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꼬이는 법무부-검찰] ①김학의 '피의사실 공표'에 갈등 재연
2021-04-14 06:00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내용 노출
박범계 "묵과하기 어렵다" 유감 표명
박범계 "묵과하기 어렵다" 유감 표명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법무부와 검찰이 서로를 향해 또다시 으르렁대고 있다. 이번엔 '피의사실 공표' 문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범계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와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체제인 검찰이 최근 피의사실 공표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시작은 검찰이다. 변필건 부장검사가 이끄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1부의 구체적인 수사 내용이 지난 6일 한 언론에 보도됐다. 형사1부 수사팀이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김학의·버닝썬·장자연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을 당시 법무부와 행정안전부가 대통령에게 어떤 내용을 보고했는지 사실조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형사1부 수사팀은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 등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 중이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이 제기한 의혹이다. 곽상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윤규근 총경이 연루된 버닝썬 의혹을 덮고자 김 전 차관 사건을 의도적으로 부풀렸다"고 주장하며 문 대통령 등을 고발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보도 당일 "매우 엄중하고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불편함을 숨기지 않았다. 피의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사문화된 법이란 지적이 나온다. 피의사실공표는 1953년 형법 제정 때 만들어진 규정이다. 애초 형법 초안에는 없었으나 당시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 25년간 피의사실 공표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단 1건도 없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995년부터 2020년 9월까지 피의사실 공표죄 사건 586건 중 기소된 사례는 0건이었다. 처벌이 안 되다 보니 피의사실 공표가 망신 주기용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수사 중인 의혹이나 혐의를 미리 언론에 흘려 법원 판결 전에 피의자에게 사실상 유죄 판단을 내린다는 지적도 있다.
박 장관은 이와 관련 "현실과 이상을 잘 조화한 피의사실 공표죄 개선이 아주 중요하다"며 "국민의 알 권리와 피의자 인권·수사 과정 내밀성 등을 고려해 미래지향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면 좋겠다"고 방향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