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부동 계란값에 햄·우유까지 가격 인상…장바구니 물가 비상

2021-06-22 15:21
5월 소비자물가 지수 107.46…9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
쌀값 6개월 연속 상승…계란 가격 오름세도 장기화 국면

[사진=게티이미지]


햄, 우유 등 대표적인 서민 먹거리 가격이 다음 달부터 줄줄이 인상된다. 지난해 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고공행진 중인 계란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생활물가 오름세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107.46(2015년 100 기준)으로, 전년 동월(104.71)대비 2.6% 상승했다. 이는 2014년 4월 이후 9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장바구니 체감 물가와 직결되는 쌀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14.0% 오른 130.20으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대비 높은 수준이다. 쌀값은 지난해 12월(11.5%) 이래 6개월 연속 10%대 상승세다. 역대 최장 장마와 태풍 영향으로 일조 시간이 줄고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작황 부진으로 쌀 생산량이 줄어들었다. 쌀값 상승 여파로 주요 즉석밥 가격은 올해 최대 9%, 막걸리 가격은 지난해보다 14.9% 올랐다.

계란 가격 오름세는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1일 특란 30구 평균 소비자 가격은 7545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7% 인상됐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5200원대를 보이던 계란 가격은 10월 하순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이후 5700원대로 급등했다. 새해 들어서는 6000원대, 2월 중순에는 7821원까지 오르더니 현재 7000원 중반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계란값이 안정세를 못 찾는 이유는 산란계가 부족한 탓이다. 작년 11월부터 올 4월까지 AI가 확산돼 국내 산란계의 30% 수준인 1673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전체 살처분 농가 187곳 중 다시 사육을 시작한 곳은 47%로 절반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닭을 길러 산란할 때까지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계란 공급 정상화는 이르면 9월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육가공 제품·우유 가격 인상 가시화

육가공 제품값도 인상된다. CJ제일제당은 스팸을 비롯한 햄·소시지 제품 20여종의 가격을 다음 달부터 평균 9.5% 올릴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이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서 롯데푸드, 동원F&B 등 다른 업체들도 조만간 원재료 인상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확산에 따른 돼지고기 사육 두수 감소, 사료용 곡물값 급등이 겹치면서 돼지고기값이 큰 폭으로 인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달 21일 국내 돼지고기(도매 기준) 1kg 당 가격은 5867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 올랐다. 지난해부터 등락을 반복하던 돼지고기값은 올해 2월 17일(3472원)을 기점으로 꾸준한 오름세다.

우유의 원재료인 원유 가격 역시 8월 1일부터 L당 21원 오른다. 기존 926원이었던 가격이 947원으로 2.3% 인상되는 것이다. 우유는 버터·빵·아이스크림 등 쓰임새가 매우 많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2018년 당시 원유 가격이 4원 오르자 서울우유 등 우유 소비자 가격은 약 4%가량 인상됐다. 이후 식품업계도 유제품 가격 인상 대열에 동참했었다.
 
◆ 라면 가격 인상 초읽기…원재료값 상승

서민 식품인 라면 가격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라면 가격이 수년째 동결된 상황에서 주 원재료인 소맥(밀가루) 가격과 팜유의 국제 가격이 올해 들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FIS에 따르면 국제 밀 가격은 2017년 5월 1t 당 158달러(약 17만6700원)에서 지난달 260달러(29만760원)로 급등했다. 4년 만에 100달러 넘게 올랐다. 지난해 말 221.77달러(약 24만8010원)보다는 17.2% 상승했다.

라면에 들어가는 팜유 선물가격은 이달 초 기준 t당 961달러(약 107만원)로 2011년 8월 이후 9년여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라면은 가격 인상에 대한 소비자 반발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가격 인상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품목으로 알려져 있다. 오뚜기가 ‘진라면’ 가격을 인상한 시기는 2008년이 마지막이다. 농심은 2016년, 삼양라면도 2017년 이후 가격을 올리지 않고 있다. 원가 부담에 따른 실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라면 업계는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제 곡물 가격은 통상 3~6개월 시차를 두고 소재업체 매입 가격에 반영된다”며 “원가 상승 부담으로 라면 업계의 연내 가격 인상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