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설(說)과 사실 사이...진짜 중국을 보려면

2021-02-25 04:00
중국에 대한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설 '오만과 편견'은 앙숙이었던 남녀가 오해와 편견을 딛고 서로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았다. 남녀 사이만 그런 게 아니다. 사람과 사람은 물론, 국가와 국가 사이에도 편견은 존재한다. 설령 가까운 이웃국가라 할지라도.

우리나라와 중국 간에도 적지 않은 '오만과 편견'이 존재한다. 그래서 중국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최근 이슈가 됐던 중국 알리바바그룹 핀테크 회사 앤트그룹 기업공개(IPO) 불발설을 예로 들어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장쩌민 전 주석의 돈줄을 차단하려고 앤트그룹 IPO를 막았다." 최근 한 외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을 우리나라 언론도 앞다퉈 보도했다. 앤트그룹 IPO 불발 배경에 중국 정치권력 투쟁이 작용했다는 말이다.

"시진핑 '정적 견제'하려는 노림수" 제목만 봐도 꽤나 자극적이다.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뉴스에는 장쩌민 중심으로 지분 구조가 짜여 있는 앤트그룹이 상장하면 정적이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본 시진핑이 앤트그룹 IPO 중단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음모와 배신이 도사리는 미국 정치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소설인지 사실인지 불확실한 '설'일 뿐이다.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은, 앤트그룹 IPO 연기에는 △최근 중국 정부의 알리바바를 비롯한 인터넷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 △중국 인터넷기업의 데이터 독점 남용 방지 △금융리스크 예방 등 다양한 배경이 작용했다는 점이다. 실제 중국 당국의 규제 요구에 따라 앤트그룹은 현재 금융지주사로 전환 중이며, 인민은행 총재도 이미 앤트그룹 IPO가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사실 우리 언론들은 중국 뉴스를 다룰 때 정치 파벌 간 권력 다툼의 각도로 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시진핑의 태자당, 리커창의 공청단, 장쩌민의 상하이방이 암투를 벌인다는 식의 해석 말이다. 

2017년 3월, 리커창 총리 낙마설을 기억하는가. 그해 중국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가 끝난 직후 불거졌다. 리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식 후 가진 기자회견 말미에 던진 “기회가 있을 때 또 봅시다(유지후이짜이젠, 有機會再見)”라는 말 한마디가 직접적 원인이 됐다. 중국에서 상대적으로 서먹서먹한 상대와 헤어질 때 흔히 쓰는 인사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언론들은 이를 앞으로 만날 기회가 없을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라며, 리 총리가 고별 인사를 한 것으로 추측했다. 그러면서 시진핑과 같은 태자당 출신인 왕치산이 신임 총리가 될 것이란 '선견지명'까지 발휘했다.

그 결과는? 4년이 흐른 현재까지 리커창 총리는 건재하다. 내달 열리는 양회에서도 그는 폐막식 기자회견을 진행할 것이다. 

중국에 대한 또 다른 편견도 있다. '사드 프레임'이다.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과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생겨난 반감에서 비롯됐다. 중국 정부의 각종 정책을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무작정 '사드 보복'으로 바라본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 식품이 중국 통관 검역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현지 식품 규정에 부합하지 않아서였고, 한국산 게임이 판호(허가권) 발급을 받지 못한 것도 현지 규제 강화에 따른 것이었다. 중국에서 이마트·롯데마트가 철수한 것도, 현대차 판매량이 급감한 것도 근본적으로는 현지 트렌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드 보복을 상기시키며 중국의 부정적인 면만 부각하고, 반중정서를 유발하는 뉴스는 가뜩이나 악화된 한·중 관계에 기름을 부었다.

중국을 바라볼 때 갖는 오만도 있다. 중국붕괴설이다. 서구식 자유민주주의 개혁으로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가 흔들려 중국이 무너질 것이란 '설'에서부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에 못 이겨 중국 경제가 위기에 맞닥뜨렸다는 '설'까지, 붕괴설도 다양하다. 중국을 낮게 보려는 우리의 오만한 시각에서 비롯됐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충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지만, 오히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자랑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홍콩에서 ‘엑소더스’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고됐지만, 글로벌 자본이 떠난 홍콩 주식시장엔 중국 본토 자금이 밀려오며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중국은 서구식 민주주의를 채택하기는커녕 오히려 ‘중국특색 사회주의’를 외치며 중국 공산당의 강력한 리더십과 체제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미래는 서구식 민주주의"라는 말은 쏙 들어간 지 오래다. 이제 전문가들은 중국 체제의 특수성을 인정하면서 서로 경쟁하고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한다. 

"편견은 내가 타인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타인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소설 '오만과 편견' 속 명대사다. 언제까지 오만과 편견에 갇혀 중국과 앙숙으로 지낼 텐가. 오만과 편견을 넘어서야 진짜 중국을 직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