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7년만에 개정되나…분리공시제 빠져

2021-05-26 15:43

시민이 휴대폰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방송통신위원회가 7년 만에 단통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2014년 단통법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불법보조금 문제 등을 해결하고 소비자의 단말기 구매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그러나 당시 핵심 사안으로 논의됐던 분리공시제가 빠져 일각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6일 방통위는 공시지원금 추가 지급 한도를 15%에서 30%로 인상하고, 공시지원금 변경일을 매주 월·목요일로 지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및 지원금 공시기준 고시 개정안을 마련했다.

단통법은 지난 2014년 10월 첫 시행 됐다. 당시 특정 대리점에만 대량의 보조금이 지원되고 번호이동이나 기기변경 등 가입 유형과 가입 지역, 구입 시점 등에 따라 구매 가격에 큰 차이가 있었다. 이에 소비자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공시지원금과 추가지원금을 규정하고, 선택약정을 통해 휴대전화 요금 25%를 할인받을 수 있도록 단통법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소비자 차별을 막겠다는 도입 취지와 달리 모두가 비싸게 사게 되는 소위 '전 국민 호갱법'이라는 반발이 나왔다. 또 보조금 상한선을 규정해 시장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불법 보조금을 근절할 수 없다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물밑에서 살포되는 불법보조금을 모두 단속하기에는 현실적으로 행정력에 한계가 있다. 현행 단통법은 공시지원금 15% 범위에서 추가 지원금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시지원금이 30만원이라면 최대 4만5000원까지 대리점 재량으로 소비자에게 추가 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지(휴대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을 뜻하는 은어)'가 등장하며 이를 초과한 범위의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 소비자 차별은 여전했다. 이에 방통위는 합법적인 추가 지원금 범위를 30%로 상향해 음성적인 불법 보조금을 양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014년 단통법 도입 당시 핵심 사안으로 논의됐던 분리공시제는 이번 개정안에서도 빠졌다. 당시에는 제조사를 중심으로 반대가 거세 막판에 도입이 무산됐다.

분리공시제는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단말기 공시지원금에서 제조사 지원금을 구분해 표시하는 것이다. 예컨대 출고가 100만원짜리 기기에 공시지원금이 총 30만원이라면 현재는 30만원을 묶어서 표시하고 있으나 분리공시제가 도입될 경우 10만원은 통신사, 20만원은 제조사가 제공하는 지원금이라고 밝히게 된다. 처음부터 20만원에 출시하도록 가격 인하를 요구할 명분이 생기며, 약정 해지 시 통신사 지원금 10만원에만 위약금을 내면 된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기기를 판매하는 만큼 한국 시장에서만 출고가를 낮추거나 지원금을 공개하기 껄끄럽다는 것이 제조사 입장이다.

그간 방통위는 분리공시제 도입 필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도 분리공시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LG전자가 휴대폰 사업을 철수하고 국내 제조사는 삼성전자만 남아 시장 환경이 변했다. 제조사 간 지원금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이에 분리공시제가 빠진 단통법 개정안에 대한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출고가를 낮추면 되는데 지원금을 통해 누구는 추가 지원을 받고 누구는 못 받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분리공시제 없이 추가 지원금만 상향되면 과거 이용자 차별 문제가 또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출고가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LG전자 사업 철수 이후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가 중요하다"며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분리공시제나 다른 대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