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접종 시작…"코로나 무섭지만 백신도 무서워"

2021-04-26 18:31
거부 분위기 확산에 현장 고민 깊어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진=AFP·연합뉴스]


경찰관과 소방관 등 사회필수인력과 보건의료인, 투석환자들에 대한 코로나19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26일 시작됐다. 최근 '희귀 혈전증'과 같은 AZ 백신 부작용 사례가 알려지면서 접종 대상자들은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실제 조직 생활에 민폐를 끼칠 것이 우려돼 맞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맞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옥인동 종로구보건소에서 경찰청 외사국 직원들과 AZ 백신을 맞았다. 김 청장은 "경찰이 백신을 우선 접종하는 것은 국민안전 수호자에 대한 배려이자 사회적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평온하고 안전한 일상으로 신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경찰 가족 모두가 적극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한 30대 경찰관은 "처음에는 코로나19가 무서워서 백신이 나오면 무조건 맞으려고 했으나 이제는 백신이 무섭다"며 "화이자 백신이면 맞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만 안 맞으면, 그래서 피해를 주게 되면 어쩌나 고민도 많았지만 대다수가 안 맞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청장은 지난 19일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백신은 본인 의사에 따라 희망하는 사람만 접종을 하는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본인이 접종 장소와 시간을 예약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시·도에서 접종 조를 편성해 결국 접종을 의무화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에 애초 경찰은 희망자를 대상으로 오는 6월부터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었으나 일정이 앞당겨졌다. 만 30세 미만이 AZ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접종 대상 경찰관은 12만970명이며, 접종 기간은 5월 1일까지다.

AZ 백신 접종이 걱정되기는 의료인과 일반인 투석환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 나이가 70세에 가깝거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더욱 두려움이 앞선다.

일주일에 3번씩 투석을 하는 68세 신장질환자는 "가족들과 주말 내내 고민했는데 결론이 나질 않는다"며 "접종 후에 마음 편하고 싶지만, 운 나쁘게 내가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안 난다"고 말했다.

선택이 어려운 이유는 이번에 접종하지 않고 순서를 미뤄도 AZ를 맞게 될 수 있어서다. 실제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기획팀장은 "본인이 거부해 접종하지 않으면 11월 이후 접종 기회가 올 수 있다"며 "이때에도 백신을 선택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