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GC녹십자 코로나 치료제 '고배'…국산 2호 치료제, 언제 나오나?
2021-05-16 15:08
대웅제약·부광약품 임상 데이터 강화해 승인 준비 중
1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백신·치료제 검증 자문단은 지난 10일 GC녹십자의 코로나19 치료제 '지코비딕주'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불허했다. 지코비딕주가 코로나19에 대한 효과성·안전성을 입증할 만한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종근당·GC녹십자 치료제 불허··· '임상적 근거 부족'
GC녹십자와 종근당의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조건부 허가가 불발된 가장 큰 이유는 제출된 임상 시험 결과가 식약처 관점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두 제약사가 치료제에 대한 효과를 입증할 만큼의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GC녹십자가 식약처에 제출한 임상시험 결과는 12개 임상시험 기관에서 환자 63명을 대상으로 공개·무작위 방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GC녹십자는 해당 임상 결과를 두고 지코비딕주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유의미한 지표를 획득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식약처의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안전성 검증 자문단(이하 자문단)은 GC녹십자가 제출한 임상 결과만으로는 치료 효과를 제시하지 못했고, 시험 대상자 수가 적은 데다 대조군·시험군 환자가 고르게 배정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종근당 나파벨탄의 경우, 식약처에 제출된 임상시험 자료는 러시아에서 수행된 2상 임상시험 2건이다. 13개 임상시험 기관에서 환자 104명에게 공개·무작위 배정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대해 자문단은 종근당이 제출한 2상 임상시험 결과만으로는 나파벨탄주의 치료 효과를 인정하기에는 불충분해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를 두고 전문가는 식약처가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에 대한 허가 기간을 단축하고자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등 의약품 심사 문턱을 평소보다 낮췄음에도 통과하지 못한 것은 양사가 최소한의 임상적 근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대우 중앙대 약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전 세계의 규제 당국이 과거 어떤 때보다 더 쉽게 허가를 내주고 있다. 식약처 또한 허가에 굉장히 우호적인 상황"이라며 "이렇게 허가 문턱을 낮췄는데도 조건부 허가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그만큼 효과성을 입증할 최소한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약 업계에선 국내 코로나19 유행 특성상 임상 시험에 필요한 중증 환자와 고위험군 환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제약 업계 관계자는 "중증 환자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다"며 "경증 환자는 구하기가 비교적 어렵지 않은데 고위험군 환자는 모집하기가 더욱더 힘들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위중증 환자는 150명이다. 전체 환자 대비 위중증 환자 비율인 위중증률은 지난해 12월 3.3%→지난 1월 2.5%→2월 2.3%→3월 1.6%로 감소세다.
◆'임상 데이터 강화'··· 2호 치료제 개발 잰걸음
GC녹십자에 이어 코로나19 치료제를 준비 중인 국내 제약사들은 앞선 실패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정확한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종근당은 임상 3상 승인을 받고 임상 참여자 모집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치료제로 '호이스타정'과 '니클로사마이드'를 개발 중인 대웅제약은 임상 대상자 수와 실행 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지난 3월 31일 인도네시아 정부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호이스타정은 참여자 300명 규모의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며, 니클로사마이드는 호주와 인도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대웅제약은 올해 상반기 호이스타정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부광약품도 임상 데이터 신뢰도를 확보하고자 임상 대상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치료제 '레보비르'를 개발 중인 부광약품은 최근 61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2상(CLV-201) 결과를 발표, 바이러스가 감소하는 경향을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부광약품은 보다 명확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두 번째 임상(CLV-203) 대상 환자 수를 40명에서 80명으로 확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