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단체소송 쉬워진다...'사전 허가' 절차 폐지

2021-04-12 11:29
공정위, 소비자기본법 일부개정안 입법예고


[사진=임애신 기자]

법률상 자격이 없는 소비자단체도 단체소송이 가능해진다. 또 소송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사전 허가 절차를 없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2일 급변하는 소비 환경에서 다양한 소비자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자기본법' 일부개정안을 마련해 이날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단체소송은 공익을 위해 법에 정한 단체가 위법 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는 제도다. 소비자의 생명이나 신체·재산에 대한 권익 침해 행위의 금지·중지를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전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사후 금전 배상을 목적으로 하는 집단소송과는 차이가 있다.

소비자단체소송은 지난 2006년 제도가 도입됐지만, 15년 동안 소 제기는 8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4건은 아직도 법원에 계류돼 있다. 

신동열 공정위 소비자정책과장 "소송 허가가 승소라는 느낌을 줄 수 있어서 신중하게 운영되는 것 같다"면서 "단체소송은 피해보상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활성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소비자단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곳은 공정위에 등록된 소비자단체와 한국소비자원, 경제단체(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등)다. 이번에 소비자단체의 협의체를 추가했다.

현재 소비자단체의 협의체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1개 단체이며, 공정위가 소송 수행 단체로 지정해 고시하는 절차를 거쳐야 단체소송 관련 활동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소송 지연과 단체소송 활성화 저해 요소로 지적된 소송허가절차를 폐지했다. 기존에는 별개의 절차를 통해 소송 허가를 받아야 본안 소송과 가처분을 할 수 있다. 허가 절차를 없애면 보전 처분을 소제기와 함께 할 수 있어 소비자 피해 확산을 차단하려는 단체소송의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작동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또 예방적인 금지청구권을 도입했다. 소비자 권익에 직접적인 침해가 발생했을 때 뿐 아니라 '소비자권익의 현저한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단체소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는 권익 침해가 '예상되는 경우'라는 요건만으로는 청구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어 '현저성' 요건을 부가했다. 독일·일본 등에서도 소비자 피해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예방적 금지청구권을 인정하고 있고, 국내 법으로는 특허법·부정경쟁방지법 등 금지청구권을 인정하는 법률은 예방적 금지청구권을 포함한다.

이와 더불어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소비자단체의 지원·육성을 위해 소비자권익증진재단(이하 재단)을 설립한다.

정부는 소비자권익증진재단의 설립과 안정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자금을 지원할 수 있다. 재단은 소비자교육 및 정보제공 사업, 소비자 문제 상담·분쟁조정 등의 피해구제 사업, 소비자단체 운영, 관련법상의 동의의결에 따라 사업자가 기금에 출연·위탁하는 사업 등을 수행한다.

공정위는 재단의 사업 계획을 승인하고 사업 실적과 결산내역을 보고 받으며, 재단의 업무‧회계 및 재산에 관해 감독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입법예고 기간에 이해관계자와 관계 부처 등의 의견을 수렴한 후 규제·법제 심사, 차관·국무회의를 거쳐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