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30억을 3000억으로 '둔갑'시킨 마윈의 '앤트 금융제국'

2021-01-07 04:00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 대신 규제" 선택한 중국···앤트그룹 수난시대
"금융지주회사 분리" 뼈 깎는 구조조정 돌입

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주.[사진=로이터·연합뉴스]


① 결제 본연 업무에 충실하라.
② 합법적으로 신용정보 사업을 전개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라.
③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해 자본금을 충족시켜 합법적으로 거래하라.
④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신용대출·보험·재테크 업무 규정을 위반하지 마라.
⑤ 합법적으로 펀드 판매를 하고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법규를 준수하라.

지난해 말 중국 인민은행 등 금융 당국이 알리바바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 경영진을 소환해 요구한 다섯 가지다. 특히 마지막 다섯째의 'ABS'에 금융업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중문판은 '자산유동화, 금융위기와 앤트그룹'이라는 제목의 칼럼도 게재했다. 앤트그룹의 자산유동화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ABS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흉이 됐던 위험 상품 중 하나다. 현금화하기 어려운, 유동성 낮은 자산을 기초로 발행하는 파생상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당시 은행들은 리스크가 큰 비우량 주택담보 대출(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를 대거 팔았다. 그런데 집값 폭락으로 부실대출이 급증하면서 이를 담보로 한 ABS 상품에 투자한 은행들이 거액의 손실을 떠안아 금융위기가 터진 것이었다. 

앤트그룹의 비즈니스 모델이 과거 미국발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사하다고 판단한 중국 지도부가 사실상 앤트그룹의 기업공개(IPO)에 제동을 걸었다는 주장이 나온다.

단순히 알리바바 창업주이자 앤트그룹 지배주주인 마윈의 '전당포 발언'으로 중국 지도부의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이 아니란 얘기다. 지난해 10월 말 마윈은 중국 금융수장들이 모인 한 금융포럼에서 "중국 금융당국은 담보가 있어야 대출해주는 '전당포 영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의 낡은 규제에 쓴소리를 냈다. 이후 345억 달러 이상 규모의 자금 조달로 세계 역사상 최대 IPO 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던 앤트그룹의 상장은 갑자기 '불발'됐다. 

[그래픽=아주경제DB]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

우선 앤트그룹 비즈니스 모델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4년 미국 페이팔을 모방해 알리바바 산하 모바일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로 시작한 앤트그룹은 오늘날 총 자산 3000억 위안이 넘는 '핀테크 공룡'으로 성장했다.

알리페이뿐만 아니라 마이차이푸(자산관리), 마이뱅크(인터넷은행), 즈마신용(신용평가),위어바오(머니마켓펀드), 화베이·제베이(소액대출) 등 여러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대부분이 금융업에 집중돼 있다.

앤트그룹의 주요 수익원은 소액대출 사업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앤트그룹 매출의 40%가 양대 소액대출 업체인 화베이와 제베이에서 나왔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앤트그룹의 신용대출 잔액은 모두 2조1536억 위안(약 363조원). 하지만 여기서 앤트그룹 자본금은 전체 대출의 1.68%에 불과한 362억 위안에 불과하다. 레버리지(차입투자) 비율이 60배에 달한다. 그러면, 나머지 돈은 어디서 났길래 그 많은 대출 서비스를 할 수 있었을까.

크게 두 가지 루트를 통해서다. 하나는 제3자 금융기관과 협력해 공동대출을 제공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소액대출 채권 여러 개를 모아서 ABS 상품으로 만들어 자금을 융통한 것이다. 

게다가 앤트그룹의 ABS는 정교하게 설계됐다. 우량·중간·비우량 신용대출자 대출채권을 골고루 섞어서 리스크를 낮췄다. 예를 들면, 신용등급이 낮은 노점상 소액대출은 미상환 리스크가 크지만 이걸 우량신용자 대출과 같이 섞어서 증권화하면 리스크를 낮출 수 있어서 높은 신용등급의 채권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앤트그룹은 이렇게 만든 ABS를 은행 등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해 돈을 빌리고, 그 돈으로 신용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그 대출채권으로 ABS를 만들고··· 이런 과정을 무한 반복하며 엄청난 지렛대 효과를 냈다. 최초 대출채권을 기반으로 ABS를 연쇄 발행해 레버리지 자산을 부풀려가며 사업을 끝없이 확장한 셈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비슷한 방식이다. 중국 당국은 바로 여기서 빚어질 수 있는 리스크를 염려한 것이다. 

중국 경제 금융전문 관료 출신인 황치판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부이사장도 과거 "앤트그룹은 수년간 ABS를 연쇄 발행해 30억 위안의 자본금으로 3000억 위안의 대출을 만들어내 100배 레버리지 효과를 냈다"고 꼬집은 바 있다. 

중국 21세기경제보에 따르면 앤트그룹 산하 화베이·제베이는 현재까지 모두 7686억300만 위안어치 ABS를 발행했다.

특히 2018년 이전 앤트그룹의 ABS 발행 규모는 기하급수학적으로 팽창했다. 2015년 60억 위안어치에서 2016년 662억 위안어치로 10배 넘게 증가한 것. 또 2017년엔 전년 대비 다섯 배로 증가했다. 

다만 중국 지도부가 금융관리 규제 고삐를 조이기 시작한 2018년부터 ABS 발행 속도는 현저히 줄었다. 이에 현재 앤트그룹이 ABS를 통해 확보하는 자금 규모는 순자산의 5배 정도로 집계됐다. 중국 당국이 요구하고 있는 4배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통제 가능한 범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중국 당국이 앤트그룹의 ABS 발행을 완전히 막은 건 아니다. 규범에 맞게 발행하라는 것이다. 실제 앤트그룹은 IPO 불발 후인 지난해 11월 말에도 상하이증권거래소로부터 ABS 2개, 모두 200억 위안어치 발행을 승인받았다. 다만 ABS 발행금리는 약 5%였다. 앞서 6~9월의 3.75~4.55%보다 더 높아진 것이다. 채권 금리가 높을수록 그만큼 위험 리스크가 크다는 뜻이다. 
◆"혁신 대신 규제" 선택한 중국··· 앤트그룹 수난시대

앤트그룹.[사진=웨이보]


사실 앤트그룹은 그동안 금융회사냐, 하이테크 회사냐를 놓고 논란이 존재해 왔다. 이는 다시 말하면 규제와 혁신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앤트그룹은 그동안 빅데이터,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과 같은 하이테크 기술을 금융에 접목시키며 금융 혁신을 내세웠다. "은행이 변하지 않으면 우리가 은행을 바꾸겠다"는 마윈의 말처럼, 앤트그룹은 사실상 전통은행도 위협할 정도였다.

IPO를 앞두고 기업명을 앤트파이낸셜에서 앤트테크놀로지그룹으로 바꾼 것도 회사의 핵심 정체성을 금융(파이낸셜)보다 기술(테크놀로지)에 두겠다는 목표였다. 하지만 이는 다시 말하면 중국의 금융업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피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됐다. 

앤트그룹은 산하에 제3자 결제, 민영은행, 온라인 소액대출, 펀드판매, 보험, 증권, 소비금융 등 금융 관련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은행처럼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지 않았다. 중국 당국도 과거 소수 국유은행이 독점하는 낙후된 금융시장에 혁신을 불어넣기 위해 앤트그룹에 엄격한 규제를 들이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엔 오늘날 앤트그룹이 중국 금융시스템에서 이미 너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10억명이 넘는 방대한 고객을 보유한 앤트그룹은 이미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인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앤트그룹에 리스크가 발생하면 중국 전체 금융시스템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전환하는 중국에서 4대 국유은행보다 앤트그룹이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말도 나온다.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대마불사' 교훈을 얻은 중국 지도부는 훗날 앤트그룹에서 리스크가 발생해 천문학적 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하는 것보다는 미리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상하이·홍콩증시에 상장해 더 몸집이 커지기 전에 미리 규제 고삐를 조인 셈이다. 
 
◆"금융지주회사 분리" 뼈 깎는 구조조정 돌입

앤트그룹도 이미 실무팀을 꾸려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을 전면 개편 중이다. 은행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받는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앞서 블룸버그는 보도하기도 했다. 

그룹 산하의 인터넷은행·소액대출·자산관리·보험·결제 등 금융 관련 사업 부문을 따로 분리해 금융지주회사를 만든다는 것이다. 앤트그룹이 사실상 금융지주회사와 하이테크 기업으로 '분해'될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려면 실질 납입 자본금이 △최소 50억 위안 △ 금융계열사 자본금 합계의 절반 이상 등의 까다로운 요건도 충족시켜야 한다. 

금융지주회사로 분리되면 현재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온라인 금융사업은 대폭 위축될 수밖에 없다. 대출이나 자산관리 금액을 늘리기 위해 더 엄격한 자본금 요건을 적용 받게 되기 때문이다.  '본연'의 업무인 지불결제 서비스 알리페이는 이용자를 끌어오는 효과만 클 뿐, 온라인 금융사업만큼 거액의 수익을 창출하지는 않는다. 

홍콩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 프란시스 챈은 "비(非)결제 사업 부문의 평가 가치가 75% 가까이 하락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전체 기업가치는 기존의 3000억 달러에서 1530억 달러 이하로 급격히 쪼그라들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