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반발에 발목잡힌 ‘혁신금융 1호’

2021-04-13 19:00
KB국민은행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
금융권 “혁신 중단…나쁜 선례 우려”

[사진=KB국민은행 제공]

14일 혁신금융심사위원회가 혁신금융서비스 1호로 지정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Liiv M)’의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는 가운데 노조의 반대가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은행은 재지정 실패 시 10만 가입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의 반발로 인해 혁신 금융서비스가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14일 혁신금융심사위원회를 열고 혁신금융으로 지정된 지 2년이 된 ‘리브엠’의 서비스 재지정 여부를 결정한다.

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인 리브엠은 금융·통신 결합상품으로, 통신요금을 절약할 수 있는 상품이다. 2019년 4월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 지정을 받아 ‘혁신금융 1호’로 선정됐으며, 같은 해 12월 서비스를 본격 개시했다.

당초 리브엠은 금융업자가 통신업을 영위하는 첫 사례로, 국민 실생활에서 가장 필수적인 산업 간 융합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문제 없이 혁신금융 재지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노조가 리브엠 혁신금융 재지정에 반대표를 던지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국민은행 노조는 혁신금융 지정 이후 사측이 부당하게 리브엠 영업을 압박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은행 영업점을 통한 리브엠 판매를 비롯해 영업점 성과평가(KPI) 반영, 영업점별 1일 할당량 부여 등을 시도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류제강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13일 여의도 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창구판매 자체가 이뤄질 수 없었는데, 지난해 11월경 리브엠 사용 시 우대금리를 주는 ‘리브엠 적금’이 출시되면서 창구판매 시스템이 갖춰졌다”며 “금융위가 리브엠 사업 허가 과정에서 ‘은행 고유업무 수행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부가조건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의 반발이 지속되자, 국민은행은 리브엠 서비스 재연장에 실패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14일 진행되는 혁신위 심사에서 재지정을 받지 못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리브엠 가입자다. 현재 리브엠 가입자는 9만6000명가량이다. 리브엠 사업이 중단되면 이들은 다른 알뜰폰 사업자로 자동 승계되지만, 그간 누려왔던 무료 통신비보장보험, 무료 피싱보험, 데이터셰어링 서비스 등 모든 혜택이 사라져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뿐만 아니라 알뜰폰 사업자 간 상생 및 공동마케팅을 위해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KMVNO협회)와 함께 개점한 알뜰폰스퀘어 폐쇄 등 MVNO 업계 전체를 위한 국민은행만의 추가 지원도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리브엠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에 대비해 여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대응 과정 또는 서비스 중단 자체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자 중심 요금제를 출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리브엠의 중단이 과연 고객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도 혁신금융 1호인 리브엠 서비스 중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리브엠 서비스 재지정 실패 시 향후 금융산업의 이업종 융합 등 사업 다각화에 나쁜 선례로 남아 전통 은행들의 '혁신'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리브엠은 금융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점에서 출시 초기 다른 은행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사업으로, ‘혁신금융 1호’라는 상징성도 있다”며 “다양한 산업군에서 본연의 업무를 넘어 은행업에 도전장을 내미는 상황에서 기존 은행의 새로운 도전은 필연적 과제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