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페미니즘’ 프레임 공격받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실제론 페미니즘과 전혀 연관無

2021-05-27 08:48
일부 네티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페미니즘 지원의혹 제기
제기 내용 살펴보면 한 지역행사에 단순 후원명칭 지원
잘못 왜곡된 정보는 왜 확대재생산됐나

지난 21일 한 네티즌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동복지단체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페미니즘을 지원한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여론의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남녀 젠더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는 가운데, 이 네티즌이 올린 글과 사진은 삽시간에 전파를 타고 여러 남성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필자도 처음에는 해당 커뮤니티에 게재된 본문글과 댓글을 대강 살펴보고 언뜻 어린이재단이 여성단체나 페미니즘을 지원 또는 옹호하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해당 네티즌을 비롯해 어린이재단이 페미니즘과 연관됐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글들을 조금 더 들여다보니 그들의 주장이 과도하게 왜곡됐음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들이 올린 어린이재단의 페미니즘 지원의혹에 대한 근거들과 논리가 왜 잘못됐을까.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들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페미니즘을 지원한다며 지난 2018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후원한 영어책모임 ‘페미-수다’ 1기 모임 포스터를 제시했다. 해당 글에는 “엄마인 나, 딸인 나로서 우리 모두가 겪었거나 겪을지도 모르는 불평등한 경험들 앞에서 ‘이렇게 해야해~, 이렇게 하는 것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해주는 [엄마는 페미니스트: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가지 방법] 소책자를 읽어보며 우리의 이야기를 나눠 보아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여기서 포스터 오른쪽 하단에 어린이재단 세종시어린이도서관 로고가 들어간 것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이 네티즌의 주장은 포스터에 어린이재단 로고가 들어갔으니 어린이재단이 페미니즘 관련 행사를 주최한 것이 아니냐는 건데, 주최기관 부분을 보면 해당 행사의 주최기관은 ‘세종여성’이라는 단체다. 또 후원기관은 어린이재단이 아니라 어린이재단에서 운영하는 한 부설기관인 세종시어린이도서관이다.

어린이재단과 같은 공익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은 정부 등 공공기관이 설립한 복지시설을 관계법령에 의거하여 운영하는 사례가 많다. 어린이재단 관계자는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린이도서관건은 공공도서관이고 독서동아리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책모임을 위한 장소 제공으로 참여한 바 해당 모임과는 관계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즉 어린이재단이 운영하는 수십여개의 복지시설 중 하나가 이 행사에 ‘후원명칭’만 사용하게 해 준 것이기 때문에 어린이재단이 페미니즘을 지지하거나 공식적으로 후원했다는 주장은 크게 왜곡됐다.

이러한 잘못된 정보글에 몇몇 네티즌들은 “초록우산도 페미가 잔뜩 묻어 있었네요”, “이렇게 제 후원금이 페미니즘 연구와 교육에 빨리고 있었다니 충격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수 네티즌들이 올린 근거 없는 허위성 정보에 오인을 하고 있는 것.
 

조시영 청소년기자단 대표.
 

25일 '한겨레신문'은 일부 누리꾼이 어린이재단에 대해 비난글을 올리는 행위가 페미니즘 백래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남초 커뮤니티의 무차별적 백래시, 성평등에 대한 반발성 공격이 이제는 어린이단체까지 자신들의 혐오를 키우는 먹잇감으로 삼기 시작했다”며 “최근 대기업(GS25), 수사기관(경찰), 지방자치단체(평택시) 등 자본과 권한을 가진 이들까지 근거 없는 남혐 손가락 찾기 공격에 쉽게 투항하면서 자칫 혐오 효능감을 키워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또 “전문가들은 빨간불이 켜졌다는 경고와 함께 사회 공동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말한다”고 전하면서 공적 지원책을 주문했다. 백래시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공격을 멈춰야 한다는 설명으로 풀이된다.

필자도 이 신문의 주장에 동의한다. 1948년 설립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여타 일반적인 비영리단체와는 다르게 국내 주요 회계법인에서 투명한 후원금 운용으로 수상하는 등 우수하게 재정을 관리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온 큰 규모의 어린이 복지단체에까지 성별, 젠더 갈등을 들이밀며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는 근절되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번 논란으로 인해 우리 한국 사회의 미래주역인 어린이들이 젠더 갈등에 의해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라본다.

글=조시영 청소년기자단 대표(아주경제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