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전대미문 땜질 추경..돈풀고 욕먹기

2021-06-08 18:54

[사진=신세돈 교수 제공]

정부가 또 추경을 짤 모양이다. 15조원에 가까운 2021년 1회 추경이 국회에서 확정된 게 3월 25일이니까 불과 두 달 만에 국가 지출 장부를 다시 한 번 고치겠다고 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2021년 2회 추경을 따져 보기에 앞서 먼저 확인해 볼 것이 있다.

1948년 정부가 수립된 이후 지금까지 73년간의 재정운용 역사를 보면 여태껏 총 99회 추경이 있었으니 1년에 평균 1.4회꼴로 추경이 편성된 셈이다. 생각보다는 잦았던 셈이다. 정부별로 보면 한국전쟁을 포함하는 이승만 정부가 12년 동안 23회로 연평균 1.9회, 윤보선 정부 2년 동안 9회로 연평균 4.5회, 박정희 정부 16년 동안 28회로 연평균 1.8회였다. 1948년부터 1980년까지 32년 동안 꼭 60차례의 추경이 있었으니 1년에 1.9회, 거의 두 번 있은 셈이다. 당시 한국이 후진국이었다는 데 동의한다면 후진국 대한민국 정부는 1년에 거의 두 번 추경을 했다는 말이다.

1980년대 들어와 전두환 행정부 8년 동안에는 6회로 연 0.8회, 노태우 정부는 7회로 연 1.4회였다가 1987년 개헌 이후 들어선 김영삼 정부는 4회로 연 0.8회, 김대중 정부는 8회로 연 1.6회, 노무현 정부는 5회로 연 1.0회, 박근혜 정부는 3회로 연 0.6회였다. 따라서 1980년 이후 박근혜 정부까지 36년만 놓고 보면 35차례의 추경이 있었으므로 연 1회꼴로 횟수가 많이 줄어든 셈이다. IMF 위기가 있었던 김대중 정부의 네 차례 추경을 포함하고도 추경은 1년에 한 번 또는 그 이하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4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추경이 무려 8차례 편성되었다. 이번에 추경이 확정되면 아홉 번째가 되어 연 평균 2.4회로 1987년 개헌 이후 역대 정부 중에서 추경을 가장 자주 편성한 정부가 된다. 정부 수립 후로 따지자면 4·19와 5·16으로 점철된 윤보선 정부 평균 4.5회 다음으로 추경이 잦다. 그럴 것 같지 않지만 문재인 정부가 끝날 때 까지 추경을 다시 편성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연 평균 1.8회가 되어 가장 추경이 잦은 정부라는 오명을 씻지 못한다. 후진국이었던 1980년 이전의 추경 패턴과 다를 것이 없다. 매년 편성하는 것도 후진국처럼 좀 망측스럽지만 2020년과 같이 1년에 네 번, 금년까지 합하면 2년 동안에 다섯 번씩이나 추경을 편성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 IMF 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과 1999년에도 각각 두 번밖에 꾸려지지 않았었다. 1년에 네 번, 2년에 대여섯 번씩 편성되는 추경은 더 이상 정상적인 추경이라 할 수가 없다. 국가재정법 89조는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수 있는 것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발생한 경우와 경기침체, 대량실업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발생 혹은 우려되는 경우로 특정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위의 조항에 해당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하나의 코로나19 위기를 두고 세 번, 네 번 혹은 다섯 번 새로운 재난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세 번, 네 번, 다섯 번이나 추경을 우려낸다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인 재정운용이다.

그것은 세 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정부 당국이 코로나19의 피해 상황을 아직까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2020년 3월부터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전국적인 영업폐쇄 혹은 통제에 들어갔다. 당장은 물론 및 추후 업계 피해규모와 대량실업자의 소득 손실 규모는 당시에 충분히 계산할 수 있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 속보에 따르면 2020년 서비스업의 매출액은 2019년에 비해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서비스업 매출이 70조원 이상 감소한 것을 의미한다. 2019년의 정상적인 매출증가속도 2%에 대비한다면 코로나 충격은 4%를 넘는다. 이 경우 매출피해는 140조원에 달한다. 그 피해도 대부분 몇 개 업종에 국한되어 발생했다. 따라서 피해업계에 국한하여 70조원, 혹은 140조원에 상응하는 지원이 소급하여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해당 업계의 원상회복은 어려울 것이고, 이들의 상처는 두고두고 잦아들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십수만개의 업소가 폐업될 것이고 최소한 수백만의 실업자가 발생하면서 큰 사회문제로 발전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피해복구 대책은 코로나 추경의 근본적인 목표가 되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에 나온 1회 추경을 보면 피해업계 및 실업자에 대한 재정지원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대출 혹은 보증지원에 불과했다. 그것도 찔끔찔끔, 수십개 조건과 제약을 붙여서 느림보처럼 지원되었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 피해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두 번째로는, 정부 당국이나 집권 여당이 코로나 직접 피해에 대한 지원에 매우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그것은 2020년 4월에 나온 2회 추경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실행한 2회 추경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4인 가족당 100만원을 지급하는 대책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나온 3회 추경도 피해업종의 재난지원과는 거리가 먼 경기보강과 한국판 뉴딜에 집중되었다. 5년간 76조원이 들어가는 한국판 뉴딜정책이라면 서둘러 추경으로 집어넣을 것이 아니라 좀 더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다음 2021년도 본예산에 넣는 것이 훨씬 좋은 모양새였을 것이다. 그해 겨울에 나온 4회 추경도 직접 피해와는 상관이 없는 곳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었다. 가족돌봄 지원, 긴급생계지원, 빈곤층 자활대책, 실직자대책, 청년취업대책 등과 같이 통상적으로 실행해 오던 일자리 프로그램에 추경예산이 더 투입되면서 코로나 직접피해 지원과는 상당히 거리가 먼 추경이 되고 말았다. 2021년 1회 추경이 그나마 코로나 직접피해 지원과 가장 부합하는 대책이지만 집합규제 대상 업종의 84%는 업체당 300만원 지원에 그치고 일반 업종의 90%는 100만원 지원에 불과했다.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불평이 나오는 이유다.

끝으로, 행정부가 여당에 휘둘려 제대로 중심을 못 잡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 건전성을 책임져야 할 행정부라면 안 되는 것을 안 된다고 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국민의 공복이 되는 것이다. 집권 정당은 4년마다 바뀌어도 행정부는 바뀌지 않는다. 집권 직전 385조원이던 지출예산이 5년 만에 거의 50%가 늘어난 560조원에 육박하는 데다가 국가채무도 2016년 627조원에서 2021년 약 960조원으로 53%, 333조원이나 늘었다면 최소한 곳간을 지키는정부 책임자 한 명 정도는 직을 내놓고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야 문재인 정부 안에도 충신이 있었다는 소리를 들을 것 아닌가. 20조원이 됐든 30조원이 됐든 이번 5차 재난지원금을 위한 2021년 2회 추경은 역사 위에 좋은 소리 못 듣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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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 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