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억제와 경기회복 사이에서...중국의 줄타기
2021-05-25 14:56
"원자재 원활한 수입,저장,운송 보장"
발개위 "투기,사재기 행위 엄벌"
엇갈린 메시지로 드러난 中정부 딜레마
원자재 시장 진정 노력 '한계'도
발개위 "투기,사재기 행위 엄벌"
엇갈린 메시지로 드러난 中정부 딜레마
원자재 시장 진정 노력 '한계'도
중국 지도부가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 압박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최근 들어 내놓은 엇갈린 메시지에서 중국 지도부의 이같은 고민이 묻어난다.
24일 중국정부망에 따르면 이날 저장성 시찰에 나선 리커창 총리는 제일 먼저 닝보·저우산항만공사 산하 베이룬항구를 찾았다. 닝보저우산항만은 12년 연속 화물 물동량 세계 1위를 차지한 중국 최대 철광석·원유 중계기지다.
리 총리는 항구 부둣가에서 원자재 가격 동향을 보고 받으며 "저장성은 소상품(잡화)로 유명하다. 잡화 생산은 원자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올 들어 일부 원자재 가격 상승세 이어지고 있다"며 "원자재의 원활한 수입·저장·운송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원자재 투기·사재기 행위를 엄벌해 가격 상승을 억제하겠다면서, 또 한편으론 원자재 수입과 저장을 강화하라는 엇갈린 메세지를 보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경제 성장을 위해 필수 원자재의 원활한 공급을 보장하는 한편, 물가 상승의 악순환 충격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맞춰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구리부터 면화까지, 중국은 세계 최대 원자재 수요국이다. 중국의 경기 회복세에 따른 수요 급증이 최근 글로벌 원자재 가격 폭등을 야기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동시에 인플레이션은 기업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중국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중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월 대비 6.8% 오르며 2017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기관들은 중국 PPI 상승률이 5~6월 7~8% 이상 고점을 찍은 후 하반기에야 비로소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선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충격 완화를 위해 당분간 위안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5일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은 6.42위안대를 기록했다. 위안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 3년래 최고치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같은 움직임은 어느 정도 원자재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를 내고는 있다.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24일 오전장에서만 중국내 철광석과 열연강판 선물가격은 각각 6.9%, 4.3% 하락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시장 안정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철강 같은 중국 내수 중심의 원자재는 가능하지만, 글로벌 수요·공급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구리 등 일부 유색금속 시장에서 중국 정부의 영향력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리의 경우, 중국 지도부의 시장 단속 경고에도 가격이 잠깐 하락하다가 다시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