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메타버스] 최형욱 대표 "메타버스란 단어 하나가 코로나 이후 변화 포괄"
2021-06-29 06:00
컴퓨팅 파워와 연결의 무한 확장…메타버스를 낳다
현실화된 메타버스 4대 시나리오…성숙도는 제각각
7대 요소, 연결·기기·UX·컨텍스트·시간·공간·가상경제
블록체인 NFT, 미디어 등 만나 더욱 커질 메타버스
"우리 세계 가상과 현실, 온·오프라인 경계 흐려져"
현실화된 메타버스 4대 시나리오…성숙도는 제각각
7대 요소, 연결·기기·UX·컨텍스트·시간·공간·가상경제
블록체인 NFT, 미디어 등 만나 더욱 커질 메타버스
"우리 세계 가상과 현실, 온·오프라인 경계 흐려져"
"메타버스(Metaverse)라는 단어가 마침 시대적으로는 클라우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인공지능, 블록체인, 수많은 게임의 가상세계, 온·오프라인 커머스, 코로나 이후의 비대면 트렌드와 같은 변화를 포괄할 수 있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 단어를 유무형의 산업이나 사업모델로 다양하게 확대하고 해석하며 누가 어떤 얘길 하든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대표는 지난 25일 콘텐츠마케팅 기업 네오캡의 정기 온라인세미나인 '씨로켓살롱'의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출간된 책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의 저자로, 과거 20~30여년에 걸쳐 발전·보급된 기술에 기반해 7가지 특징을 갖는 메타버스가 출현했고, 가상경제가 급성장하고 있음을 짚었다.
컴퓨팅파워와 연결의 무한 확장…메타버스를 낳다
최 대표는 "메타버스 얘길 하면 아직도 많은 분들이 도대체 '정의가 뭐냐'고 묻는다"라며 "학문적 정의와 연구 결과가 아직 안 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고민하고 관심을 갖는 대상과 현재 일어나는 수많은 변화를 메타버스라는 단어가 하나로 포괄할 수 있어, 앞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와 비슷하게 이걸 얘기하고 있다"고 봤다.그에 따르면 최근 메타버스의 유행을 견인한 기술적 배경은 보편화된 인터넷, 개인에게 주어진 컴퓨팅 파워의 발전, 이를 응축한 고성능 가상현실(VR)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기의 대중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이는 그가 정의한 메타버스의 '항상 연결된 세계'와 '다중 입출력 장치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통해 접속되는 세계'라는 두 특징과 맞물려 있다.
최 대표는 "세계 인구 50% 이상이 스마트폰이라는 기기를 통해 인터넷에 연결돼, 인간이 어디에 있든, 상시 연결된 세계를 만들어 주는 동시에 그 연결의 중심에 있게 만들어 준다"라며 "우리가 몰입감있는 세계에 접속될 수 있는 가상의 시각적 이미지를 처리하는 그래픽 하드웨어의 성능도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이 또한 메타버스를 견인한 동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요소가 결합돼 작년 10월 페이스북이 판매를 시작한 '오큘러스퀘스트2'가 나왔는데, 형태는 VR HMD 기기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독립적인 디스플레이, CPU, GPU, 와이파이와 블루투스 등의 커넥티비티, 배터리, 입력장치를 갖춰 일반적인 컴퓨터와 똑같다"라면서 "굉장히 저렴하고 어포더블(affordable·쓸만한 수준)한 기능·성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과거부터 HTC, 소니 등이 선보인 VR 기기는 있었지만, 제 기능을 하려면 그에 연결되는 본체 역할을 할 컴퓨터가 따로 있어야 한다. 페이스북의 기기처럼 독립적인 컴퓨터로 동작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최 대표는 오큘러스퀘스트2가 재료비를 감안하면 마진이 거의 없는 가격에 출시됐고 몇 달 새 수백만대가 판매될만큼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이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물론 있지만 메타버스라 불리는 것을 이 3가지가 되살아나게 했고 지금 견인하고 있는 요소들이라고 생각하고, 본질은 과거부터 진행돼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는 점을 얘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어 과거부터 이어진 '어디로든 컴퓨팅파워가 가고 있고,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흐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는 앞서 1980년대부터 PDA·PC의 출현, 2G 휴대전화와 인터넷에 연결된 PC의 보급, 이후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이동통신·무선네트워크의 대중화 등 30여년간 진행된 '컴퓨팅파워'와 '연결성'의 보편화로 10여년전부터 지금과 같은 '연결의 시대'가 열렸고, 이 또한 현재 메타버스를 화두로 만든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현실화된 메타버스 4대 시나리오…성숙도는 제각각
연결과 컴퓨팅파워의 전이·확산은 컴퓨터가 아니었던 기기를 컴퓨터로 바꿔놓고 있다. 최 대표는 "증강현실(AR)·VR 기기,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나믹스'같은 기업의 로봇, 테슬라·GM에서 만드는 자동차 등 새로운 폼팩터의 기기가 쏟아지고 있다"며 "머리에 쓰거나 팔다리가 달렸거나 사람이 탈 수 있게 돼 있을 뿐, 모두 형태가 바뀐 컴퓨터"라고 말했다.최 대표는 "과거에는 현실에서 기기와 사람,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이 이뤄졌다"라며 "지금은 모든 것이 현실이 아닌 디지털로 구현된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는 세계에서, 연결성도 물리적인 공간을 뚫고 가상세계로 무한하게 확장돼 커지는 시대에 와 있다"고 말했다. 아직 정의되지 않은, 디지털로 연결된 이 세계의 가치가 엄청나게 확장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또 "인터넷 기술 중 분산형 신뢰 네트워크를 만드는 블록체인이 암호화폐와 대체불가토큰(NFT)이 나오고 있고, 연결이 인공지능·클라우드와 같은 기술이 겹치면서, 기술적 티핑포인트(전환점)와 같은 조건을 만들어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메타버스의 혁신사례·신사업은 과도기이며, 연결의 진화에 따라 메타버스도 더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알려진 4가지 메타버스 시나리오가 소개됐다. 과거 메타버스로드맵의 워크숍에서 '라이프로깅', AR, '미러월드', '가상세계', 4가지 시나리오가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메타버스의 형태였다. 최 대표는 "이 4가지 시나리오는 기술적으로 다 실현됐고 동시에 일어나고 있지만, 이들 시나리오가 모두 동등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이프로깅의 경우 페이스북과 트위터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포함하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면서 어마어마하게 확장하고 있고 일종의 보편성이 형성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충분히 대중화됐고 성숙된 메타버스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다.
가상세계 역시 리니지·월드오브워크래프트같은 게임을 포함해 본다면 이미 대중화됐고, 여기에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시리즈와 같은 하드웨어에 의해 VR 분야 역시 보편화될 가능성이 열렸다. 최 대표는 "반면 AR은 아직 대중화되기 전 수준인 '얼리어답터' 시장을 벗어나지 못했고, 구글어스와 같은 미러월드는 일부 산업이나 특수 영역에서 쓰인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는 "주의해야 할 점은 메타버스의 사례·정의와 메타버스 구현을 위해 적용되는 기술은 다른데, 지금 여러 논의에 기술과 사례가 혼재돼 있다"라면서 "VR은 그 자체가 메타버스가 아니라 가상현실로 들어가기 위한 기술이고, AR도 현실을 증강하는 기술을 얘기하며 그걸로 만들어진 '제페토'나 '포켓몬고'같은 세계가 메타버스"라고 구별했다.
7대 요소, 연결·기기·UX·컨텍스트·시간·공간·가상경제
최 대표가 정리한 메타버스의 7가지 요소가 제시됐다. 앞서 메타버스의 동인이 된 클라우드 기반의 상시 연결(네트워크), 메타버스에 접속하기 위한 다중 입·출력 장치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술, 두 가지가 기반 요소로 꼽혔다. 이를 통해 상시 연결된 메타버스 세계에 접속한 사용자들에게는 사용자경험(UX)·컨텍스트·시공간 등 4가지 요소가 주어진다.메타버스의 시간과 공간은 사용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주기의 시간계로 흐르고 지속되며, 현실과 연결돼 있는 디지털로 구현된 세계라는 특징을 띤다. 이 디지털 세계는 각각의 게임·앱·서비스마다 디지털 세계에서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가상의 컨텍스트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다중 정체성과 멀티프레즌스 기반의 UX를 갖게 된다.
이런 요소를 바탕으로 사용자들이 가상세계 안에서 뭔가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활동으로 형성된 경제 체제가, 메타버스의 마지막 요소인 디지털 가상경제 체제다. 래퍼 트래비스 스콧이 에픽게임즈의 제안을 받아 '포트나이트'라는 게임 안에서 아바타로 가상세계 속에서 3일간 공연을 했고, 그 중 하루 동시접속자 1230만명이 공연을 즐긴 사례가 유명하다.
최 대표는 "디지털로 연결되지 않으면 1230만명이 한 자리에 모여 어떤 공연을 관람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라며 "디지털 세계에선 이런 수퍼스케일한 일이 가능한데, 이런 일이 단순 재미나 편의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좀 더 진화해 (생산과 소비에 기반한 재화의 교환이 이뤄지는) 경제효과가 일어난다면 이것이 가상경제"라고 설명했다.
현실과 가상세계간의 재화와 화폐 교환이 일어나는 가상경제, 가상세계 안에서만 거래가 이뤄지는 가상경제, 두 가지 형태가 있다. 과거 온라인 게임에서 사용자간 게임머니를 사용해 아이템을 사고 파는 일,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를 서비스 운영사로부터 구매하는 일, 세컨드라이프에서 땅과 섬을 사고 건물을 짓거나 행사를 개최하는 일 모두 가상경제 사례다.
기존 디지털경제가 곧 메타버스의 가상경제는 아니다. 디지털경제는 현실의 전자결제 기술과 서비스로 다뤄지는 모바일 앱스토어와 암호화폐 거래 등을 포함하는, 훨씬 거대한 개념이다. 가상경제는 그 하위 범주에 해당하나, 메타버스라는 디지털 가상세계의 범주가 커지고 있어, 디지털경제 속에서 메타버스의 가상경제가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 커질 수 있다.
블록체인 NFT, 미디어 등과 만나 더욱 커질 메타버스
블록체인 기반의 NFT 기술이 가상경제의 진화·확장 가능성을 크게 키워 줄 수 있는 요소로 꼽힌다. 최 대표는 "디지털 세계에선 전송과 복제에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강력한 속성이 있었고, 이를 통해 가치를 성장시켜 왔다"라며 "이 때문에 소비하고 소유할 수 있는 가상의 재화가 있었지만 (누구나 소유·소비할 수 있어) 그 가치가 오르진 않았다"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NFT라는 기술을 쓰면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어떤 가상의 재화가 유일하다는 것, 그게 누구의 소유라는 것, 그게 진짜라는 것, 3가지 특성을 만들어낼 수 있어, 그에 따라 (현실세계 재화처럼) 유한성·소유성·진위성을 띠는 자산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열렸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한 메타버스 가상경제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메타버스의 확장 관점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이 변화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미국 뉴욕타임스, 영국 BBC·가디언 등이 만들어내는 '시공간(spatial) 저널리즘'·'실감(immersive) 미디어'와 같은 분야가 앞으로 AR·VR 발전에 따른 '유망주'로 꼽혔다. AR·VR 기술이 콘텐츠·뉴스 소비자들에게 입체적인 정보, 특정한 경험을 전달할 핵심 수단으로 쓰인다는 관측이다.
최 대표는 "이런 실감 미디어를 체험할 수 있는 VR기기(오큘러스퀘스트2)가 400만대 가까이 팔렸고, 연말·내년초까지 1000만대정도 보급된다면 이런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고, 이후 1억대, 2억대 규모의 보급이 이뤄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면서 "실감 미디어는 결국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고도화된 그래픽과 인공지능(AI) 기술로 가상의 인간이 등장해, 게임 속 캐릭터 또는 상업시설·공간에 사용되는 '합성미디어' 사례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가 재작년 발표한 인공인간 플랫폼 '네온'을 디지털사이니지에 적용해 24시간 365일 매장 접객 등을 할 수 있는 양방향 미디어, 뉴스 콘텐츠와 음성·영상 합성기술을 활용한 'AI 앵커' 등이 이에 해당된다.
최 대표는 "개인이 디지털·인터넷 기술로 미디어화 하면서 많은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다양한 사물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상호 연결되면서 센서·드론을 제어하고 인지의 확장을 이루기도 하고, 시공간을 넓힌 VR과 현실에 정보를 결합하는 AR이 보태져 가상과 현실 세계, 디지털·물리 세계, 온라인·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진 중심에 우리가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미디어분야의 실감미디어, 시공간저널리즘, 합성미디어 등과 같은 변화에 대해 "메타버스라는 단어의 확장, 변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안에서 새로운 디지털 가상세계는 계속 커지고 있고, 이것이 '메타버스냐, 아니냐'보다는, 이곳의 크기가 크고 속도가 급진적인 변화 속에 많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