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기에 인권을 외친다"...바이든, 러 푸틴·중 시진핑에 압박 강도↑

2021-05-31 10:41
푸틴에 '살인자' 외쳤던 바이든, 6월 정상회담서 인권 문제 제기 예정
28일 연설에 이어 이날도 시진핑 中주석 언급...인권 탄압 침묵 못 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인권 외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현충일 격인 메모리얼 데이를 맞아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앞세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1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러시아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 뉴캐슬의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델라웨어주 뉴캐슬의 참전용사 기념공원에 열린 연례 미군 전사자 추모 예배에 참석해 기념사를 전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주 뒤 (스위스) 제네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난다"면서 "나는 이때 푸틴이 이러한 권리(인권)를 학대(abuse)하도록 방관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구체적인 러시아의 인권 상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현재 수감 상태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 대한 정치 탄압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의 재판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부르기도 했으며,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과 해킹 범죄 관여 의혹 등을 문제 삼아 강한 제재를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최근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아일랜드 국적의 여객기를 강제 착륙 시켜 야권 활동가를 체포한 것을 두고도 미·러 양국은 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AFP는 "이번 회담은 수년 간 볼 수 없었던 미·러 간 긴장이 감도는 가운데 이뤄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8일 연설에 이어 이날도 시진핑 중국 주석을 지목하면서 "미국은 바로 미국이기 때문에 전 세계의 인권을 위해 (나서서) 발언할 수밖에 없다"고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11일 시 주석과 2시간 동안이나 통화했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당시 그는 정상 간 첫 통화임에도 대만의 자유와 안정 위협, 홍콩의 자율성과 민주주의 체제 훼손,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 의혹 등 중국의 인권 현안을 거론하며 시 주석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특히, 지난 28일 연설에서는 "시 주석이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권위주의 체제로 인해 2030년, 혹은 2035년 이전에 중국이 (민주주의 체제의) 미국을 쉽게 이길 것이라고 믿고 있다"면서 중국을 '주적(主敵)'으로 지목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인권 압박을 강화한 한편, 미국이 인권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통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위상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신념(idea)'을 바탕으로 형성한 독특한 국가"라면서 "우리(미국)는 모든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사실과 이를 보호해야 하는 신념에 기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인들은 각 세대를 거쳐 소중한 자유의 선물을 받았고, 미국의 신념은 우리를 묶는 요소"라면서 "미국에서 이어지고 있는 민주주의는 이전에도 많은 시험을 받았고 앞으로도 더 많은 시험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며 자국의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은 부통령 시절 회동 모습.[사진=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