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마오가 강조한 남녀평등…아직은 중드 속 이야기일 뿐

2021-04-28 01:00
최근 中드라마 '여성천하'…당찬 여성 활약상 '눈길'
현실은 여전히 '유리천장'…기업 이사회는 '남성 전유물'

드라마 정청춘(왼쪽부터), 아직서른, 첨밀 포스터. 당찬 여주인공의 활약이 돋보인다. 



그야말로 '여성천하'다. 요새 중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이야기다. 하나같이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면서 성장해 나가는 당찬 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우리나라에서도 화제가 된 중국 드라마 '겨우 서른(三十而已)'도 그중 하나다. 서른 살을 앞둔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담았다. 특히 여주인공 구자는 현모양처 전업주부지만, 우유부단하고 사업 수완이 없는 남편 대신 회사의 중요한 결정까지 도맡으며 각종 위기를 정면 돌파, 해결해 나간다.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여성이란 찬사가 쏟아진다. 

또 다른 중국 드라마 '정청춘(正靑春)'. 프랑스계 화장품기업 SW의 중국 사업을 키우는 데 청춘을 바친 여성 직장인들 이야기다. 남편도, 아들도 제쳐놓고 일에 몰두하며 중국법인장 자리까지 오른 수완팅, 그 누구보다 냉철하게 중국 사업을 키우는 데 모든 청춘을 다 바친 수완팅의 후계자 린루이, 따뜻함과 섬세함으로 린루이와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팡징, 탁월한 영업수완으로 승승장구하는 장샤오위까지. 누구에게 의존하지 않고 제 힘으로 커리어를 쌓아 회사 고위급 자리까지 오르는 당당한 여성들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의 결혼 대신, 힘겨운 창업의 길을 선택해 온갖 실패 끝에 성공을 맛보는가 하면(드라마 '친애적자기'), 수백억 빚만 남겨놓고 세상을 떠난 남편 대신 빚을 다 갚고 망해가는 남편 회사를 되찾아 남편이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실현하기도 한다(드라마 '첨밀'). 이성적이고 냉철한 일처리 능력으로 남성 동료나 상사의 시기·질투를 받으며 어려움을 겪지만 꿋꿋이 헤쳐 나가 성공하는 이야기(드라마 '이지파생활')도 있다. 이들 중국 드라마 속 남성은 여성의 능력을 돋보이게 하는 부수적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여성이 하늘의 절반을 떠받치고 있다." 중국 혁명지도자 마오쩌둥이 남녀평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하지만 중국 여성들에게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직장에서 ‘유리천장’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난해 11월 기준 모건스탠리캐피털지수(MSCI) 전세계지수(ACWI)에 편입된 기업 중 여성 이사가 단 한 명도 없는, 시가총액 기준 상위 25개 기업 중 14개가 중국기업이었다. 중국 인터넷공룡 바이두와 메이퇀도 그중 하나다.

'중국판 테슬라' 비야디, '중국판 나이키' 안타, '중국판 아마존' 징둥그룹 등 모두 중국을 대표하는 간판기업인데도 이사회에 여성 임원은 '전무'하다.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중국 국유기업은 그렇다 쳐도 이들 전기차, 의류패션, 온라인쇼핑 같은 신흥산업 기업에서조차 여성 임원엔 '인색'하기 그지없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홍콩거래소 상장기업 약 2500곳 중 3분의1이 넘는 회사 이사회는 모두 남성으로 채워졌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이사회에 1명 이상의 여성이 참여하는 것과 비교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성격차지수(GGI)에 따르면 중국은 106위다. 참고로 한국은 이보다 더 낮은 108위다. 

S&P는 "더 많은 여성이 이사회에 참여하면 다양한 경험과 관점, 배경이 더해져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며 "특히 과도한 위험 부담을 줄이고, 회사 명성과 수익성,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최근 중국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관심 커지고 있다. ESG 경영에서 여성의 참여 확대는 필수. 중국기업들도 앞으로는 더 많은 여성 임원을 확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날 기술혁명 시대는 이제 더 이상 '근육질 싸움'이 아닌 '지혜의 싸움'이다. 본능적으로 돌봄의 마음을 가진 여성이 더 유리하다." 2018년 방한한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참고로 알리바바그룹은 '금고지기(CFO)'도 여성에게 맡길 정도로 여성 임원에 '관대'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