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탄소 중립 연대] ①美中, 패권 경쟁 속 온실가스 감축 한목소리

2021-04-27 06:00
기후정상회의서 각국 청사진 제시
바이든 “온실가스 배출 50% 감축”
시진핑 “2060년 탄소 중립 실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기후 정상회의의 폐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0개국 정상을 화상으로 초청해 지난 22·23일(현지시각)에 열렸던 기후정상회의에서는 각국은 새로운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대체로 기존의 약속을 재확인한 수준이라고 볼 순 있지만, 기후변화 대응 협력에 한 목소리를 낸 셈이다.

문 대통령을 비롯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와 중동·유럽·미주 등 주요국 정상 40여명이 비대면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이번 회의를 주재한 바이든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를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50~52%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2015년 제시한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의 두 배 수준으로 목표를 상향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에서 “미국은 이번 세기 말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절반으로 감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미국의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세계 전체의 15%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변화에 대해 “어느 나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면서 다른 나라들을 압박했다. 그는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서 “이걸 해내야 한다”고도 했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시 주석은 이날 새로운 목표치를 내놓지 않았다. 다만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을 찍은 뒤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기존의 장기 목표를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최근 중국과 미국이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듯이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더불어 세계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중국이 약속한 탄소 배출 정점과 중립 사이의 기간은 선진국들보다 훨씬 짧다”고 밝혔다.

자국보다는 미국 등 선진국의 책임이 크다는 점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새로운 목표치를 내놓지는 않은 채 국제 협력을 강조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선 개입, 해킹 등으로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그는 2050년까지 배출량을 대폭 줄이도록 정부에 임무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러시아는 기후변화와 다른 중대한 도전들에 관한 효과적인 해법을 찾는 데 있어서 국제 협력을 활발하게 하는 데 진정으로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국 주도가 아닌 유엔 주도의 협력을 강조했다.

스가 일본 총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3년 대비 46% 감축하겠다”면서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일본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6% 감축하기로 한 것은 지금까지의 목표를 크게 끌어올린 것이다. 앞서 일본은 6년 전 26%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제시했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 회의에서 “획기적”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존슨 총리는 “전 세계가 비슷한 포부를 갖는 것을 보고 싶다”며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모든 나라들의 과학자들이 인류에 필요한 기술적 해결책을 생산해내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올해 11월 1~12일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 의장국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기후정상회의 정상 세션 연설에서 “‘2050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담아 NDC를 추가 상향하고자 한다”면서 “한국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추가 상향해 올해 안에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을 비롯, 해외 석탄 공적 금융 지원 중단 등에 대한 계획과 함께 한국이 5월 말 주최하는 제2차 P4G(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국제사회 참여도 당부했다.

먼저 문 대통령은 지구의 날을 맞아 한국 중소기업이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재생 원단으로 제작한 친환경 넥타이와 해양쓰레기 폐유리로 만든 라펠 핀을 착용하고 화면에 나타났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지난해 NDC를 기존의 배출전망치 기준에서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는 절대량 기준으로 변경함으로써 1차 상향한 바 있다”면서 “2018년에 온실가스 배출의 정점을 기록했고, 이후 2019년과 2020년 2년에 걸쳐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0% 이상 감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이라면서 “우리 정부는 출범 후 국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를 조기 폐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