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건보료 또 오르나… 정부 vs 경영·노동계 힘겨루기 심화

2021-06-28 16:19
코로나19로 환자 수 감소로 적자폭 줄어… 크게 인상 안 될 수도

강도태 보건복지부 2차관이 25일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도 건강보험료율(건보료율)을 둘러싸고 정부와 경영·노동계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힘겨루기가 반복되고 있다. 이 가운데 설문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이 건보료율 인하·동결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 건보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정부 주장에 부정적 여론이 이는 모양새다.

2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경총은 설문조사기관 나우앤퓨처에 의뢰해 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 현안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68.0%가 '내년도 건보료율을 인하 또는 동결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날 밝혔다. 정부의 2019~2023년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예정된 대로 '3%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은 1.2%에 불과했다.

경총에 따르면 현재 소득 대비 건강보험료 수준에 대해 '부담된다'는 응답은 62.6%, '부담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6.0%를 차지했다. 여론은 건보료율 인상에 부정적인 가운데, 이를 결정할 정부와 경영·노동계는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5일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내년 건강보험료율 결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건정심은 건강보험 정책 관련 최고의사결정기구다. 경총·중소기업중앙회 등 사용자 단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근로자 단체가 복지부 공무원 및 전문가와 함께 참여한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문재인 케어 재원 확보를 위해 3%대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총 등 사용자 단체 측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보험료율 인상이 어렵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건정심은 당시 회의에서 해당 내용을 소위원회로 회부해 추가 논의 후 결정하기로 했다.

정부가 3%대 보험료율 인상을 주장하는 이유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서 건강보험 적립금이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어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되면서 지난 2018년 말 20조6000억원이던 건보 누적 적립금은 지난 2020년 말 17조4181억원으로 줄었다. 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이듬해인 2023년 누적 적립금을 10조원 이상으로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연평균 3.20%의 건보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 들어 건보료율은 매년 큰 폭으로 인상되는 추세다. 2016년 0.90%, 2017년 0%였던 건보료율 인상률은 현 정부가 처음 인상 폭을 정한 2018년 2.04%로 크게 뛰었다. 이후 2019년에는 3.49%, 2020년 3.20%, 2021년 2.89% 등 3% 안팎의 높은 인상률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내원 환자 수가 감소하면서 올해 건보료율은 크게 인상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사람이 늘면서 지난해 건보 적립금 감소폭은 3531억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적자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건보료율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