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나라 일본 나라] 스가, 9월까지 버틸 수 있나?...안팎으로 커지는 '내각 불신론'

2021-06-10 05:00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여부를 두고 일본 사회의 갈등 국면이 점입가경 상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내각은 흔들림 없이 개최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지만, 내부 방역 전문가들뿐 아니라 일반 여론에는 짙은 불신의 그림자가 드리운 상태다. 스가 총리는 내각 지지율 붕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선(先) 올림픽, 후(後) 선거' 방침을 정했지만, 일각에서는 대회 폐막까지 스가 내각이 버틸 수 있을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내각 지지율 추이와 주요 일정.[자료=아주경제DB]

 
◆스가 내각 '불신'↑··· 내부 전문가는 '연이어 비판'·누리꾼은 '음모론'·시장은 '불안'

스가 내각은 오는 9월 총선에 돌입할 것이 유력해졌지만, 한편으론 스가 내각이 9월까지 지지율을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개최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스가 내각의 강경 방침을 두고 내각 안팎으로 연일 거센 반발이 잇따른다는 이유에서다. 

우선, 스가 내각 내부 인사라 할 수 있는 코로나19 방역 전문가 집단의 '대오 이탈'이 눈에 띌 정도로 드러났다. 일본 내각의 코로나19 전문가 자문집단인 '코로나19 정부대책분과회의'의 오미 시게루(尾身茂) 회장은 최근 '올림픽 개최 불가론'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오미 회장은 일본을 대표하는 의학박사이자 감염증 전문가로,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사무국장을 역임해 대중 인지도가 높다. 지난 1년 동안 일본 코로나19 방역 당국의 최종 결정 책임자를 맡아 왔는데, 그간 정부의 입장을 거스르는 결정을 하지 않아 대중적인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지난 2일 일본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 출석해 "보통이라면 현재 같은 세계적 유행(팬데믹) 상황에선 올림픽을 하지 않는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무엇을 위해 (대회를) 하는지 목적이 명확지 않다"며 스가 내각의 강행 방침을 대놓고 꼬집었다.

이틀 뒤 중의회에 출석해서도 "정말로 올림픽을 개최할 작정이라면 긴급사태 선언 하에서의 올림픽은 절대로 피하고 여러 감염 방지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면서 스가 내각의 '길거리 응원' 방침에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지지통신과 아사히신문 산하 주간지 '아에라(AERA)'는 잇따라 스가 내각 내부에서 오미 회장의 공개 발언에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아에라는 "오미 회장의 '모반(謀叛)'에 스가 총리가 격노했다"면서, 스가 총리가 오미 회장에 대해 '입을 다물게 해라', '자기가 총리라도 된 양 행동한다'고 말하며 분노했다는 증언을 전했다.

오미 회장 이외에 오시타니 히토시 일본 도호쿠대 교수도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대담을 통해 "스가 내각의 올림픽 개최 강행 방침이 위험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오시타니 교수 역시 분과회의에서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자문관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난해 일본의 대표적인 코로나19 감염 방지 정책인 '3밀 정책(밀집·밀폐·밀접을 피하라는 권고)'을 설계한 인물이다.

오시타니 교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 정부, 도쿄올림픽·패럴림픽조직위원회(JOC)가 안전한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고 얘기하곤 있지만, 실제로는 (감염) 위험이 있다는 사실은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일"이라면서 "자칫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에 코로나19 감염 확산세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제로(0)'로 통제할 수 있는 올림픽은 '100%'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백신 물량이 부족한 국가가 대다수인 상황에서 올림픽 대회가 이들 국가에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일이 될 수 있다"면서 "다른 나라들에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일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가 내각을 향한 불신 분위기는 여론에서도 짙어지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일본 도쿄도 지하철 아사쿠사선 나카노부역에서 JOC의 재정과 회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경리부장(회계부장)인 모리야 야스시(森谷靖)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일본 경시청은 현장 정황상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곤 있지만, 유서나 생전 죽음을 암시하는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일본 누리꾼들은 그가 JOC의 경리부장 직책을 맡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과거 여러 차례에 걸쳐 대회 조직위의 부정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 때문이다. 지난 4월 JOC가 위탁업체의 인건비 단가를 비싸게 책정하고, 이 과정에서 사실상 독점 계약 상태인 광고대행사와의 이권 개입이 의심된다는 의혹이 내부 고발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특히 모리야 경리부장의 사망 소식을 외신인 로이터통신이 보도하고 일본의 뉴스포털 야후재팬에선 조회 수와 답글 수 상위 기사로 올라갔음에도, 주요 일본 매체들은 해당 사건을 간략한 '부고' 기사로만 전한 것도 '음모론'에 힘을 실었다. 

일각에서는 스가 내각의 불안한 정치 상황이 금융시장 불안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림픽 개최 후 총선 돌입설'이 본격화하던 지난 2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잇따른 정치 리스크로 외국인 투자자의 문의가 늘고 있다"면서 "일본 증시가 무거운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미국계 투자사인 JP모건증권이 토픽스(TOPIX) 선물 6월물을 이틀에 걸쳐 1800억엔어치 순매도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JP모건증권은 지난달 31일에 8000건 이상, 이달 1일에는 400건 이상의 계약을 순매도했다는 것이다.

닛케이는 JP모건증권이 여전히 2만건 이상의 계약을 남겨두고 있어 아직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면서도, 이런 분위기가 개인 투자자들에게까지 확산할 경우 도쿄증시의 약세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당시 UBS웰스매니지먼트는 닛케이에서 "(일본의) 외국인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의 가장 큰 잠재 위험으로 정치 동향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투자자 세력은 단기간에 정권이 계속 뒤바뀌는 '단명 정권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운데).[사진=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