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일본] ②올해도 한국에 '구매력 GDP' 추월...'풍요로운 선진국, 자존심 버리자' 자성도
2021-04-29 06:00
한국에 추월 당한 '풍요로움 지표'...'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 일본
전 일은 위원 "일본은 더 배워야...선진국 허상이 성장 가로막아"
전 일은 위원 "일본은 더 배워야...선진국 허상이 성장 가로막아"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일본 경제가 '-4.8%'나 역성장하자, 올해 들어 일본 언론들은 "일본이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일본 국민들이 생활 수준에서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자국의 임금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초 거품경제가 붕괴한 이후 '잃어버린 30년' 동안에도 이를 만회하지 못한 이유는 '부자 나라', '풍요로운 선진국'이란 자만에 사로잡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7년 우리나라는 해당 지표에서 당초 전망 시기(2023년)보다 빠르게 일본을 추월한 이후 3년 연속 앞서고 있다.
지난 2017년 당시 우리나라의 PPP 기준 1인당 GDP는 4만1001달러(약 4883만원)로 집계돼 전체 35개국 중 19위를 기록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1인당 174달러의 근소한 차이로 뒤진 4만827달러로 20위를 차지했다.
이는 우리나라는 OECD가 1970년부터 GDP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50여년 만에 관련 통계에서 일본을 처음 추월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2018년 우리나라와 일본은 각각 4만2487달러와 4만1724달러로 격차를 763달러까지 벌였다. 일본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6% 성장했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5% 증가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여파다.
다만, PPP 기준으로 환산한 1인당 GDP를 제외한 명목 GDP나 국민총소득(GNI) 관련 통계에선 일본이 여전히 우리나라를 앞서 있다.
PPP란 각 나라의 물가 수준을 일정한 환율 기준(일반적으로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변환한 지표로서, PPP를 기준으로 1인당 GDP를 산출할 경우 각국 국민의 실질 소득과 구매력, 생활 수준 등의 소득 분배 수준을 비교한다.
반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명목 GDP는 각국의 통화단위로 산출한 GDP를 미국 달러화로 단순 환산한 것으로, 일정 기간 각국이 생산한 부의 총량과 경제 규모를 비교할 수 있다. 명목 GDP가 더 높을 경우 국가 전체가 더 부유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6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과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각각 5조490억 달러(세계 3위)와 1조6310억 달러(세계 10위) 수준이다.
이들 통계치를 고려했을 때, 일본의 경우 국가 전체의 부와 개인별 소득 분배 수준을 함께 반영한 수치인 PPP 기준 GDP가 명목 GDP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국가는 부유해도 국민은 부유하지 못한 상황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제 지난 12일 하라다 유타카 일본 나고야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온라인 시사매체 '웨지 인피니티'에 '왜 일본은 한국보다 가난해졌는가?'라는 기고문을 게재하자, '넷우익'을 중심으로 "한국과의 비교 자체가 불쾌하다", "이와 같은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등 격한 반응의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라다 교수는 기고문에서 "국제적으로 개인의 실질 생활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풍요로움의 지표'는 PPP 기준 1인당 GDP인데, 일본은 '풍요로움의 지표'에서 한국보다 가난해진 상태"라면서 "선진국 중 일본의 생산성이 낮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는데, 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실질 소득이 낮다는 의미이며 다시 말해, 가난하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1980년대까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1990년대부터 정체하기 시작해 선진국의 최저 수준을 겨우 유지해오고 있다"면서 "일본이 뒤떨어진 이유는 '캐치업(Catch Up·추월)을 끝내고 선진국이 된 일본은 이제 (일본 만의) 독자성과 독창성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자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자만에 빠져 '독자적인 일본식 성장 전략'을 만든다는 기치 아래 배타적인 태도로 외국의 뛰어난 사례를 배우려는 자세를 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라다 교수는 "일본은 미국을 추월한 적이 없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미국과의 차이만 벌어지고 있다"면서 일본이 선진국을 따라잡았다는 믿음은 허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 사이 아시아에서 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이 일본 추월에 성공했고 중국과 인도도 낮은 수준이지만 빠르게 캐치업을 하고 있다"면서 "일본에 우버가 없고 올레드(OLED) 패널을 만들지 못하며 간편한 전자결재 시스템조차 보급되지 않은 것은 독자성과 독창성이 없어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하라다 교수는 "농업, 운수, 전력, 금융, 건설, 도·소매, 식품 산업 등의 생산성이 낮고 정부 기능도 뒤처지며 코로나19 방역 대응조차 실패한 것은 다른 나라의 뛰어난 사례를 흉내낼 수 없게 가로막는 규제와 제도, 관행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추월은커녕, 추월당하고 있는 일본에 필요한 것은 일본이 뒤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다른 나라의 뛰어난 점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라다 교수는 도쿄대와 가쿠슈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일본 경제기획청에서 근무를 시작한 관료 출신 경제학자다. 이후 일본 재무성 산하 재무종합정책연구소를 거쳐 2004~2011년까지 다이와 종합연구소 수석 경제학자와 고문을,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일본의 기준 금리 등 통화 정책을 심의·결정하는 일본은행(BOJ)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을 역임했다.
하라다 교수는 일본의 대표적인 '리플레이션(통화 재팽창) 학파' 인사로, 버블경제 붕괴 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을 비판하며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초 거품경제가 붕괴한 이후 '잃어버린 30년' 동안에도 이를 만회하지 못한 이유는 '부자 나라', '풍요로운 선진국'이란 자만에 사로잡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에 추월당한 '풍요로움 지표'...'부자 나라, 가난한 국민' 일본
2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와 일본의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각각 4만2728달러(잠정치)와 4만2239달러(추정치)를 기록했다. 전체 59개국 중 각각 23위와 24위 수준이다.지난 2017년 우리나라는 해당 지표에서 당초 전망 시기(2023년)보다 빠르게 일본을 추월한 이후 3년 연속 앞서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는 OECD가 1970년부터 GDP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50여년 만에 관련 통계에서 일본을 처음 추월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후 2018년 우리나라와 일본은 각각 4만2487달러와 4만1724달러로 격차를 763달러까지 벌였다. 일본은 2013년부터 2018년까지 5.6% 성장했지만 우리나라는 같은 기간 25% 증가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여파다.
PPP란 각 나라의 물가 수준을 일정한 환율 기준(일반적으로 미국 달러화 기준)으로 변환한 지표로서, PPP를 기준으로 1인당 GDP를 산출할 경우 각국 국민의 실질 소득과 구매력, 생활 수준 등의 소득 분배 수준을 비교한다.
반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명목 GDP는 각국의 통화단위로 산출한 GDP를 미국 달러화로 단순 환산한 것으로, 일정 기간 각국이 생산한 부의 총량과 경제 규모를 비교할 수 있다. 명목 GDP가 더 높을 경우 국가 전체가 더 부유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6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일본과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각각 5조490억 달러(세계 3위)와 1조6310억 달러(세계 10위) 수준이다.
이들 통계치를 고려했을 때, 일본의 경우 국가 전체의 부와 개인별 소득 분배 수준을 함께 반영한 수치인 PPP 기준 GDP가 명목 GDP의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곧, 국가는 부유해도 국민은 부유하지 못한 상황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본은 더 배워야...선진국 허상이 성장 가로막았다"
이와 같은 통계치는 최근 일본에서도 점차 알려지면서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선진국'인 일본이 '개발도상국'이었던 한국에 GDP 지표를 따라잡혔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 것이다.실제 지난 12일 하라다 유타카 일본 나고야대학 비즈니스스쿨 교수가 온라인 시사매체 '웨지 인피니티'에 '왜 일본은 한국보다 가난해졌는가?'라는 기고문을 게재하자, '넷우익'을 중심으로 "한국과의 비교 자체가 불쾌하다", "이와 같은 비교는 의미가 없다"는 등 격한 반응의 댓글을 올리기도 했다.
하라다 교수는 기고문에서 "국제적으로 개인의 실질 생활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풍요로움의 지표'는 PPP 기준 1인당 GDP인데, 일본은 '풍요로움의 지표'에서 한국보다 가난해진 상태"라면서 "선진국 중 일본의 생산성이 낮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는데, 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실질 소득이 낮다는 의미이며 다시 말해, 가난하다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1980년대까지 다른 나라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여왔지만, 1990년대부터 정체하기 시작해 선진국의 최저 수준을 겨우 유지해오고 있다"면서 "일본이 뒤떨어진 이유는 '캐치업(Catch Up·추월)을 끝내고 선진국이 된 일본은 이제 (일본 만의) 독자성과 독창성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자국이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섰다는 자만에 빠져 '독자적인 일본식 성장 전략'을 만든다는 기치 아래 배타적인 태도로 외국의 뛰어난 사례를 배우려는 자세를 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라다 교수는 "일본은 미국을 추월한 적이 없으며 1990년대 이후에는 미국과의 차이만 벌어지고 있다"면서 일본이 선진국을 따라잡았다는 믿음은 허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그 사이 아시아에서 싱가포르, 홍콩, 대만, 한국이 일본 추월에 성공했고 중국과 인도도 낮은 수준이지만 빠르게 캐치업을 하고 있다"면서 "일본에 우버가 없고 올레드(OLED) 패널을 만들지 못하며 간편한 전자결재 시스템조차 보급되지 않은 것은 독자성과 독창성이 없어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하라다 교수는 "농업, 운수, 전력, 금융, 건설, 도·소매, 식품 산업 등의 생산성이 낮고 정부 기능도 뒤처지며 코로나19 방역 대응조차 실패한 것은 다른 나라의 뛰어난 사례를 흉내낼 수 없게 가로막는 규제와 제도, 관행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추월은커녕, 추월당하고 있는 일본에 필요한 것은 일본이 뒤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다른 나라의 뛰어난 점을 배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라다 교수는 도쿄대와 가쿠슈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후 일본 경제기획청에서 근무를 시작한 관료 출신 경제학자다. 이후 일본 재무성 산하 재무종합정책연구소를 거쳐 2004~2011년까지 다이와 종합연구소 수석 경제학자와 고문을, 2015년 3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일본의 기준 금리 등 통화 정책을 심의·결정하는 일본은행(BOJ) 정책위원회 심의위원을 역임했다.
하라다 교수는 일본의 대표적인 '리플레이션(통화 재팽창) 학파' 인사로, 버블경제 붕괴 후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을 비판하며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해 일정 수준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용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