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앤트그룹 길들이기 계속...경영진 또 소환

2020-12-27 20:30
인민銀 부행장 "규제 기관의 규정 준수 요구 무시"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당국이 알리바바의 금융계열사인 앤트그룹 경영진을 또 불러 공개 질타했다. 급성장한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견제 수위가 연일 강화되는 모양새다.

27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 인민은행,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외환관리국 등 4개 기관이 전날 앤트그룹 경영진을 소환해 면담하는, 이른바 '웨탄(約談)'을 실시했다. 

중국에서 '웨탄(豫談)'이라고 부르는 예약 면담은 정부 기관이 감독 대상 기관 관계자들이나 개인을 불러 공개적으로 질타하고 요구 사항을 전달하는 것이다. 한국의 정부와 기업 간담회와도 비교되지만 웨탄은 일방적인 지시와 함께 회의 내용도 비공개라는 점에서 국가자본주의 성격의 중국에서 이른바 정부의 기업에 대한 ‘군기 잡기’ 성격이 강하다.

중국이 앤트그룹에 대해 웨탄을 실시한 것은 지난달 2일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첫 번째 웨탄은 비공개로 진행됐지만 이번 웨탄과 관련해서 중국 당국이 입을 열었다. 

이날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 부행장은 '기자와 문답' 형식의 보도자료를 통해 '앤트그룹의 웨탄' 이유에 대해서 "앤트그룹이 시장화, 법치화 원칙에 따라 금융감독, 공정한 경쟁, 소비자 권익 보호 등 요구를 수용해 올바르게 금융사업 경영을 하도록 위함"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앤트그룹은 법률 준수 의지가 부족하고 당국의 규제를 무시해 이익을 추구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어 그는 앤트그룹에 '결제(지불)'라는 본업으로 돌아오고, 거래 투명성을 높여, 불공정경쟁을 중지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규정을 위반한 대출·보험·이재(理財·투자상품) 등 금융 상품 판매 활동을 하는 것을 엄격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고도 했다. 

향후 감독 당국이 각종 금융 관련 규정 위반 행위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앤트그룹은 중국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전자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중국명 즈푸바오)를 운영하는 회사다. 하지만 즈푸바오 자체로는 앤트그룹은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자 사업 확장을 해왔다. 보험과 투자 상품 소개로 발을 넓혀 계약 소비자가 수억 명으로 불어났다.

이에 중국은 최근 들어 반독점 구호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간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사업을 벌여오던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거대 인터넷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앤트그룹 상장 취소를 시작으로 온라인 금융 제재, 인터넷기업 반독점법 신설, 인수합병(M&A) 관련 벌금 부과 등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8일 폐막한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는 인터넷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강화가 내년 주요 임무 중 하나로 포함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