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의 베트남 포커스 (15) 2021년 베트남의 새 국가 지도부 구성을 어떻게 이해할까?
2021-04-07 13:53
국회와 행정부에 의외의 인물 선임
정치적 보수화...그러나 경제적 보수화로 이어진다 볼 수 없어
정치적 보수화...그러나 경제적 보수화로 이어진다 볼 수 없어
베트남에서 국가기관의 최고위 지도자들이 새롭게 선임됐다. 2021년 3월 31일 브엉딘후에 전임 하노이시 당위원회 비서가 국회의장(국회주석)에 선임된 데 이어, 4월 5일 응우옌쑤언푹 전임 수상(총리)이 국가주석으로 선임되고, 팜민찐 당 중앙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수상(총리)으로 선임됐다. 지난 2월 1일에 끝난 제13차 공산당대회에서 세 번째 연임한 응우옌푸쫑 공산당 총비서(총서기)에 이어, 내정됐던 인사들이 그대로 국가기관의 최고위 직위에 선임된 것이다. 공산당대회에서 정치국 위원이 선임되고 서열이 발표되면 국가기관의 차기 최고위 지도자 3인이 내정되지만, 본래 이들 3인과 장관들은 새로 구성되는 국회에서 선임되는 게 상례다. 베트남 헌법은 국회의장, 국가주석 및 수상(총리), 부수상(부총리), 장관 등을 포함한 정부의 임기는 국회의 임기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새 임기의 국가기관 지도자들은 새로 구성된 국회가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
베트남은 제15대 국회의원 선거를 올 5월 23일 치를 예정인데, 3월 말부터 4월 초에 개최된 제14대 국회의 마지막 회의에서 국가기관 최고위 지도자들을 선임했다. 이는 베트남측이 제13차 공산당대회 이후 권력 이양을 신속히 하여 국정 운영의 공백을 줄이고 효율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런 일은 5년 전에도 있었다. 2016년 1월 제12차 공산당대회에서 총비서(총서기) 자리를 두고 응우옌떤중 당시 수상(총리)이 응우옌푸쫑에게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국회는 새 정부를 구성해 응우옌떤중 정부의 권력을 신속히 이양시켰다. 이후 국회의원 선거 후 새 국회가 이들을 재신임하는 절차를 취했다. 이번에도 새 국회가 이번에 선임된 국가기관 지도자들에 대한 재신임 절차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 국가기관의 최고위 직위를 맡게 된 인사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베트남의 향후 국정 방향을 조금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응우옌쑤언푹 신임 국가주석은 중부 꽝남 성 출신으로 하노이 소재 국민경제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이후 꽝남 성 정부에서 주로 활동했고 꽝남 성 인민위원회 주석을 역임한 후, 중앙 정부의 정부사무처장, 부수상 등 경제부문에서 주로 활동해왔으며, 2016년 4월부터 수상(총리)을 역임했다. 팜민찐 신임 수상(총리)은 제13차 공산당대회 이전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는 중북부 타인호아 출신으로 하노이 외국어대학을 다니다가 1976-84년간 루마니아 부카레스트 공과대학에서 공부했다. 귀국 후 기술분야 연구원을 거쳐 공안(경찰)의 경제 및 과학기술 정보계통에서 주로 활동하던 중 1991-94년간 루마니아 대사관에도 근무했고 공안부차관을 역임했다. 그는 꽝닌 성 당위원회 비서를 거쳐, 당 중앙조직위원회 부위원장 및 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런 경력으로 인해 그가 수상(총리)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평가돼왔다. 브엉딘후에 신임 국회의장은 응에안 출신으로 재정회계대학을 졸업하고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경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재정·회계분야의 전문가로 오랫동안 대학에서 가르쳤다. 이후 그는 회계감사원장, 재정부장관, 부수상 등 정부의 경제부문에서 활동해왔기에 국회의장보다는 수상(총리)에 더 적합한 인물로 알려졌다.
한편, 응우옌푸쫑 총비서(총서기)는 하노이 출신으로 공산당 건설 분야의 정치학박사이며 공산당 기관지 <공산잡지> 총편집인을 5년간 역임한 후, 1997년 12월 정치국 위원에 선임됐고 2011년 1월 이래 총비서(총서기)를 맡고 있다. 그는 사회주의 이론가로서 체제를 고수하기 위한 보루 역할을 해 왔다.
이렇게 보면 이번 새 국가 지도부는 국회와 행정부에 의외의 인물이 선임된 셈이다. 일부 언론은 이런 인사가 응우옌푸쫑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팜민찐 수상(총리)은 동유럽의 격동기에 루마니아에서 근무했기에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균형적으로 이해한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그가 공안의 정보부문에서 주로 활동했으나 보급부문도 담당했기에 경제에 문외한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꽝닌 성 당위원회 비서로서 좋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그가 중앙 정부의 경제부문에서 활동한 경력이 없기에, 정부가 그의 체제로 안착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듯하다. 또한 공안 출신 인사가 수상(총리)이 됐기에 공산당과 정부가 부패 척결과 국가기관의 정돈작업을 좀 더 지속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보수화가 곧 경제적 보수화로 이어지리라고 볼 수는 없다. 응우옌푸쫑이 빈(Vin) 그룹 같은 민간기업의 성장에도 큰 관심을 보였기에, ‘사회주의자’인 그도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유연한 경제정책을 수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단지 개혁, 개방으로 인한 지나친 불평등, 부패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는 비판적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그가 추진해온 부패 척결은 공산당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그 지배의 정당성을 유지하려는 시도라고 하겠다. 부패 척결은 당장은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는 면도 있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경제 운용의 건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지난 2월 1일 끝난 제13차 공산당대회는 중앙집행위원회 위원 200명을 선출했고, 중앙집행위원회는 정치국 위원 18명과 비서국 위원 5명을 선출했다. 당 중앙집행위원회는 산하에 중앙사무처 및 중앙감찰위원회 이외에 조직, 선전·교육, 동원, 경제, 내정, 대외 등 6개 중앙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외에도 당 중앙집행위원회는 호찌민국가정치학원, 당 기관지 <년전> 및 <공산잡지>, 중앙이론위원회 등을 직속 기관으로 두고 있다.
이번 공산당대회 직후 최고위 지도자 4인 이외 일부 정치국 위원들의 인사가 이뤄졌다. 보반트엉은 그간 당의 직무를 중심으로 이력을 쌓아오며 당 중앙선전·교육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는데, 신임 당 비서국 상임비서로 선임됐다. 쩐뚜언아인 상공부장관은 새로 당 중앙경제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행정부에서 경력을 쌓아왔는데, 이번에 당 중앙의 전임자를 맡으며 정부와 당의 경력을 모두 갖출 수 있게 됐다. 이런 상황은 보반트엉, 쩐뚜언아인 두 지도자들의 향방에 시사점을 준다. 한편, 응우옌쫑응이어 신임 당 중앙선전·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정치국 위원은 아니나 군 출신이어서 향후 공산당이 사회주의 이념을 더 강조할 것으로 여겨진다. 레호아이쭝 외교부 차관은 정치국 위원이 아니면서 당 중앙대외위원회 위원장으로 새로 선임됐다.
제13기 정치국 위원 중 현재 기존의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인사들은, 쩐껌뚜 당 중앙감찰위원회 주임, 쯔엉티마이 당 중앙동원위원회 위원장, 판딘짝 당 중앙내정위원회 위원장, 응우옌쑤언탕 호찌민국가정치학원 감독(원장), 응우옌호아빈 최고인민법원장 등이다.
행정부에서는 팜빈민 부수상과 또럼 공안부장관이 현 직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군부에서는 판반장 국방부차관이 장관으로 승진하고 르엉끄엉 정치총국 주임이 현직을 유지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응우옌반넨이 제13차 공산당대회 이전에 호찌민시 당위원회 비서를 맡아 그 직위를 그대로 유지했고, 브엉딘후에 하노이시 당위원회 비서가 국회의장으로 선임되면서, 딘띠엔중 재정부장관이 하노이시 당위원회 비서로 새로 선임됐다. 쩐타인먼 베트남조국전선 주석은 국회 부의장으로 선임됐는데, 이로써 브엉딘후에 국회의장과 함께 두 명의 정치국 위원이 국회의 최고위 직위를 맡게 됐다. 두 명의 정치국원이 동시에 국회의 직위를 맡는 일은 전례 없었으며, 정치국 위원이 국회 부의장을 맡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 일이다. 쩐타인먼의 국회 부의장 선임은 향후 고위 지도자들의 인사상 변화에 대비한 것으로 이해된다.
제13기 정치국 위원들이 맡은 국가기관 직위를 보면, 인사 변동폭이 크지 않기에 당장은 국가정책상 급속한 변화가 있으리라 예상하긴 어렵다. 새로운 지도부는 기존에 펼쳐왔던 부패 척결 및 정돈작업을 계속하면서도 경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국 위원들이 맡는 공산당 및 국가기관의 직위는 여전히 유동적이며 중간에 변동 가능성도 있어 계속 주목해봐야 한다.