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재보선] 서울 부동산 '스피드'하게 판 바뀐다
2021-04-08 05:00
5년간 36만 가구 공급 "민간 재건축·재개발 규제 확 푼다"
서울시 조직 개편해 원활한 주택공급 도모
비강남권 지상철 지하화해 '15분 슬세권' 구상
서울시 조직 개편해 원활한 주택공급 도모
비강남권 지상철 지하화해 '15분 슬세권' 구상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자의 부동산 공약 핵심은 ‘스피드’다. 공급 가뭄을 겪고 있는 서울에 빠른 속도로 주택 35만 가구를 공급해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빠른 속도는 민간에서 나온다. 용적률과 층수 규제 등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를 풀어 공급의 물꼬를 트겠다는 발상이다. 8일 임기를 시작하는 오 당선자는 2022년 6월 30일까지 약 1년 3개월간 시정을 살피게 된다.
5년간 36만 가구 공급 “스피드는 민간에서 나온다”
오 당선자가 공약으로 내건 36만 가구 중 절반 이상에 달하는 18만5000가구는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공급된다. 그간 정부와 서울시에서 꽁꽁 묶었던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단번에 풀어 민간 아파트를 대거 공급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한강변 아파트 35층 이하 규제를 없애 일반분양 물량을 늘리는 식이다.
무엇보다 주택공급의 가속페달을 밟기 위해 취임 100일 안에 서울시 도시계획 규제를 손질하겠다는 계획이다. 국가법령보다 30~100% 낮게 설정한 서울시 주거지역 용적률을 상향 조정하고, 제2종일반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를 폐지한다. 한강변 아파트 35층 이하 규제 등 서울시 내부에만 존재하는 방침 성격의 규제도 없앤다.
재개발·재건축 구역 지정 기준 완화를 통해 재지정을 촉진하고 신규구역 지정도 활성화한다. 중앙정부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기준 완화도 건의할 계획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소규모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정요건을 완화하고 용적률 및 층수 규제를 풀어 일반분양물량을 확보한다. 소규모정비사업은 현재 서울시에서 운영 중이나 지정요건이 까다롭고 소규모인 만큼 일반분양물량이 적어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시 조직도 개편한다.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해 규제부서인 도시계획국과 공급부서인 주택국을 도시주택본부로 통합해 시장 직속으로 둔다. 이렇게 하면 각종 교통, 환경, 재해영향평가 등을 일괄심의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장기전세주택인 ‘상생주택’ 7만 가구를 공급한다. 상생주택이란 준공업지역·자연녹지지역·역세권 등 서울시내에서 이용률이 낮은 민간소유 토지를 임차해 토지임대료를 지불하고, 주택은 SH공사 등 공공이 건설해 공급하는 민간토지임차형 공공주택이다. 이렇게 건설된 주택은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한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된다.
500~3000㎡ 미만의 소형 재건축사업인 모아주택제도를 도입해 3만 가구를 공급한다. 기존 서울시 공급계획 11만 가구 중 7만5000가구도 진행한다. 주택공급과 관련된 기존정책은 가능한 한 모두 계승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공재개발,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 사업에 한해서는 소폭의 제도 개선과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비강남권 지상철 지하화해 ‘15분 슬세권’ 만든다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비강남권 지상철을 지하화해 주변 지역을 개발하는 안도 내놓았다. 지하화 대상 구간으로는 △지하철 구간 1~9호선 지상 구간 31.7㎞ △국철 구간 경인선·경부선·경의선·경원선·중앙선·경춘선 등 86.4㎞ 등이다. 소요예산은 총 38조원(추산치·2013년 서울시 용역)으로 추정된다. 지상철을 지하화해 생긴 상부 공간을 녹지, 도로, 문화공간 등 공공 공간으로 활용하고 주변 지역을 전략 개발한다는 취지다. 금천구, 구로구, 영등포구, 노원구, 중랑구, 성북구, 동대문구. 성동구, 광진구, 용산구 등 11개구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이를 통해 ‘15분 슬세권’을 만들 수 있다는 구상이다. 15분 슬세권(슬리퍼+역세권)이란 지상철을 지하화해 생긴 공간에 공원이나 편의시설 등이 들어서면 슬리퍼를 신고 15분 이내에 걸어갈 수 있는, 생활 편의시설을 갖춘 도시를 일컫는다.
용산을 한국의 라데팡스로 만들겠다는 안도 내놨다. 라데팡스는 프랑스 파리 서부 외곽에 건설된 현대식 상업지구로, 도로와 철도는 지하로 연결돼 있고 지상에는 상업시설과 주거시설이 들어서 있다. 이처럼 용산민족공원 하부에 대규모 교통거점을 조성해 서울 출퇴근 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용산전자상가와 기지창 일대를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도봉구 창동차량기지에 돔구장을 만들고, 그 밑에 스타필드 같은 대형 쇼핑공간과 바이오메디컬 단지를 짓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도심(시청 일대), 강남, 여의도에 이어 제4 도심이 동북권에 생긴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공시가격 인상 드라이브에도 제동을 걸 전망이다. 오 시장은 공시가격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소득이 없는 1주택자는 재산세를 전면 감면하는 등 세 부담 완화도 함께 공약으로 내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