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정상회의]① 게임 체인저된 미국, 탄소배출 압박 강해진다

2021-05-18 06:00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이스트룸에서 화상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해 개막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지구의 날을 맞아 지난달 22~23일 이틀간 전 세계 40여개국과 온라인으로 기후정상회의를 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 특사는 한국·중국·영국·프랑스 등을 순방하며 기후정상회담의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사전 외교를 펼쳤다. 유엔도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80%를 차지하는 40여개국 정상이 참여한 이번 회의를 환영한 바 있다.

이혜경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18일 '기후정상회의의 의의와 과제' 보고서를 통해 "기후정상회담의 가장 큰 의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결정으로 기후변화협상에서 물러났던 미국이 국내외 리더십을 발휘해 게임 체인저로 등장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다른 현안으로 미국과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러시아도 기후정상회의에 참여함으로써 기후변화를 통한 국제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후정상회담의 제1세션인 기후목표 증진에서 주요국은 감축 목표를 기존보다 더 높게 제시했다.

이 조사관은 "2018년 인천에서 채택된 'IPCC 1.5℃ 특별보고서'가 권고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데에는 못 미친다"면서도 "올해 말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까지 이어질 국제적 협의를 본격화한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주최국인 미국은 2030년 탄소 배출량을 2005년 수준에서 50~52%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이 제시한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과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을 탈퇴해 지난해 말 유엔에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하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진일보한 것이다.

유럽연합(EU)·영국·일본 등의 참여국도 기존의 감축 목표를 줄상향했다. 작년 말 영국은 1990년도 대비 2030년 감축 목표를 기존 57%에서 68%로 높였지만, 기후정상회담 직전에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 감축하는 추가 목표를 제시했다.

EU는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40% 감축을 55%로 강화했고, 일본도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26% 감축 목표를 46%로 높였다. 이 조사관은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지만 각국의 2010년 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 목표를 환산해보면 영국이 가장 강력한 감축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서 모든 국가가 새로운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은 아니다. 중국은 2030년 탄소정점·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신 탄소 정점에서 탄소 중립까지 걸리는 시간을 선진국보다 줄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제14차 5개년 계획기간(2021~2025)에 석탄소비 증가세를 통제하고, 제15차 5개년 계획기간에는 석탄 소비를 줄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울러 기후정상회의의 총 6개 세션 중 △제2세션(기후재원조성) △제4세션(탄소중립 전환의 경제적편익) △제5세션(미래청정사업을 위한 혁신) 등에서 기후변화의 경제적 편익을 다룸으로써 기후변화 이슈가 곧 경제성장과 일자리에 직결된 이슈임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후 변화 대응 과정에 나타나는 기회를 잡아야 함을 언급했다. 존 케리 기후특사도 역사상 세계 최대 시장이 눈앞에 열리고 있으며, 이 전환은 전 세계에서 수백만개의 고임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청정 에너지 기술의 개발이 2030년까지 23조 달러의 시장을 열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은 파리협정 체결 과정에서 파리협정이 선진국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에 대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과 파리협정에 재정적 기여의 구체적 액수를 명시하는 것에 반대해 이를 관철했다. 공화당의 반대로 비준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파리협정은 미국 국내법상 의회의 비준이 필요 없는 행정명령의 성격을 가지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나 바이든 대통령의 파리협정 복귀도 의회의 비준 없이 이행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조사관은 "경제 전반에 파급력이 큰 감축 목표를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정할 수 있는지 논란이 있다"면서 "그린뉴딜 법안, 탄소가격제 도입 법안 등에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