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차례' 연준 긴축 시계 빨라진다…파월 또 선긋기

2021-06-17 08:08
연준, 기존 제로금리 동결·자산매입규모도 유지
점도표, 2023년 2차례 금리인상 가능 신호 포착
파월 "점도표, 금리변동 예측에 좋은 지표 아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이하 현지시간) 종료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하지만 FOMC 위원의 금리인상 전망이 담긴 점도표에서 현재의 제로금리(0.0~0.25%)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앞서 시장이 주목했던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 대신 기준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언급된 것이다.

이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자신들이 발표한 '점도표'를 너무 믿지 말라며 연준의 논의 대상은 금리인상이 아닌 '자산매입축소'라고 강조하며 불안감을 잠재우려 했다. 하지만 이번 FOMC 성명은 자산매입에 대한 기존의 입장만 재확인했을 뿐, 시장이 기대했던 구체적인 발표 시점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미국 경제전문매체 CNBC는 "지난 3월 조기 금리인상 신호를 보내지 않았던 연준이 이날 2023년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자 시장은 요동쳤다"며 연준의 예상치 못한 행보에 투자자들이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기준금리·자산매입 규모, 모두 유지

연준은 전날부터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된 FOMC 정례회의에서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고, 그동안 진행했던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 극복을 위해 매달 800억 달러 규모의 국채와 400억 달러 규모의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며 금융시장 안정을 지원하고 있다.

연준은 이번 FOMC에서 지난 3월에 내놨던 경제성장, 물가상승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매년 진행되는 총 8번의 FOMC 정례회의 중 3, 6, 9, 12월 4번의 회의에서 경제전망을 제시한다. 또 이 4번의 회의에서 FOMC 위원들의 금리전망이 담긴 점도표도 발표한다.

FOMC 성명에 따르면 연준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의 6.5%에서 7.0%로 올렸다. 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 전망치도 기존의 2.4%에서 3.4%로 높게 잡았다. 실업률 전망치는 기존의 4.5%를 유지했다.

연준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증가로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축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지난 3월 성명에 담겼던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이) 엄청난 인적 및 경제적 어려움을 야기하고 있다'는 표현은 빼고, 백신 접종으로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이 줄고 경제활동과 고용지표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파월 의장은 FOMC 정례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는 분명히 나아졌다"며 "백신 접종과 연방정부 실업급여 확대로 올가을까지 고용시장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6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공개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점도표. 왼쪽이 6월, 오른쪽이 3월 점도표. [사진=연방준비제도(Fed·연준) 누리집]

 
◆점도표에 담긴 조기 인상 신호···파월 "좋은 지표 아니다"

이날 연준의 발표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건 FOMC 위원들의 금리전망이 담긴 '점도표'였다. 이번 점도표에서 2023년 금리인상에 표를 던진 위원들의 수가 늘어난 것으로 확인, 연준의 조기 금리인상 가능성을 키웠다.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8명 중 13명이 2023년 금리인상 전망에 표를 던졌다. 특히 이 가운데 11명은 두 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3월 점도표에서 2023년 금리인상을 예상한 FOMC 위원은 7명이었다.

2022년 금리인상을 예상한 FOMC 위원의 수도 지난 3월의 4명에서 7명으로 늘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기존보다 1년이나 앞당긴 것으로 풀이, 제로금리 시대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우려가 짙어졌다.

파월 의장은 시장의 조기 금리인상 전망을 일축했다. 그는 "(연준의) 점도표는 미래 금리 변동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아니다. 지나치게 불확실하다. 훌륭한 예측 가능한 지표는 없다"며 현재 연준의 논의 대상은 기준금리가 아닌 자산매입축소임을 강조했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건물. [사진=AFP·연합뉴스]

 
◆테이퍼링 논의 언급···전문가 "이르면 올 연말 시행"

파월 의장은 "경제가 상당한 추가 진전이라는 위원회의 목표에는 부족하지만, 명확히 진전이 있었다"면서 자산매입축소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발표 및 도입 시점에 대한 언급은 없이 "더 많은 데이터(경제지표)를 봐야 시점에 관해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회의에서 자산매입축소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을 고민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는 다소 복잡한 표현으로 자산매입축소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테이퍼링 관련 결정을 발표하기 전에 사전에 알리겠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FOMC 점도표에서 조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사되고, 파월 의장이 물가급등을 의식하는 듯한 발언과 함께 자산매입축소 논의를 거론한 것에 주목하며 연준의 긴축 움직임이 기존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파월 의장은 "국경을 재개방하면서 급격한 수요 이동이 일어나 병목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더 급격하고 오래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시장의 물가급등 우려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급격한 물가상승은 일시적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애버딘 스탠더드 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매칸(James McCann) 수석 경제학자는 "(이날 연준의 발표는) 시장이 기대했던 것이 아니다"라며 "연준은 이제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더 이른 시기에, 더 빠른 속도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CNBC에 전했다.

매칸 경제학자는 "(연준이) 2023년 두 차례 금리인상을 전망하고 있다"면서 "이런 변화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시적이라는 연준의 주장과 상당히 상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찰스 슈와브의 캐시 존스 채권 부문 책임자는 "2023년 두 차례 금리인상을 하려면 목표했던 것보다 더 이른 시기에 테이퍼링을 시작해야 한다. 완만한 속도로 테이퍼링을 하려면 10개월에서 1년이 걸린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올 연말 테이퍼링이 시작될 것 같다. 단, 경제가 소폭의 과열 흐름을 지속하면 금리인상 시기가 더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연준은 이날 은행들의 초과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율인 초과기준부리율(IOER)을 기존 0.10%에서 0.15%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17일부터 적용된다. 이에 대해 연준은 "기준금리보다 15bp 높게 금리를 설정한 것은 FOMC의 목표 수준 내에서 매매를 활성화하고 단기시장이 부드럽게 작동하는 걸 돕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