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카드 리모델링] 122만 가구 늘어나는데…공급대책 눈앞에 두고 외면

2021-06-11 06:00
기존 가구수 15% 범위 내에서 추가 공급
전국 최대 122만, 수도권 63만 가구 순증

[사진=연합뉴스]

사용연한이 15년 이상된 전국의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 100만 가구 이상 추가 공급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급 효과가 큰 수도권만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50만 가구 이상이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전국의 역세권, 준공업지역, 유휴부지에 재개발·재건축 물량을 총동원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공급대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진절차가 단순하고 활용도가 높은 리모델링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5년 이상된 전국의 공동주택 수는 지난해 기준 총 818만7796가구다. 리모델링은 수직·수평·별동 증축을 통해 기존 가구수에서 최대 15%까지 물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122만 가구를 추가 확보할 수 있다. 수도권으로 범위를 좁혀도 64만 가구 가까이 늘어난다.

업계에서는 공급이 절실한 현재의 상황에서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재건축은 준공 후 30년이 지나고 안전진단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아야 추진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후 15년(대수선형은 10년)이 지나면 추진할 수 있다. 안전 등급은 수직증축 B등급, 수평증축은 C등급을 받으면 된다.

게다가 재건축은 △안전진단 강화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상한제 △조합원 지위양도 금지 △2년 거주요건 등 5가지 규제를 받고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는 재건축 단지는 2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만 새 아파트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리모델링은 초과이익환수제가 따로 없고, 조합 설립 이후에도 아파트를 사고 팔 수 있다. 인허가도 까다롭지 않아 사업 추진부터 입주까지 빠르면 6~7년 안에도 가능하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새 아파트와 재건축 대상이 아닌 노후 아파트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질수록 리모델링은 추진 동력을 얻게 된다"며 "1기 신도시뿐 아니라 1990년대 지어진 전국 주택 550만 가구, 아파트 370만 가구의 노후화가 순차적으로 진행 중인 만큼 리모델링 시장 필요성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건축 문턱을 넘지 못한 노후 단지들은 리모델링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등 수도권 54개 단지(4만551가구)는 조합설립을 마치고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 말 37개 단지(2만3935가구)보다 17개 단지(1만6616가구)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서울에서 재건축 추진위 승인을 받은 단지는 5곳에 불과하다.

특히 9월부터 순차적으로 준공 30년을 맞게 되는 1기 신도시에서 리모델링 움직임이 활발하다. 건설업계는 기존 용적률이 180%가 넘으면 재건축을 하더라도 늘릴 수 있는 가구수가 많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보는데, 1기 신도시 중 일산을 제외한 분당·평촌·산본·중동 등의 평균 용적률은 180%를 넘는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현재 도출된 문제점만 보완하면 리모델링만큼 양질의 아파트를 빨리 공급하는 방법은 없다"며 "주택의 수보다는 주택의 질이 중요한 시대인 만큼 리모델링을 잘 활용한다면 부동산 시장 안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