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벌써 無검찰총장 40일…이래도 됩니까

2021-04-12 03:00

조현미 사회팀 차장.


검찰이 수장을 잃은 지 40여일이 지났다. 직무대행 체제에 들어간 검찰은 초기와 달리 다시 여러 기관과 부딪치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극심한 갈등을 빚었던 법무부는 물론, 올해 초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도 연일 신경전 중이다.

지난달 4일 윤 전 총장은 여당이 추진하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등에 반대하며 중도 사퇴했다. 현재 조남관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조 직무대행은 여러 현안에 대해 대체로 원론적인 입장만 강조한다. 반면 일선 검사들은 다른 행보를 보인다. 대표적인 게 서울중앙지검과 수원지검이다.

변필건 부장검사가 이끄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세부 수사 내용이 지난 6일 한 언론사를 통해 보도됐다. 검찰이 법무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2019년 3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올린 보고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했다는 내용이다. 형사1부 수사팀은 대검찰청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 등 청와대발 기획사정 의혹을 수사 중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같은 날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피의사실 공표'가 이뤄졌다며 검찰을 크게 질타했다. 박 장관은 "특정 언론에 특정 사건과 관련해 피의사실 공표라고 볼 만한 보도가 되고 있다"며 "매우 엄중하고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검에 보도 경위를 알고 있었는지, 중앙지검에는 기관으로서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는지 조사하도록 했다.
 
이후 박 장관은 연일 "피의사실 공표에 관한 원칙 있는 금지를 위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에는 본인 페이스북에 "피의사실 공표 하면 노무현 대통령님이 떠오른다"며 "제도 개선을 반드시 이루자"는 글을 올렸다.

김진욱 공수처장도 최근 검찰을 향해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김 처장은 지난 1일 공수처 사건·사무 규칙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공수처에선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는 내용인데, 검찰에서 나온 거냐"고 되물었다. 공수처가 검·경에 이첩한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사건은 공수처에 송치하게 하는 내용이 담긴 사건·사무 규칙안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일자 내놓은 발언이다.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 수사팀은 같은 날 저녁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과 관련해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를 전격 기소했다.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사건을 다시 넘겨달라'는 공수처 요청을 무시한 셈이다.

김 처장은 다음 날 오전 "기사를 보고 기소 사실을 알았다"고 밝히자, 수원지검은 공소장을 법원에 접수한 직후 관련 공문을 공수처에 보냈다며 반박했다. 이에 공수처는 "일과 시간이 지난 전날 오후 7시 37분께 통보가 와서 공문을 오늘 확인했다"며 재반박하며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새로운 검찰 수장을 뽑는 작업은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 법무부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회의는 이르면 지난달 말로 예상됐으나 재·보선이 겹치면서 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12일 열린다는 소식도 있었지만 후보추천위 위원들은 지난 9일까지 회의 통보를 받지 못했다. 후보추천위 운영 규정을 보면 추천위 위원장은 회의일 3일 전까지 회의 일시·장소·안건 등을 각 위원에게 알려야 한다. 

첫 회의는 이번 주 늦게나 열릴 것으로 보인다. 후보 천거 후 20일이 훌쩍 지난 시점이다. 법무부는 지난달 22일까지 국민 천거를 받았다. 앞서 2017년 김수남 전 총장 자진 사퇴 당시에는 천거 뒤 13일 만에 회의를 가졌다. 관련 절차가 늦어지면서 새 검찰총장 취임은 5월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