-07-09 00:05
디디추싱 포함 中 빅테크 연일 주가 하락
2월 고점 이후 주요 기술주 시총 943조원 어치 증발
일부 전문가 "中 기술주 하락세는 ‘바겐세일’"
"공산당 리스크 막을 수 없어...대거 상폐 우려"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인 1일 수도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 상공이 오색 풍선으로 가득하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가이구(中槪股·해외 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투자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 중국 당국이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에 철퇴를 가한 후 해외 상장을 규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등 ‘공산당 리스크’가 재현되면서다. 디디추싱 주가는 이틀 만에 25%나 급락했고, 알리바바, 바이두 등 주요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주가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예측 불가능한 중국 공산당 리스크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시장은 이번 리스크가 전체 중가이구에 부정적인 이슈라고 평가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중국의 규제 강도가 유난히 높아 중가이구의 대거 상장 폐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中규제 리스크에···美 증시서 빅테크 이틀 연속 하락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디디추싱은 전날보다 4.64% 떨어진 주당 11.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주가가 20% 가까이 떨어진 데 이어 또다시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디디추싱 외에 바이두와 알리바바 같은 대형 기술주도 이틀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당국이 자국 기업의 미국 등 해외 증시 상장을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공표한 사실이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지침을 통해 자국기업이 외국에서 주식을 발행해 상장하는 것에 관한 특별 규정을 마련해 주무 기관의 감독 책임을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공산당 리스크에 투자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사실 뉴욕 증시 상장 중국 기업들은 당국의 반독점 규제 강화 탓에 이미 올 초부터 주가 하락세가 이어졌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중국 빅테크의 시가총액(시총)은 지난 2월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총 8230억 달러(약 943조원) 어치가 증발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기다렸던 투자자들은 지금이라도 주식을 처분해야 할지, 아니면 저가로 추가 매수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기업 잠재력 크다...저가 매수 기회"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분분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빅테크의 약세가 이어진다면 이는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디디추싱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등이 기업공개(IPO)를 주도했으며,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 20% 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탄탄한 기업이라 쉽게 무너질 수 없다는 진단이다. 게다가 디디는 안정적인 중국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회사로, 잠재력도 엄청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은 이번 디디의 주가 하락은 ‘바겐 세일’이자 좋은 주식을 거저 매수할 기회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디디뿐만 아니라 텐센트와 알리바바와 바이두의 최근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22배로 거래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이는 10년 선행 PER 평균 26배에 한참 못 미친다. 그만큼 세 회사의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규제 강도 높아...대거 상장 폐지 가능성도"
다만 반론도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의 규제 강도가 너무 세서 투자에 신중해야 된다는 의견이다.

실제 당국이 발표한 지침에는 중가이구에 대한 관리 감독과 법률적 책임도 구체화하겠다는 점이 언급됐다. 이미 미국에 상장해 있는 알리바바, 바이두, 징둥 등 중국 대표 IT기업들의 증시 활동도 중국 현행법의 규제 대상으로 편입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최악의 경우 중국 정부의 각종 문제 제기와 조사로 해외 증시에서 상장폐지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자산운용사 밀러 타박의 매트 말레이 수석 시장 전략가는 “알리바바도 대단한 회사지만, 지난해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은 후 미국 증시의 강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30% 넘게 떨어졌다”며 공산당 리스크를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