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시장 V자 회복 중이지만…반도체 수급난에 지속 불투명"

2021-05-25 13:49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매 현황 조사 결과
국내 시장 내수 지원책 축소에 수요 둔화…하반기 위축 우려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수요회복으로 자동차 수요가 'V자'로 회복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반도체 수급난으로 자동차 수요를 공급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25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판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월 글로벌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2.4% 증가하며 V자로 회복 중이다. 가장 큰 회복세를 보인 곳은 중국으로 작년 대비 52.3%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도 각각 29.1%, 23.1% 늘었다.

중국 시장은 이미 작년 4월부터 자동차 판매가 증가로 전환했다. 지난해 반도체 수입액이 전년 대비 15% 증가할 정도로 반도체 재고도 선제적으로 확보해 올해 글로벌 반도체 수급난의 장기화에도 팬데믹 이전을 웃도는 자동차 판매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

미국 시장은 연초 코로나19 재확산, 한파에 따른 소비 위축 등으로 자동차 판매가 감소했다. 이후 재정부양책 발표, 백신 접종 확대에 따른 소비 회복으로 자동차 재고가 부족할 정도로 수요가 증가하며 코로나19 펜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달 기준 미국의 자동차 재고는 3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재고 보유 적정 수준(70∼75일)의 절반(34일)에 불과하다.

유럽의 경우 국가별 경기 회복 속도의 차이로 판매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뒤처진다. 다만 작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전기동력차(하이브리드차,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판매가 올해 1분기 104만6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93.3% 증가하는 등 급증세를 보이며 V자로 회복 중이다.
 

[사진=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제공]

이처럼 주요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반도체 수급난은 연내 해소가 어려울 전망이다.  

우선 차량용 반도체 대비 수익성이 높은 정보기술(IT) 기기용 반도체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PC 등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올해도 기록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중국의 반도체 수입도 지난 3월 월간 기준 최대치를 달성하는 등 팬데믹 이전을 능가하는 모습이다. 

전기동력차 시장이 지난해 41% 성장하는 등 전기차가 급속도로 보급 확대되는 것도 반도체 수급난에 어려움을 더한다.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차 대비 반도체가 최대 5배 더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여기에 원유, 철강, 구리 등 기타 원자재와 해상운송 수요 급증 등 제2의 반도체 사태 발생 리스크도 있어 자동차 판매의 V자 회복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KAMA는 전망했다. 구리 가격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달 대비 11.8% 증가해 최근 10년 중 최고치 수준이다.

내수 시장의 경우 수요 둔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어 안팎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작년 역대 최대 내수 판매를 기록한 국내 자동차 시장의 1∼4월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6.7% 증가해 비교적 선전 중이나, 국산차 판매는 신차가 부족한 외국계 3개사를 중심으로 2개월 연속 감소해 증가세가 둔화했다.

KAMA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자동차 수요 위축을 우려했다. 오는 6월 자동차 개별소비세 30% 감면이 종료되고, 현재 수요가 가장 높은 하이브리드차 취득세·개소세 감면이 올해 말 종료되는 등 내수 지원책이 잇따라 축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력 수출 시장의 수요 회복에 대응할 생산 유연성도 부족해 반도체 수급 정상화 이후 적극적인 생산 확대 여건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봤다.

정만기 KAMA 협회장은 "단기적으로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무 유예, 탄력 근로제 한시적 확대·요건 완화 등 생산 유연성을 제고하고 내수가 급격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개소세 30% 감면 등 정부가 정책적으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민관 협력을 통한 고성능 반도체 중심 국내 차량용 반도체 생산 기반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21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