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삼성전자① 김기남 부회장, 메모리 반도체 1위 이끈 맏형
2021-05-24 06:02
“어떤 기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는 그 기업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 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토마스 제이 왓슨 전 IBM 회장이 남긴 말이다. 기업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역할이다. 이는 곧, 기업(Company)은 리더(Chief)의 역량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주경제는 기업(Company)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C(Chief : CEO or CFO or CTO)에 대해 조명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S(Device Solutions)부문장은 그룹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부회장' 타이틀을 지니고 있다. 그만큼 그의 위상이 삼성전자 안팎에서 공고하다는 뜻이다.
◆두터운 이재용 부회장의 신망...‘포스트 권오현’
1958년 강원도 강릉 태생인 김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자공학 석사학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UCLA)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2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후에는 메모리개발실과 반도체연구소에서 메모리반도체인 D램 연구를 주로 담당했다. 차세대 메모리 기술 및 CIS 개발 담당 임원, D램 개발실장과 반도체연구소장을 거치며 메모리반도체 고집적화 분야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2010년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삼성그룹 계열사의 차세대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삼성종합기술원장을 맡았다.
2012년에는 삼성디스플레이 출범 초기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삼성전자 LCD사업부가 분리돼 나온 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S-LCD까지 3개 법인이 합병해 탄생했다. 1년여의 재직 기간 중 가장 큰 성과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G디스플레이와 벌이고 있던 특허분쟁을 마무리한 것이다.
그는 "세계시장에서 경쟁국에 밀리지 않으려면 한국 기업끼리 소모적 분쟁을 해서는 안 된다"며 LG디스플레이를 상대로 낸 특허소송을 취하해 화해의 계기를 마련했고 결국 양사는 극적으로 협상 타결에 성공했다.
또한 올레드 디스플레이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커브드 올레드, 플렉서블 올레드 등 신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2018년까지 LCD와 올레드 투자를 병행하되 이후에는 올레드 중심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차세대 생산라인 건설도 추진했다.
2013년 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으로 복귀, 이듬해 6월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장을 맡아 메모리사업은 물론 비메모리사업까지 아우르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초호황기를 이끌었다.
2016년 5월 DS부문 반도체 총괄을 거쳐 2017년 10월 인사 때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이듬해 초 경영에 복귀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 단행한 사장단 인사에서 ‘성과주의 원칙’에 따라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이처럼 김 부회장은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DS부문장과 대표이사, 삼성종합기술원장과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장 등 주요 직책을 모두 물려받았다. 이런 배경 때문에 삼성전자 안팎에서 일찍부터 ‘포스트 권오현’으로 불려왔다.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 이끈 최고 전문가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핵심인 DS부문의 요직을 두루 역임한 반도체 최고 전문가다. 현재 DS부문 요직은 김기남 부회장의 서울대 전자공학과 동문으로 꾸려져 이른바 ‘김기남 사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꼼꼼하면서도 합리적인 일처리로 선후배들의 신망이 두텁다.
사실상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써 내려온 ‘반도체 신화’의 역사를 이어받아 사상 최대 실적의 신기원을 마련한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특히 D램 고집적화에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D램과 플래시메모리 개발기술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인물로 꼽힌다. 2003년 세계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 핵심인력에게 부여하는 ‘삼성 펠로우’에 선정됐으며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IEEE) 펠로우이기도 하다. 삼성 펠로우 중 대표이사까지 오른 것은 삼성전자 창립 이래 김 부회장이 유일하다.
1997년에는 39세로 임원에 승진해 최연소 임원이 됐다. 2010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으로 승진하면서 최연소 사장이라는 호칭도 달았다. 세계적 권위의 미국전기전자엔지니어협회(IEEE) 석학회원으로 선정됐고 한국 기업인 중 처음으로 미국공학한림원 외국회원으로 선발됐다. 유럽 최대 반도체 기술 연구소(IMEC)에서 평생혁신상, 세계 최대 플래시메모리 학회인 플래시메모리 서밋에서 평생공로상 등을 수상했다.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에 선임된 그해 반도체 부문에서 사상 최대 실적 신기록을 썼고, 부회장에 오른 2018년에도 역대 최고 실적을 견인했다. 이후 국정농단 사건으로 이 부회장의 부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DS부문의 실적 호조로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2019년 27조7700억원, 2020년 35조9500억원으로 매년 승승장구했다.
◆삼성전자 초격차 경쟁력 수성, 파운드리 점유율 확대 과제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짊어진 과제가 만만찮다. 특히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받아 재수감되면서 그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졌다.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위를 하는 것을 목표로 171조원을 투자하는 ‘반도체비전 2030’이 최대 과제다. 반도체 2030의 최대 과제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다.
삼성전자는 대만 TSMC와 미세공정 기술력과 고객사 확보 등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TSMC가 50% 이상으로 2위인 삼성전자와 30%포인트 이상 격차를 따라잡아야 하는 것이 난제다.
삼성전자는 기술력에서 밀리지 않지만, 고객사 유치가 쉽지 않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팹리스)와 파운드리를 동시에 하고 있어 기술유출 우려 등으로 고객사를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김 부회장이 파운드리 1위 탈환을 위해 사업 분사, 조직개편, 대규모 인수합병 등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추진할 지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 김기남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프로필
△1958년 4월14일생
△1977년 강릉고 졸업
△1981년 서울대 전자공학과 졸업
△1983년 한국과학기술원 전기전자공학 석사
△1993년 UCLA 전기전자공학 박사
△1982년 삼성전자 입사
△1985년 반도체연구소 DRAM팀 팀장
△1994년 1Gb DRAM 프로젝트리더 부장
△1997년 차세대 메모리 제품 및 기술개발 이사
△2001년 차세대 메모리 기술개발 상무
△2003년 삼성 펠로우
△2004년 차세대 메모리 기술 및 CIS 개발 전무
△2007년 DRAM개발실장 부사장
△2009년 반도체 연구소장 부사장
△2010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사장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2013년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2014년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사업부장
△2017년 DS부문장(대표이사 사장)
△2018년 DS부문장(대표이사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